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디 골아봅주’ 제주가치-제주의소리 공동기획] 강경식 시민정치연대제주가치 공동대표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후 30년, 제주국제자유도시 출범 20년을 맞은 제주. 개발과 성장만을 외치며 달려온 오늘 제주의 모습은 도민이 바라던 행복과 풍요에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지난 30년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미래 100년을 향한 진단과 성찰, 그리고 근본적인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발적이고 다양한 정치참여를 통해 제주다움을 지키고 더 나은 제주를 만들어가려는 시민모임인 '제주가치'와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공동기획으로 마련한 릴레이 칼럼 ‘혼디 골아봅주’(함께 이야기해봅시다)를 매주 싣는다. 제주가 과잉관광과 난개발 위기로부터 탈출, 지속가능한 생태평화 공동체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주가치 공동대표 8인의 참여로 도민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편집자 글]  

양용찬 열사가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며 분신한지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에 이어, 2002년 사람과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규제완화로 민자·외자유치를 이끌어 국가발전을 위한 홍가프로형 개발을 지향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을 제정해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한 지도 20여 년이 되었다. 4개 시군을 통폐합하여 2006년 7월1일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는 15년이 지났다.

제주가 제3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수립이 한창인 이때, 우리는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이후 제주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난 30년을 진지하게 진단하고 성찰하며 앞으로 50년, 100년 제주의 미래를 설계하며 도민들과 함께 이정표를 바로 세워야 할 매우 중요한 시기라 할 것이다.

지난 30년을 진단하고 성찰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필자는 다음 4가지를 기준으로 삼고자 한다. 우선, 유네스코 3관왕, 람사르습지 등 세계적인 보물섬 제주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가이다. 둘째, 그동안의 관광개발로 제주도민의 삶의 질은 나아지고 있고 도민들은 더 행복해졌는가다. 셋째, 특별자치도라고 하는 제주에 주민자치역량이 강화되고 도민이 주인되는 참된 제주사회로 나아가고 있는가다. 넷째, 우리 세대를 넘어 이곳에서 태어나고 살아갈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미래가 있는 매력적인 제주인가이다.  

ⓒ제주의소리
지난 30여 년, 제주는 정부주도의 대규모 관광단지 중심의 관광개발, 외자·민자 유치와 규제완화, 조세감면을 통한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무분별한 난개발이 자연과의 공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래픽 이미지=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그럼, 먼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로 나아가고 있는지 진단해 보자. 지난 30여년, 제주는 정부주도의 대규모 관광단지 중심의 관광개발, 외자·민자 유치와 규제완화, 조세감면을 통한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제주는 이미 환경수용력을 넘어서는 난개발로 사람도 살기 어렵고 자연도 공존하기 어려운 제주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무분별한 개발과 투기로 사라진 농지와 초지, 임야는 안덕면과 비슷한 3천4백만평에 이른다. 곶자왈도 1/3에 가까운 900만평이나 훼손되었다.

중산간을 비롯한 제주 곳곳에 빌라와 단독주택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쓰레기는 넘쳐나고, 오폐수처리장은 처리에 한계를 보이고 있고, 정화도 되지 않은 오폐수가 바다로 흘러가기도 했다. 지하수 또한 오염되고 고갈되고 있다. 매년 1,0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버스 수송분담률은 14.7%로 예전과 다르지 않고 자가용, 승용차 이용률은 75.2%로 서울 대도시처럼 교통정체는 매우 심각하다. 세계환경수도니 탄소없는 섬이니 외쳐 보지만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급기야 문제를 제기해왔던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등 44개 시민사회단체는 국제자유도시 폐기와 제주사회 대전환을 위한 연대회의를 결성했다. 지난 30년간의 성장과 토목중심의 관광개발, 신자유주의 국제자유도시 추진은 난개발로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지속 불가능한 제주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반환경적, 반도민적 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는 지금 당장 폐기해야 도민도 살고 제주자연도 산다.  

