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리화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 “항소심 재판부 판단 유감”

제주에 추진되는 국내 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이 부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뒤집혀 후폭풍이 예상된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원고) 유한회사가 제주도(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18일 녹지측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고법은 외국인 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을 패소한 피고 제주도가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패소한 녹지측이 항소심에서 승소해 결과가 뒤집힌 상황이다. 

이번 소송은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부 허가(선행처분)’와 ‘병원 개설허가 취소(후행처분)’ 2개의 행정행위로 연결돼 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2018년 12월5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해 녹지병원 개설을 조건부 허가한 바 있다. 당시 녹지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은 진료 거부에 속해 의료법 위반 등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병원 개설을 미뤘다. 

의료법 제64조(개설 허가 취소 등)에 따르면 허가 이후 3개월동안 ‘정당한 사유’ 없이 병원을 개설하지 않으면 관련 지자체를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제주도는 녹지측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병원을 개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제주도의 녹지병원 개설 허가 취소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다. 

녹지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 제한은 개설을 미룰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해 왔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는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다르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녹지 측이 개설을 미룰 수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해 제주도의 개설허가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이다. 이날 재판부는 별다른 주문 이유 설명 없이 선고만 내렸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선행처분인 ‘내국인 진료 제한’에 대한 법적 다툼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만약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까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면 녹지병원은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이 아니라 내국인도 포함한 국내 1호 ‘영리병원’이 될 수 있다.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히면서 제주도도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는 우선 결과가 뒤집힌 정확한 사유를 파악중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법률팀 등이 모두 모여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 이유 파악이 우선이다. 이후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짧게 답했다.

이와 관련해 양영수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이날 [제주의소리]와 전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영리화저지 운동본부 내부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논의하는 등 지속적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녹지병원은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대 153만9013㎡ 부지에 병원과 휴양콘도, 리조트를 건설하는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녹지측은 2015년 3월 녹지병원 건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같은 해 12월 보건복지부는 녹지병원 설립 계획을 승인했다. 

도민사회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영리병원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2018년 제주도는 숙의형 민주주의 공론화조사를 진행했다. 수개월간 진행된 공화조사 결과 공론화조사위원회는 ‘개설 불허’ 결정을 내렸지만, 원희룡 전 지사는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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