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개설 지연 정당한 사유’ 판단 완전 뒤집혀...내국인 진료제한 위법성 판단도 부담  

녹지그룹이 2016년 4월 착공해 2017년 7월 준공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건물. 2019년 4월 제주도가 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하면서 2년 넘게 소송이 진행중이다.
녹지그룹이 2016년 4월 착공해 2017년 7월 준공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건물. 2019년 4월 제주도가 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하면서 2년 넘게 소송이 진행중이다.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8개월 만에 180도 달라졌다. 원심이 유지되면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제한의 위법성에 이어 막대한 배상 책임까지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18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2019년 4월17일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처분의 법적(의료법) 근거가 되는 ‘개설 지연의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느냐 여부다.

의료법 제64조(개설허가 취소 등)에는 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를 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 정당한 사유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은 경우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녹지측은 제주도가 개설허가 과정에서 위법한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을 내걸었고 그 여파로 개설허가가 늦어지면서 인력까지 이탈했다며 줄곧 개설 지연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녹지측이 진료 개시 확인을 위한 공무원의 업무를 오히려 방해하고 실제 진료를 위한 움직임도 없었던 점을 내세워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다며 맞섰다.

2020년 10월 열린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개설허가에 위법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관련법에 따라 일단 개설 허가 후 3개월 이내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며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개설허가 지연으로 인한 인력 이탈에 대해서도 오히려 녹지측이 병원 개원 준비를 위한 어떤 조치도 없었다며 의료법상 개설 지연의 정당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지 않은 것을 전제로 설립이 추진됐고 개설 허가 절차가 15개월이나 지연된 사유를 녹지측의 잘못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해석을 달리했다.

더 나아가 내국인 진료 제한으로 최초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따른 사업계획 변경이나 개원 준비가 달라져 개원 추진이 어려줘 졌다며 개설 지연의 정당한 사유를 인정했다. 

의료법상 개설허가 취소 사유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부의 책임소재 판단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최종 법리적 판단은 상고심인 대법원에서 최종 가려지게 됐다.

제주도가 최종 패소하면 내국인 진료제한에 대한 법적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 녹지측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의료기관 개설허가조건 취소 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녹지측이 제기한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소송’을 기각하면서 내국인 진료 제한 내용이 담긴 ‘개설허가조건 취소 소송’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했다.

개설허가 취소가 유지되는 한 조건부개설에 대한 법적 판단은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개설허가 취소처분이 취소되면 내국인 진료 제한 처분에 대한 법적 판단을 해야 한다.

이마저 패소할 경우 전국 최초로 제주에서 내국인과 외국인 진료가 가능한 영리병원의 개설허가가 가능해진다.

행정소송이 끝은 아니다. 2개 재판에서 녹지측이 승소하면 곧바로 병원 개설 지연에 따른 피해액 회수를 위해 손해배상 민사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2017년 의료인력을 채용하고 건물 준공까지 마쳤지만 문을 열지 못하면서 4년이 넘는 지금까지 유령 건물로 남아 있다.

제주도는 판결문을 입수하고 곧바로 자문 변호사를 통해 법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행정 처분에 따른 항소심 판단을 분석해 조만간 광주고등법원 제주부에 상고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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