[제76주년 광복절 특집-소리 人터뷰] 신성여고 김유림 양, 고진희 교사...“애국지사 관련 활동 보람”

“독립운동가라면 유관순 열사 같은 누구나 다 아는 분들 밖에 알지 못했습니다. 최정숙, 고수선, 강평국 지사처럼 제주에서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내가 나고 자란 이 땅에 대한 자부심이 조금 더 생겼습니다.”

수줍게 꺼냈지만 굳은 심지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비록 짧다면 짧은 2019년 한 해 동안의 동아리 활동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애국지사 3인의 역사를 배우고 기억하는 과정은 김유림 양(신성여자고등학교3)에게는 이전에 없던 자부심, 자존감, 그리고 제주에 대한 애정을 키운 뜻 깊은 시간이었다.

해방 76주년을 맞는 올해, 제주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100여년 전, 3.1운동에 함께했던 제주 신성학원 출신의 故 강평국 애국지사의 생가터에 100년 뒤의 까마득한 후배들이 십시일반 손을 모아 표지석을 세운다는 소식이다. 

강평국 지사는 신성여학교(현 신성여중·고) 1회 졸업생(1914년)이다. 표지석 제막식은 신성학원 최정숙 기념사업단이 주관한다. 최대한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 15일 생가터인 제주시 칠성로에서 제막식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참석자는 계획보다 대폭 줄였다. 행사 자체보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인물을 기억하는 또 다른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의미가 있겠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15일 세워질 강평국 지사 생가터 표지석. 신성여중·고 동문들이 선배 애국지사를 기리며 표지석을 세우는데 십시일반 손을 모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왼쪽부터 강평국, 고수선, 최정숙 애국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왼쪽부터 강평국, 고수선, 최정숙 애국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최초의 여성 교사’ 강평국, ‘제주 최초의 여성 의사’ 고수선, ‘초대 제주도교육감’ 최정숙.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이면서 나라의 독립과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그리고 신성여학교 1회 졸업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내년이면 신성여자고등학교 67회 졸업생으로 남을 김유림 양은 처음부터 선배 애국지사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교육자의 꿈을 안고 사범대 진학을 희망하고 있는데, 교육자로서 세 분의 애국지사 활동이 관심이 끌려 학내 동아리 ‘헤리트’에 가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헤리트는 유네스코의 보편적인 이념을 적용해 환경, 교육, 세계유산 같은 분야로 지역사회, 세계 현상을 이해하는 동아리다. 특히 2019년은 강평국 지사의 독립유공사 선정을 기대하던 시기였기에, 학교 출신 애국지사에 대한 배움 활동을 집중적으로 가졌다.

김유림 양은 12일 [제주의소리]와 만난 자리에서 “동아리 활동 전까지 배워왔던 독립운동가는 주로 남자였고, 또 제주지역 운동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과언이 아니었다”면서 “제주에서 훌륭한 독립운동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제주에 대해서도 아직 모르는 것 많구나 싶었다”고 돌이켜봤다.

“제주 지역과 관련한 역사·문화 활동을 더 하고 싶다”며 지리교육과를 희망하는 것도 강평국, 고수선, 최정숙 지사와의 만남이 의미있는 계기가 됐다.

헤리트 동아리를 맡아 김유림 양과 함께 한 신성여고 고진희 교사는 “세 애국지사는 신성여고 출신의 훌륭한 선배들이기에 학생들에게 주는 의미는 분명히 클 것”이라며 “학교에서 애국지사들을 기억하는 관련 활동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제주의소리
김유림 양(왼쪽)가 동아리 지도를 맡고 있는 고진희 교사. ⓒ제주의소리

다음은 김유림 양, 고진희 교사와의 인터뷰 전문.
 

김유림 양.

Q. 강평국, 최정숙, 고수선 등 신성여고 관련 애국지사 분들을 기억하는 활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A. (김유림) 신입생 때 어떤 동아리를 고를지 살펴보다가 헤리트 동아리의 그 해 주제가 ‘강평국 서훈 관련 독립운동 조사’였다. 헤리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강평국을 비롯한 최정숙, 고수선이란 인물과 독립운동, 그리고 세 분이 교육자로서 보여줬던 역사가 관심을 끌었다. 개인적으로 사범대 계열로 진학을 희망하고 있어서 진로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선택했다. 그 전까지 세 애국지사는 전혀 알지 못했다. 입학식 때 교장선생님이 전교생에게 소개한 적이 처음이었다.
A. (고진희) 유림이가 신입생이었던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였다. 강평국 지사가 독립운동가로 선정되기 위해 반드시 서훈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도 초점을 맞췄다.

