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56) 백신 이상 증상, 고용 형태 따지며 나타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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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이상 증상은 노동자의 고용 형태를 따지며 나타나지 않는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접종 후 백신휴가 사용하셨나요?  

지역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작년 11월까지 두 자리 수에 불과하던 확진자 수가 지난 주 평균 일일 확진자 수 46명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까지 차오르고 있다. 코로나19에 무뎌지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도 들면서 다시 한 번 예방에 경각심을 갖게 되는 요즘이다. 

최근 19~49세 백신 접종예약도 진행되고 있다. 필수인력과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을 시작으로 코로나 백신 2차까지 접종한 비율이 제주의 경우 20%대를 막 넘어섰다고 한다. 1차 접종을 시작한 인원을 합치면 46%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상당수의 도민이 백신접종을 진행 중이거나 예정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적지 않은 경우 접종 직후 통증과 몸살, 고열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백신 접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시간을 보장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고열, 통증 등의 유증상자의 경우 1~2일간의 백신휴가를 권고하고 있다. 과연 노동자들은 접종 후 백신휴가를 사용했을까?

 백신 접종자에 대한 휴가 부여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지침’라는 지침을 내려 각 사업장에서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최근 업데이트 된 3월 31일 10-1판 지침에 백신휴가 제도를 언급하고 있다.

사업주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접종 당일에는 접종에 필요한 시간, 접종 후 이상 증상이 나타나 신청하는  경우에는 접종 다음날에 최대한 휴가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한다.

백신휴가는 사회가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백신접종 관련 휴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백신 접종률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 대응지침에 따르면 접종 후 이상 증상이 있어 휴가를 신청하는 경우 최대한 휴식을 부여하라는 것이다. 이상 증상 여부의 확인을 위해 별도의 의사소견서 등은 필요로 하지 않고 본인이 신청하면 최대 2일까지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의 발표 이후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백신휴가를 도입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어디 회사는 4일까지 보장하겠다고 발표도 했다. 다만, 백신휴가가 현실적으로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침은 백신휴가의 사용에 있어서 ▲사업장내 병가제도가 있는 경우 적극 활용할 것 ▲연차유급휴가를 신청하는 경우, 사용자는 최대한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시기변경 자제) ▲그 외 사업장 여건에 따라 가능한 범위에서 별도의 유급휴가를 부여할 것이라고 명시한다. 

즉, 정부의 지침 내용은 이미 제도화 되어 있는 범위 내에서의 사용을 권고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업주에게 법적 의무가 있는 건강검진 시간의 보장이나 선거 참여 등 공민권의 보장 등과 비교하였을 때 강제성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신휴가를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경우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로 보육, 소방, 공공 부문, 의료 부분 등에는 백신휴가를 ‘보장할 것’과 ‘대체인력 등 지원 대책’등이 포함되었지만 현장에서는 대체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무용지물이 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 차별의 민낯  

코로나19 시기를 관통하며 지속되는 재난불평등은 우리 사회가 품고 있던 다양한 분야의 차별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백신휴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이상 증상은 노동자의 고용 형태를 따지며 나타나지 않는다. 같은 사업장에서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에 따라 다르게 부여되는 백신휴가는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차별의 민낯 중 하나다. 백신 이상 증상은 노동자가 속해있는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나타나지도 않는다. 상시 노동자가 5인 미만인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이 일부 적용되기 때문에 정부에서 권고하는 연차휴가 사용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코로나 이후의 사회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마주한 각종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는 방향으로의 논의가 필요하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되면서 집회·시위의 자유조차도 보장되고 있지 못한 현실이지만 다양한 방식을 통해 코로나 이후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의 도출이 필요한 때이다.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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