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축음악회로 여름 일정 마무리...겨울에 콩쿠르 등 예정

2021년 제주국제관악제가 8일 간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정확히 말하면 올해 처음 시도하는 여름·겨울 일정 가운데 절반이 끝났다.

관악제가 열린 8월은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세가 상승하는 시점이었고, 비 날씨와도 겹치면서 여러모로 순탄치 않은 여건이었다. 그럼에도 지난해와 달리 제한적인 현장 공연이 가능해지면서 음악 향유에 목마른 도민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선사했다. 2021년 제주국제관악제 여름 일정을 ‘예술, 방역, 변화’라는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15일 경축음악회를 끝으로 2021 제주국제관악제 여름 일정이 마무리됐다. ⓒ제주의소리
15일 경축음악회를 끝으로 2021 제주국제관악제 여름 일정이 마무리됐다. ⓒ제주의소리

 예술 - 내년에는 다시 국제 행사로

코로나 확산이 처음으로 본격화되던 지난해, 제주국제관악제는 모든 공연을 무관객·온라인으로 대체했다. 그에 비해 올해는 제주아트센터, 제주문예회관, 서귀포예술의전당까지 공연장 세 곳에서 각각 200석 가량 현장 입장이 허용됐다. 공연마다 관객 수는 차이를 보였지만, 개막공연이나 마지막 경축음악회 때는 매진에 가까운 호응을 보였다.

올해도 주요 공연은 유튜브에서 생중계하고 지상파TV 녹화 중계도 병행하며 관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하지만, 공연장에서 느끼는 감각에는 분명 턱없이 부족하다. 선착순 신청, 좌석 제한 등 제한된 여건이었지만 관악제는 청량한 라이브 관악 연주를 통해 코로나로 지친 도민들을 위로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관악제는 국내 연주자 위주로 초청했다. 앙상블 모인, 브릴란테 브라스 밴드, 서울 바로크 앙상블, 오보에 연주자 윤성영, 색소폰 연주자 브랜든 최,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 등 실력으로 주목받는 국내 젊은 음악인들이 대거 무대를 채웠다. 해외 초청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면서도, 향후 관악제 운영과 관련해 운신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다.

이상철 조직위원장은 15일 [제주의소리]와 만나 “실력 있는 국내 음악인들을 발굴하면서 동시에 관악제 자체의 역량을 결속하는 기회가 됐다”고 자평했다.

선곡 역시 재즈, 대중가요처럼 비교적 친숙한 구성과 보다 전문적인 연주곡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다. 이는 외연 확대와 음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고민이라 하겠다.

15일 경축음악회 공연 중간에는 관악제와 인연을 맺은 해외 팀들의 영상이 소개됐다. 프랑스 생토메르 하모니 오케스트라, 대만 국립 사범대학교 관악단 동우회, 영국 코리 밴드는 2022년 제주 관객들과 꼭 만나겠다고 반갑게 인사를 보냈다. 그 바람이 무사히 이뤄지기를 바란다.

 방역 - 피할 수 없다면 끝까지 최선으로

관악제가 열린 8일부터 15일은 제주에서 하루 평균 코로나 확진자가 30명 정도 발생했던 시기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15일, 제주도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18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고, 동시에 64명이라는 역대 최고 일일 확진자를 기록했다. 객관적으로 코로나 감염이 빠르게 퍼진 시기와 관악제가 겹쳤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태지만, 오현고등학생 확진자 건으로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도 일어났다. 오현고 2학년 학생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2학년 전원이 PCR검사를 받게 됐다. 14일 청소년관악단의 날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던 오현고 관악단은 일정을 취소하고 공연장에서 철수했다. 관악제 측에 따르면, 오현고 관악단원들의 검사 결과는 아직 전부 나오지 않았지만, 15일까지 확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관악제 조직·집행위원회는 청소년관악단 참석 학교마다 대형버스 2~3대씩을 제공하면서 가급적 외부와의 접촉을 제한하도록 조치했다. 매 공연마다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개인정보 확인 등의 기본 방역 수칙을 강조했다. 동시에 체온 변화 시 색이 달라지는 스티커 부착, 거리두기 동선 유도 같은 추가 조치도 병행했다.

물론 어느 조치를 취해도 100% 안심할 수는 없다. 무증상 감염이 당연하게 나오는 상황이기에 여전히 안심해서도 안 될 일이다. 할 수 있는 여건 안에서 최대한 방역을 지키도록 노력하는 자세만이 관악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겠다.