Q. 당시 동아리 활동 내용이 궁금한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활동은 무엇이었나?
A. (김유림) 제주 원도심에서 애국지사와 관련한 걷기 코스를 개발했었다. 시기는 9월이었는데 우리들이 직접 걷고 살펴보면서 길을 이어가는 활동이었다. 책이나 강연으로만 옛 이야기를 접하다가 현장을 다녀보니 새로운 경험이었다. 밖으로 나간 날이 하필 비가 내려서 우산이나 우비를 쓰고 비 피하기에 급급했다. 그래서인지 더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다. 
A. (고진희) 중앙성당과 인천문화당 주변에 신성여학원이 있었고, 이곳이 세 애국지사의 주된 활동 터였다. 동아리에서 7~8팀 정도가 코스 제작에 참여했는데, 그 중에서 세 코스를 추려 지도로 제작했다. 그밖에 애국지사들의 삶과 활동을 알아가기 위한 탐구 활동, 독서 활동, 초청 강연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사진=신성여자고등학교. ⓒ제주의소리
2019년 신성여고 동아리 헤리트가 최정숙, 강평국, 고수선 애국지사 길을 만들기위해 원도심 답사에 나섰다. 사진=신성여자고등학교. ⓒ제주의소리
사진=신성여자고등학교. ⓒ제주의소리
비오는 날 원도심 답사를 진행한 학생들. 사진=신성여자고등학교. ⓒ제주의소리
사진=신성여자고등학교. ⓒ제주의소리
2019년 헤리트 활동에 참여했던 학생들. 사진=신성여자고등학교. ⓒ제주의소리
사진=신성여자고등학교. ⓒ제주의소리
헤리트 학생들은 2019년 오순덕 신성학원 총동문회 최정숙 기념사업단장(오른쪽에서 네 번째)를 인터뷰했다. 사진=신성여자고등학교. ⓒ제주의소리
사진=신성여자고등학교. ⓒ제주의소리
인터뷰 당시 모습. 사진=신성여자고등학교. ⓒ제주의소리

Q.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못하게 돼 아쉽겠다. 만약 코로나19 제약이 없었다고 가정하면 애국지사와 관련한 어떤 활동을 더 하고 싶나?
A. (김유림) 돌이켜보면 당시 나를 포함한 함께 활동했던 동아리 친구들은 역사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었다. 나머지 학생들은 애국지사에 대해 많이 접하지 못했다. 학교 차원에서 홍보도 하고 강의도 들었지만 우리가 했던 만큼 경험은 부족했다고 본다. 그때 동아리 활동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소개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고진희 교사. 

Q. 같은 고향, 학교를 근간에 둔 애국지사들을 알아가면서 어떤 영향을 받았나?
A. (김유림) 동아리 활동 전까지 배워왔던 독립운동가는 주로 남자였고, 또 제주지역 운동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과언이 아니었다. 유관순 열사 같은 누구나 다 아는 분들 밖에 알지 못했다. 최정숙, 고수선, 강평국 지사처럼 제주에서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내가 나고 자란 이 땅에 대한 자부심이 조금 더 생겼다. 제주에 대해서도 아직 모르는 것 많구나 싶어, 제주의 문화·역사를 더 많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3학년 때 탐구 활동으로 '제주 돌담 활용 장소마케팅'을 선택했는데, 이런 점이 어느정도 영향을 줬다.
A. (고진희) 2019년 한 해가 유독 특별한 것도 사실이지만, 애국지사 세 분은 우리 학교 출신으로 훌륭한 선배들이기에 학생들에게 주는 의미는 분명히 크다.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세 분을 기억하는 활동을 가진다면, 유림이 사례에서도 보듯 학생들에게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것이라 본다.

Q.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이다. 진로 계획을 말해준다면?
A. (김유림) 아직 무엇이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진로는 없지만, 지리교육과로 대학을 진학하고 싶다. 지리교육은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살펴보는 학과라고 생각하기에, 제주지역의 문화도 더 알아가고 싶다. 
A. (고진희) 지도 교사로서 2019년 의미있는 주제를 가지고 멋진 학생들과 활동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유림이는 1학년 때는 동아리 부원으로 2학년 때는 부장을 맡았다. 어려운 자리일 수도 있었는데 2019년 10월 학교 창립 기념식에서 동아리 대표로 나서서 발표하기도 했다. 차분한 성격에 전달력도 좋아서 오히려 내가 유림이를 믿고 이것 저것 해보자고 떠민 것 같아 쑥스럽다. (두 명 모두 웃음) 유림이는 중학교 때부터 역사, 지리를 좋아했는데 계속 관심을 이어간다면 좋겠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