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시장께 드리는 공개서한

일주일 여간 개인적인 일로 출타했다가 오랜만에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태풍 '메기'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어김없이 산지천은 흙탕물로 변해 있었습니다. 희뿌연 부유물도 여전히 떠다니고 있구요.

문득, ‘수영금지’ 현수막이 생각나 당초 그게 걸려있던 다리를 쳐다보니 현수막은 간곳이 없었습니다.

“제주시가 방침을 바꾸었나보다”며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 무렵, 이게 왠일입니까? 다리 옆 화단에 안보이던 큼직한 팻말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빨간 색으로 큼직하게 ‘수영은 금지해요’라는 내용이 써 있고, 그 밑에는 어김없이 “산지천은 청정하천으로 보호해야 합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전 현수막에는 ‘제주시문화관광관리사업소장’ 명의에서 ‘제주시장’ 명의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단단한 철판을 다리로 하여 산지천 가에 박혀 있는 이 경고팻말을 보면서 한숨과 함께 시장님께 편지를 씁니다.

저는 지난 9일자 '제주의 소리'를 통해 제주시 당국에 이 문제의 해결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 내용을 다시 요약해 보겠습니다.

“이 곳에 아이들의 수영을 금지하는 현수막을 건 것은 넌센스다. 그것도, 수영금지 이유가 산지천을 청정하천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은...조금만 비가 내려도 거대한 하수구로 변해버리는 산지천에서...고기들이 돌아오는 것만이 생태하천의 징표가 아니라, 사람들이 아이들이 산지천으로 돌아온 것이야 말로 진정 생태하천의 징표가 된다는 것을 어찌 모르는가? 물놀이 사고 위험이 있어 수영을 금지한다는 건 이해가 되나 산지천을 청정하천으로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런다는 건 말이 안된다. 오히려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산지천에 안전한 친수공간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또한 진정 청정하천을 원한다면 조금만 비가 내려도 거대한 하수구로 변해 악취로 진동하는 산치천의 두 얼굴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 산지천에서의 수영을 금지하는 팻말.
이러한 필자의 얘기에 제주시 당국은 말랑한 현수막 대신 더욱 튼튼한 쇠말뚝으로 답한 셈입니다. ‘안돼!’ 라고. 일언지하에...

하여, 김영훈 시장께 묻습니다.

이 팻말이 진정 시장님의 뜻인지요?

(제 글의) 댓글로 올려진 한 시민의 글 처럼, 아이들이 물놀이 하다가 가끔씩 ‘쉬~’해서 산지천 물이 오염된다는 말인지요?

비만 오면 시궁창으로 변하는 산지천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청정하천 보호 명목으로 아이들의 물놀이를 금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설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진정 산지천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실 의향은 없으신지?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이것이 시장님의 본의가 아니라고 믿으며, 이에 대한 공개적 답변을 이 공간을 빌어 정중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더불어 이 글이 참여연대 대표가 아니라, 산지천에서 물장구치는 동네 아이들의 질문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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