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극협회 제30회 소극장 연극 축제, 24~29일 개최

소극장 공연의 매력, 그리고 변화하는 제주 연극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열린다.  

제주연극협회 주최 ‘제30회 소극장 연극 축제’가 24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장소는 제주문예회관 소극장, 세이레아트센터 두 곳이다. 시간은 오후 7시 30분으로 모두 동일하다. 

30년이라는 긴 역사 속에, 이번 연극 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제약 속에 극단마다 변화를 추구하는 의미 있는 시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창작 역량 강화(예술공간 오이), 청년들의 도전(가람·파노가리), 타 극단 소속 연극인들과 협업(이어도·퍼포먼스단 몸짓), 작품 완성도(세이레) 등 참가 단체 전반에 걸쳐 나름의 고민들이 묻어난다.

극단 세이레 작품 '엄마' 출연진과 제작진. 사진=제주연극협회.

 극단 세이레 - 24일 세이레아트센터 ‘엄마’

축제 시작은 극단 세이레의 연극 ‘엄마’로 시작한다. 김숙종 작, 정민자 연출이다. 세이레와 김숙종 작가의 인연은 꾸준히 이어가는 편이다. 세이레는 ▲콜라소녀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엄마 등 김숙종 작가의 주요 작품을 무대 위에 올렸다.

밝은 햇살이 비추는 집, 해숙은 오늘도 딸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를 맞이하려 비워둔 자리에, 절망을 짊어지고 떠돌아다니던 정우가 들어온다. 기다리던 우리는 아니지만 해숙은 정우를 딸처럼 맞이한다. 애자와 애자동생 문희는 해숙의 가족과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가까운 이웃이다. 두 자매는 정우가 해숙의 아픔을 헤집어놓으려는 이들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해서 오늘도 해숙의 집으로 출동한다. 그렇게 해숙, 정우, 애자, 문희 네 사람은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데...

- ‘엄마’ 줄거리

출연진은 양순덕(엄마 역), 설승혜(문희 역), 박은주(정우 역), 정민자(애자 역) 등 세이레의 주축 멤버들이 출동했다.

무대 감독은 강상훈, 의상은 김이영·신예경, 음향 오퍼는 장문정, 조명 오퍼는 김마유, 분장은 이영원·현유상, 진행은 문종선·이주민·고정민·최지수가 맡았다.

이번 작품에서 연출 겸 배우를 맡은 정민자는 “엄마는 그 어떤 보상도 바라진 않는다. 자식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내 자식이라면 목숨까지 내어줄 정도로 무조건 사랑하고 희생하는 게 엄마”라며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극단 예술공간 오이 작품 '감금' 출연진과 제작진. 사진=제주연극협회.

 예술공간 오이 - 25일 세이레아트센터 ‘감금’

극단 예술공간 오이는 연극 ‘감금’을 공연한다. 전혁준 작, 고승유 연출이다. 이번 작품은 오이의 창작극 3부작의 첫 번째 순서다. 감금으로 시작해 ‘사슬’, ‘룸’으로 이어진다. 3부작 가운데 ‘사슬’은 2016년, 2018년 이미 선보인 바 있다.

낯선 곳에서 깨어 난 남자 둘, 여자 둘, 그들은 사회 취약계층인 노숙자들이다. 노숙을 하던 그들은 자는 사이에 납치당해 알 수 없는 공간에서 깨어났다. 그들을 납치한 자들은 누구이며 목적은 무엇인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들에게 백억이라는 돈을 제시하면서 게임을 종용한다. 생명의 위협도 없고 가장 오래 감금당해야 하는 게임. 백억은 누구에게로 갈 것인가?

- ‘감금’ 줄거리

출연진은 전혁준(사회자 역), 이휘연(명태 역), 홍수지(루비 역), 강영지(땡전 역), 노현정(선비 역)이다. 

조연출은 현대영, 액팅 코치는 김소여, 오퍼는 부지원, 소품은 김태형, 진행은 김지은·김수민이 맡는다. 기획은 전하얀, 남석민, 박민수, 이휘연, 현대영, 김지은이 팀으로 모여 담당한다.

모처럼 연출자로 나서는 고승유는 “우리의 욕망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자기 자신 안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 모든 것을 경험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욕망하는 자율적인 존재일까? 그렇지 않다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고 있다면 그 욕망의 원천은 어디인가? 그렇다면 우리들은 무엇을 바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작품을 소개했다. 

