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최소 1m 거리두기도 의미 없어...‘비좁은 공간’ 무대책으로 남나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의소리]입니다.

제주형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18일, 제주도민 A씨는 퇴근길에 제주 동문재래야시장 앞을 지나갔습니다. 코로나19 확진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위중한 상황인 만큼, 달라진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현장은 기대와 정 반대였습니다.

A씨는 “야시장은 흡사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종된 모습이었다”면서 “보기에도 위험할 만큼 사람들이 붙어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도 드문드문 보였다. 그런데도 단속하거나 거리두기를 지적하는 관리자도 없었다. 코로나 확산에는 전혀 경각심이 없었다. 심지어 아직도 3단계를 알리는 현수막까지 버젓이 내걸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현장 분위기는 어떨까요?

[제주의소리]는 19일 저녁 야시장을 방문했습니다. 현재 영업 시간은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입니다. 개장 시간을 조금 넘어 방문한 야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음식을 기다리는 줄은 동문시장 8번 출입구 앞을 채웠습니다. 

다행히 마스크는 거의 모든 방문객이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미착용 사례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음식 취식도 마찬가지로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야시장 내에서는 취식행위를 금지합니다. 포장만 가능’이라고 적힌 제주시의 안내 표지판이 단상에 올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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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문재래야시장 모습. 현장 음식 취식을 금지하는 제주시의 안내판이 있었지만 곳곳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취식행위에 대한 계도나 단속은 전혀 없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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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구입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 마스크를 대부분 착용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하지만 개인 간 거리두기는 제보자 내용대로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산지천 방향 골목은 그나마 앞뒤 간격을 벌렸지만, 반대 쪽 골목은 딱 붙어서 지나가야 할 만큼 비좁은 상태였습니다. 

특히, 반대 쪽에서는 야시장과 유사한 신규 점포들이 음악을 틀며 휴대용 ‘가스 토치’로 불을 뿜어내는 ‘불쇼’ 호객 행위를 선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점포에서 떨어지고 자연스레 통행이 좁아졌습니다. 거리두기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사실이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이 같은 무질서는 상인들에게도 불안으로 다가옵니다. 야시장 상인 L씨는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지만 솔직하게 거리두기 없이 모여 있는 상황은 무섭고 겁이 나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야시장 안팎에서 음식을 취식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지만 제재하는 경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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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주 출입구에 등장한 점포에서 불쇼를 선보이면서, 떨어져 줄을 서고 있다. 이 때문에 통행로가 비좁아진 상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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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토치 출력을 키워서 호객 행위를 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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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가 실종된 야시장 골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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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천 방향 야시장 골목은 비교적 나은 상황이다. ⓒ제주의소리

4단계 제주형 사회적 거리두기 고시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다중이용시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10가지 ‘시설 공통 방역수칙’은 준수해야 합니다. 시설 공통 방역 수칙은 ▲방역수칙 준수 ▲출입자 증상확인 및 유증상자 출입제한 ▲출입자명부 작성·관리 ▲마스크 착용 ▲음식섭취 금지 ▲손 씻기 ▲밀집도 완화 ▲환기하기 ▲소독하기 ▲방역관리자 지정 등입니다.

여기서 밀집도 완화는 ‘이용자 간 거리두기 2m 이상 준수, 최소 1m’를 권고하고 있지만, 동문재래야시장에서는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출입자 명부도 어떤 점포는 제주안심코드를 붙여놨지만 없는 경우도 있는 등 제각각이었습니다. 방역관리자의 역할도 과연 제대로 이행하는지 의문입니다. 

동문재래야시장 측은 야시장 구조 자체가 협소하기에 현실적으로 거리두기를 지키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야시장 관리자 B씨는 “거리두기 지침을 알고 있지만 현실성과는 거리가 멀어 어려움이 크다”면서 “다만, 시장 내 음식 섭취는 많이 없어졌다. 각 점포마다 청소를 하면서 청결에 신경 쓰고, 한 달에 두 번 씩 방역 회사에 의뢰해 전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제보자 A씨는 “아직까지 3단계 현수막이 붙어있던데 마치 야시장 분위기는 4단계가 아닌 것 같았다. 도민의 한 사람으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우려 섞인 입장을 전했습니다. 실제 시장 출입구에는 ‘3단계 격상’ 현수막이 달려 있었습니다.

4단계 격상에도 불구하고 3단계로 남아있는 시장 현수막처럼, 동문재래야시장의 무색해진 거리두기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무심하게 방치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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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 안에서 음식을 취식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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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 점포 가운데는 QR코드로 출입자 관리를 하는 곳이 있지만, 점포마다 제각각이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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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두워지자 줄도 길어졌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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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거리두기가 4단계로 지난 18일 격상됐지만, 동문재래야시장 출입구에 걸린 안내 현수막은 아직도 3단계로 홍보하고 있다. 관광객들 방문이 대부분인 야시장 특성상 거리두기와 방역 기준 이해에 대한 혼선이 우려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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