둘째, 지난 30년 동안 제주도민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는 높아졌는지 살펴보자. 예전에는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제주의 관광개발과 환경문제를 제기를 해왔다. 그런데, 요즘 제주사회가 심상치 않다. 육지지방에서는 서로 유치하려는 수조원에 달하는 국책사업, 제2공항 사업은 공식 도민 여론조사에서 반대여론이 높게 나오고 환경부는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최종 반려하며, 사실상 제2공항 사업은 무산되었다. 도민들 절반 이상이 개발이 아닌 보전을 선택했다고 판단된다. 

이제, 대다수의 제주도민들은 관광개발이 도민들에게 큰 이득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피부로 느껴서 잘 알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는 그동안 대규모 관광개발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대규모 관광개발은 소중한 제주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경관자원을 사유화하며, 이익은 개발업자와 내외국인 면세점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도민들은 알고 있다.

대규모 리조트와 호텔에 자녀들이 일부 취업은 했지만 대부분 저임금의 비정규직이나 청소부이다. 그동안 수치상으로 보면 인구는 크게 증가하고, GRDP성장율도 다른 시·도보다 높게 나타나고 관광객도 500만 규모에서 1,500만명 규모로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내면은 어떠한가? 관광업계는 기존 70-80년대에 비해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은 전국 시도에서 가장 높고 노동자 평균임금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 자영업은 임금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 팬더믹으로 지난해 지역경제 GRDP성장율은 –9%로 전국 시·도중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코로나19로 관광에 의존해왔던 도내 많은 영세상인들은 도산에 위기에 직면해 있다.

몇 년 전 인구가 증가하고 투기 열풍이 불며 제주의 땅값, 집값은 수도권 만큼이나 올랐다. 공시지가 상승과 토지거래 증가로 제주도가 지방세수입의 특수를 누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다시, 도내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다시 치솟고 있다. 2019년 제주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1,273만원에서 2020년 1,646만원, 올해는 무려 2,573만원으로 대폭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아파트 매매가격 외에 분양가, 전세값까지 덩달아 상승세를 보여 서민들의 주거안정은 다시 불안해졌다. 

그동안의 대규모 관광개발의 결과, 도민의 생활환경과 주거환경을 악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임금과 노동의 질 또한 더 나아지지 않았다. 도민의 삶의 질은 악화되고 도민들이 더 행복해지지도 않았다. 

셋째, 제주는 지난 2005년 7월 27일 전국 최초로 주민투표가 실시 되었다. 전국을 50만에서 100만 규모의 단일계층구조로 만들어 보자는 정부의 구상에 따라, 제주가 시범도로 선정되어 사실상 4개 시·군 기초자치단체를 없애는 광역 자치단체를 도입하는 정부주도의 주민투표가 실시된 것이다. 행정의 효율성과 자치와 분권, 나아가 연방제 수준의 특별 지방자치를 실시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광역도와 함께 4개 시·군을 통폐합하고 법인격이 없는 2개 행정시로 하는 안이 채택되었다. 

이에 따라, 2006년 7월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실시 되어 오늘에 이른다. 15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행정의 효율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읍면동, 행정시 공무원들의 자존감은 상실되었다. 행정시는 정부와 도에서 내려주는 예산을 집행하는 하부 행정기관으로 전락하였고, 시·군 기초자치단체가 있을 때의 역동적 정책사업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오죽하면, 행정시장들이 이구동성으로 퇴임하면서 도청의 국·과장만큼도 힘이 없다며 행정시장의 한계를 한탄했겠는가? 

더욱 문제는 주민의 접근성은 떨어지고, 풀뿌리민주주의는 크게 후퇴하였으며, 주민자치위원회 제도를 특별법에까지 명시하며 시행하였지만 도민의 자치역량은 강화되지 않았다. 결국,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제왕적 도지사만 탄생하고 말았다. 

그동안, 정부로부터 5,000여건에 달하는 많은 권한과 사무, 8개 정부 산하 지방행정기관이 이양되었지만 이에 따른 인력과 예산지원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행정계층구조를 달리하기 위한 주민투표도 행정안전부장관의 승낙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무늬뿐인 특별자치도로 전락한 것이다. 하루빨리 제주특별법 제8조 2항을 개정하여 자기결정권을 갖어 와야 한다. 