극단 가람 작품 '당신이 잃어버린 것' 출연진과 제작진. 사진=제주연극협회.

 가람 - 26일 문예회관 소극장 ‘당신이 잃어버린 것’

극단 가람은 연극 ‘당신이 잃어버린 것’을 선보인다. 창작집단 독 작, 오지혜 연출이다. 지난 2015년 극작가 9명이 모여 발간한 같은 제목의 희곡집을 선택했다.

책에 실린 26개 단편 가운데 ▲두통 ▲갈까 말까 망설일 때 ▲크리스마스 특선 ▲언제나 꽃가게 등 네 편을 공연한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누군가를 잃었다는 사실 하나로 이어진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몇 년간 땅 속에 묵혀두었던 상처를 꺼내든다.

- ‘당신이 잃어버린 것’ 줄거리

출연진과 연출 포함 제작진 모두 30대 이하 청년들로 채웠다. 출연진은 강지훈(박형태 역), 고훈민(이석호 역), 김민건(남자 역), 고영은(애린 역), 오채윤(옥분 역), 유채연(차유진 역), 문준엽(택시기사 역), 김예진(학생여자 역), 강경민(학생남자 역), 우준희(남편 역), 류미선(아내 역)이다.

기획은 강지훈, 조연출은 장해람·김민건, 무대 감독은 고훈민, 조명 감독은 양진영, 음향 감독은 최우진, 조명 디자인은 고영은, 무대 디자인은 장은지, 조명 오퍼는 문준호, 음향 오퍼는 문지현, 의상은 양유정, 진행은 김다은·민지인이 담당한다. 

오지혜 연출은 “상실을 겪은 사람들의 시간은 대개 상처를 받은 바로 그 순간에 멈춰있기 마련”이라며 “그러다가 문득 한 생각이 흐린 시간의 구름을 뚫고 한줄기 햇살처럼 빛난다. ‘더 이상 그 시간에 머물 수 없다.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고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마음 속 겨울이 한여름으로 변하는 바로 그 순간, 당신의 삶에도 매미 소리가 깃들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극단 이어도 작품 '자살에 관하여' 출연진과 제작진. 사진=제주연극협회.

 이어도 - 27일 문예회관 소극장 ‘자살에 관하여’

극단 이어도는 연극 ‘자살에 관하여’를 들고 왔다. 이강백 작, 변종수 연출이다. ‘자살에 관하여’는 국내 대표 극작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이강백의 1994년 발표작이다. 

시계가 2시 40분을 가리키고 있는 새벽, 라디오 방송국 PD인 남지인의 독신자용 아파트에 요란하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불청객이 찾아왔다. 깊은 잠 속에 빠져있던 남지인이 맞이한 사람은 고향에서 함께 자란 친구 유경화. 창백한 얼굴로 방문한 그녀는 동거 중인 남자와 다투다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이번에도 실패했다고 말하며 연신 구토를 해댄다. 다시 살아난 것을 축하하며 반복되는 사연으로 비좁은 아파트를 방문하는 이유에 관해 묻자, 단 한 번도 헤어질 생각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은 없다며 그들 모두가 그립다고 말하는 유경화.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없는 남지인은 고요했던 자신의 울타리를 침범당해 몹시 불편하다. 

- ‘자살에 관하여’ 줄거리

출연진은 송애순(유경화 역), 이선숙(남지인 역), 김경만(단역)이다. 무대 감독은 장원영, 기획은 강명숙, 음향은 임상호, 무대 담당은 정승록·정상언·박진우, 진행은 변소연·송정혜가 맡았다.

연출자 변종수는 극단 ‘문화놀이터 도채비’를 이끄는 제주 연극인으로, 이번 공연에서 이어도와 손을 잡았다.

변종수는 “작품 ‘자살에 관하여’는 제목만 들으면 심각한 내용 같지만 작가는 유쾌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면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궁지까지 몰린 이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잠시나마 팬데믹을 잊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이 작품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연출에 임해본다”고 피력했다.

극단 파노가리 작품 '우리 행복할 수 있을까요?' 출연진과 제작진. 사진=제주연극협회.