그런 면에서 공연 입장, 퇴장 시 거리두기가 유명무실해지는 장면은 옥의 티로 남는다. 표를 받으면 로비에서 대기하지 말고 곧장 좌석으로 앉아달라고 안내했지만 지켜지지 않는 모양새였다. 

12월에도 U-13 Band Contest, 작곡콩쿠르 결선, 관악콩쿠르 결선 등 공연 일정이 남아있다. 이번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거리두기를 비롯한 기본 방역 수칙을 공연장에서 계속 지켜달라고, 보다 분명하고 강하게 전달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변화 - 음악 이상의 역사 인식

앞서 언급한대로 올해 관악제는 8월 여름과 12월 겨울 일정으로 나뉜다. 여름은 관악제와 콩쿠르 예선을 치르고, 겨울에는 관악콩쿠르 결선과 작곡콩쿠르 결선, U-13 Band Contest를 연다. 여름에만 치르던 관악제 기간 동안 서울에서 일부 공연을 가진 적은 있어도, 이번처럼 비중을 둬서 나눈 경우는 26년 역사상 처음이다. 작곡콩쿠르도 올해 처음 개최한다. 위기를 기회 삼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은 긍정적인 발전으로 부를 만하다.

1995년 시작은 비록 작았지만 현재 제주국제관악제는 명실상부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음악 행사로 손꼽힌다. 코로나 직전에 열린 2019년 기준으로 관악제 기간 동안 17개국, 4200여명이 제주를 방문했다. 2018년과 2019년 대한민국 공연예술제 지원사업 평가에서 2년 연속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으며, 근래 초·중·고 음악 교과서에 국내 유명 음악제 중의 하나로 소개됐다.

제주국제관악콩쿠르는 2009년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의 인준을 받아, 개인 부문에서 내국인이 2위 이상 입상 시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올해 콩쿠르에는 17개국 255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관악 장르 콩쿠르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조직위원회는 설명한다.

제주지역 문화 행사 가운데 20년 넘는 역사를 이어가며 안팎의 발전을 동시에 일군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관악제는 맨 앞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보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행사로서 자리매김 하는 것은 관악제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숙제로 보인다.

무엇보다 관악제가 질적으로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 꼭 짚고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이다. 

관악제는 마지막 공연인 경축음악회의 피날레를 안익태가 작곡한 ‘한국환상곡(Korea Fantasy)’로 대부분 장식해왔다. 올해, 2019년, 2018년, 2017년, 2016년 등 최근뿐만 아니라 2000년대 전후에도 한국환상곡이 명단에 올라가 있다. 사실상 고정 레퍼토리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자주 선곡해왔다. 지난해 경축음악회에서는 드물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을 선택했다.

한국환상곡이 지닌 웅장함과 애국가로 이어지는 상징성은 장점이다. 그러나 작곡자 안익태의 역사적 평가와 한국환상곡에 대한 원곡 논란은 장점으로 해소하기 버거워 보인다.

안익태는 1938년 일왕을 찬미하는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에텐라쿠(Etenlaku)’를 발표하고,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만든 ‘일본 탄생 2600년 축전곡’을 지휘했다. 이런 활동들을 이유로 민족문제연구소는 안익태를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다.

특히 한국환상곡은 자신의 다른 곡 ‘만주환상곡’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익태는 1942년 베를린에서 열린 만주국 건국 1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자신이 만든 ‘큰 관현악단과 혼성합창을 위한 교향적 환상곡-만주’를 선보인다. 1942년은 나치 독일 시대다. 만주국은 일본제국이 중국 침략을 위해 만주 지역에 세운 괴뢰 국가다. 몇 년 전 1942년 음악회 영상이 발굴되면서 한국환상곡과 만주환상곡이 유사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념 음악회 영상은 유튜브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만주국. 그 만주국을 찬양하는 만주환상곡을 만들고 지휘한 안익태. ‘애국가’ 선율을 포함한 한국환상곡이 만주환상곡과 유사한 사실. 때문에 안익태의 애국가를 대신할 새로운 노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제주국제관악제를 찾아오는 아이들이 한국환상곡이 어떤 곡인지, 8월 15일 광복절날 왜 한국환상곡을 연주하는지 물어보면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이 같은 문제 의식은 정치적인 잣대 보다 민족정기에 가깝지 않을까? 관악제가 계속해서 제주를 대표하는 음악 축제로 뿌리내리기 위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바람직한 대안으로 관객과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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