진정한 특별자치도라면 읍면동 자치를 포함한 다양한 선진 대의민주주의 제도와 직접민주주의 제도 등 도민들이 충분한 논의와 스스로의 결정으로 독특하고 선진적인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할 수 있어야 특별자치도라 할 것이다. 행정구역과 논의와는 별도로 법인격이 있는 기초자치단체는 반드시 다시 도입되어야 제주의 미래가 있다. 우도면과 추자면의 경우, 특별보좌관을 둘 것이 아니라, 4급 정도의 공무원 위상과 급여를 보장하는 4년 임기의 민간인 선출직 면장을 선출하는 정도는 되어야 특별자치도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우리 세대를 넘어 이곳에서 태어나고 살아갈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미래가 있는 매력적인 제주인가이다. 제주의 청년들에게 제주를 지키고 살아갈 만큼 매력적이고 희망과 미래가 있는 제주인가 질문을 던졌을 때, 과연 몇 명이나 그렇다고 답할 것인가? 

지난 7월 14일,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의 고용통계 분석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의 고용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올 2분기 청년 실업자는 4,900명으로 1년 전보다 1,500명(44.1%) 늘었다. 청년실업률은 9.2%로 1년 전보다 2.2%p 상승하며, 1999년 4분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2014년 4월(9.9%)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제주 청년층의 일자리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필자 나름대로 지난 30년을 지배해 왔던 제주특별법을 중심으로 제주의 과거를 성찰하고 진단해 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제주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필자는 아직도 제주는 늦지 않았고 희망과 미래가 있다고 본다. 이제라도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개발안식년제를 과감하게 도입하고, 제주의 최고의 무기인 자연환경을 잘 보전하며 생태평화도시로 나아가는 것이다. 생태환경대학, 평화대학, 친환경농업대학을 설립하여 미래지향적이고 특성에 맞는 제주의 인재를 키워나가야 한다.

논의만 무성한 환경보전기여금제도를 도민 모두가 하나로 뭉쳐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여 즉각 도입해야 한다. 아름다운 제주를 잘 가꾸고 해설할 수 있는 역량만 있으면 얼마든지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고 살아갈 수 있는 제주를 만드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대규모 개발업자와 골프장 등에 막대한 세금을 깍아 주는 어리석은 일은 이제 멈춰야 한다. 받을 세금은 제대로 받아내고 개발이익도 제주도민들에게 제대로 환수해야 한다. 연간 1,000억이 넘는 내국인면세점 이익도  이제는 개발센터로부터 찾아와서 제주공기업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예산으로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드는데, 제주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쓰여지도록 하면 된다. 제주의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지 않고 제주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행복한 미래를 열어가도록 제주사회를 만들어 보자.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이러한 의제를 갖고 모든 정치권과 시민사회, 도민들이 함께 지난 30년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정부와 관,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제3차 국제자유도시종합개발계획과 제주특별법 개정이 아닌, 도민들이 중심이 되어 도민이 만들어가는 도민을 위한 특별법 전면 개정 공론의 장, 새로운 제주사회를 만들어가는 정책과 비전 제시의 장, 제주사회 대전환의 장이 되었으면 참으로 좋겠다. 

강경식 공동대표는? 

1988년 제주대학교 경상대학 학생회장, 1988년-89년 송악산군사기지반대 제주대학교학생대책위원장 및 4개대학 학생대책위원장, 1992년 제주민주청년회 부회장 등 제주민주청년회 및 제주청년단체협의회에서 활동했다. 1999년 제주주민자치연대 창립 멤버로 사무처장, 참여자치위원장, 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이도2동 갑지역구 민주노동당후보로 도의원에 출마 179표차(2%)낙선, 2006-2007년 2년간 친환경우리농산물학교급식제주연대 사무처장 상근 활동, 2008년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위원장,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재출마해 제9대 도의원에 당선됐다. 2014년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2선 도의원(10대 도의원)으로 4년간 의정 활동 후 2018년 지방선거에 불출마 선언했다. 2021년 현재 농업과 자영업에 종사하면서 시민정치연대제주가치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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