 파노가리 - 28일 문예회관 소극장 ‘우리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극단 파노가리는 창작극 ‘우리 행복할 수 있을까요?’를 선보인다. 김수용·문재용·임청아 작, 채병연 연출이다. 출연진 세 명이 글을 쓰고 직접 출연도 하는 구조를 띄고 있다. 

성북구의 모 병원에 모인 서로 다른 세 사람. 어떠한 접점도 없지만 그들은 한 장소에 모이게 됐다. 그들에게는 어떠한 사정이 있었을까. 어떤 아픔을 지닌 채로 이곳에 오게 됐을까. 각자의 아픔과 마주치는 청년들의 이야기. 우리 행복할 수 있을까요?

- ‘우리 행복할 수 있을까요?’ 줄거리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청년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수용(김경서 외 2역), 임청아(임재민 외 1역), 문재용(문선민 외 3역)이 출연한다. 

무대 감독은 강혜림, 음향 오퍼는 김지희, 조명 오퍼는 김선우, 조명 제작은 문재승, 음향 제작은 채병연, 의상은 박민주, 소품은 조동완, 진행은 엄윤상이다. 

채병연 연출은 “극을 통해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행복을 응원할 수 있는, 또한 현재 나의 삶에서 나 스스로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할 수 있는 어둡지만 따뜻한, 아프지만 희망이 되는 연극이 되기를 원한다”고 소개했다. 

극단 퍼포먼스단 몸짓 '그대는 봄' 출연진과 제작진. 사진=제주연극협회.

 퍼포먼스단 몸짓 - 29일 문예회관 소극장 ‘그대는 봄’

마지막 순서는 퍼포먼스단 몸짓이 장식한다. 김정숙 작, 강종임 연출의 ‘그대는 봄’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서울 초연 당시 큰 호응을 얻어 앙코르 공연까지 가졌다. 당시에는 극단 ‘마음같이’가 제작하고 극단 ‘화성에서 본 지구’가 주관한 바 있다.

아들 자랑하느라 더운 날씨에도 파카를 입고 다니는 명길네, 가족도 없이 혼자 살면서 개를 마치 자기 자식마냥 애지중지 키우는 장계네, 가지고 있는 땅을 모두 팔아 자식에게 준 이후로 전혀 왕래를 하지 않는 자식을 둔 민관이네는 한 동네에 시집 와서 오랜 세월을 같이 살아온 이웃이자 친구이다. 어느 날, 보건소에서 자주 감빡감빡하는 민관이네가 치매라는 진단을 받게 되는데...

- ‘그대는 봄’ 줄거리

출연진은 양현정(민관이네 역), 강종임(장계네 역), 진정아(명길이네 역)로 꾸렸다. 양현정 배우는 세이레와 퍼포먼스단 몸짓 작품에서 모두 주연으로 나선다. 무대 감독은 강현주, 조명은 이윤주, 음향은 고예슬, 무대 담당은 이청으로 꾸렸다.

연출자 강종임은 “이 작품이 굉장히 밝고 희망적이게 느껴지는 것은 세 할머니들이 비관적으로 살아가기 보다는 서로가 보듬고 의지하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이 춥고 앙상한 겨울이 아니라 생명력이 톡톡 피어나는 ‘그대는 봄’이 아닐까? 작품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도 봄과 같은 삶이 펼쳐지기를 바란다”고 소개했다.

제30회 소극장 연극 축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고려해 각 공연마다 관람객은 선착순 35명으로 제한한다. 

18일부터 제주지역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됐다. 공연장은 허가 받은 정규 공연시설에서만 공연할 수 있고, 밤 10시 이후로는 운영할 수 없도록 강화됐다. 이번 소극장 연극 축제는 정규 공연시설 한정, 밤 10시 이후 제한, 거리두기 적용한 관객 제한을 비롯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치러진다. 마스크 미착용 시 입장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는 곳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극장이란 공간도 당연히 감염병의 위협에서 안전할 수 없다. 그러나 관객들이 일정 거리를 둔 채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는 환경은 술집, 음식점 등 다른 공간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상용 제주연극협회 지회장은 인사말에서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이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연극애호가가 된다면 보다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극제가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서로 치유하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힘든 시기를 보낸 도민들에게 연극이 큰 위로와 행복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문의 : 064-75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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