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도지사 선거 개입설·호텔 운영권 관련설 등 범행 동기 최대 관심사...공소시효도 쟁점

장기미제 사건인 제주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의자가 사건 발생 22년만에 해외에서 체포된 가운데, 범행동기 등 피살사건의 전말이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경찰청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6월23일 캄보디아에서 붙잡힌 김모(55)씨를 살인교사 혐의로 입건해 지난 18일 인천공항을 거쳐 제주로 데려와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이 변호사는 1999년 11월5일 오전 6시48분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옆 모 아파트 입구 사거리에 세워진 자신의 쏘나타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사 출신의 이 변호사의 나이는 피살 당시 44세였다.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추방돼 18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살인교사 용의자 김모씨. ⓒ제주의소리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추방돼 18일 제주국제공항으로 압송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의자 김모씨. ⓒ제주의소리

 방송에 자진 출연해 자백(?)한 피의자...범행동기는?

경찰은 김씨의 범행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조사중이다. 동기에 대해 경찰은 현재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발언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을 일종의 ‘자백’으로 보고 있다.

이 변호사 피살사건 발생 당시 경찰이 범인을 붙잡지 못하면서 도민 사회에서는 관련된 다양한 소문이 나돌았다.  

당시 경찰은 이 변호사 가족을 수사 대상에 올리기도 했으며, 모 호텔 지분 관련, 그당시 제주도지사 선거 개입 관련 등이 범행동기로 거론돼 왔다.  

제주시 연동 소재의 모 호텔 지분 관련 설은 이 변호사가 법적분쟁을 겪고 있는 도내 모 호텔의 법정관리인 성격의 대표로 선임되면서, 이 호텔을 인수했던 타지역 출신의 사업자 A씨와 갈등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제주에 인맥이 없던 A씨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 조직폭력배 김씨였고, A씨의 호텔 인수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또 조직폭력배의 제주도지사 선거 개입설도 있다. 당시 제주에서 활동하던 유명 조직폭력배 ‘유탁파’와 ‘산지파’ 등이 거론된다.

두 조직은 각각 지지하는 도지사 후보가 달랐고, 피살사건 이전에 당시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W후보의 금품살포 등 비리를 주장한 모 청년회 B씨를 이 변호사가 돕고 있었다. 

B씨는 W후보 비리 폭로 주장 기자회견 이후 돌연 종적을 감췄고, W후보를 지지하던 유탁파가 금권선거 자료를 확보하고 있던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라면서 아직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가 갑자기 방송에 출연해 이 변호사 피살사건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금전적인 문제가 유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보자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했지만, 프로파일러들은 방송에서 이구동성으로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을 진술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김씨는 이 변호사의 가족이 사건 당시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사실도 인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국내에 압송돼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변호사 피살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난 상황이기에 이 변호사 유족의 누명을 풀어주기 위해 방송에 출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이 변호사 피살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리면 유족 측이 자신에게 일종의 사례비를 줄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다.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추방돼 18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살인교사 용의자 김모씨. ⓒ제주의소리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추방돼 18일 제주국제공항으로 압송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의자 김모씨. ⓒ제주의소리

 공소시효 만료를 생각한 피의자, 폐지로 판단중인 경찰

사건 발생 22년만에 해외에서 붙잡힌 피의자에 대한 ‘공소시효’도 쟁점으로 꼽힌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났다. 살인교사 혐의의 경우 살인 혐의와 궤를 같이해 공소시효가 같다. 

이에 따라 이 변호사 피살사건의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4일 오후 11시59분까지로, 2014년 11월5일 0시를 기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다만, 경찰은 2015년 추가적인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공소시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변호사 피살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이후인 2015년 7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신설된 제253조 3항에 따르면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관련 사건이 아니라 별건 사건이라도 피의자가 형사처분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했을 경우, 이전 사건과 별건 사건의 공소시효가 모두 정지된다. 

김씨는 이 변호사 피살사건이 아닌 별도 사건에 대한 혐의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 변호사 피살사건 이후 수십차례 해외를 출입·국한 기록이 있다. 또 별도 사건의 형사처분을 피하기 위해 출국, 도피 생활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변호사 피살사건의 공소시효가 종료된 것이 아니라 2015년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공소시효가 폐지돼 유지되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는 이 변호사 피살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생각해 방송에 출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14년 11월4일부터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된 2015년 7월까지 8개월 정도의 차이가 있다. 

김씨가 이 변호사 피살사건 이후 형사처분을 피하기 위해 8개월 이상 해외에서 도피한 점 등을 경찰이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살인교사’ 아닌 ‘살인’ 혐의 가능성도...범죄동기 초미 관심

경찰은 지난 18일 김씨를 국내로 압송해 관련 내용을 수사중이다. 

김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올해 6월23일 캄보디아 포이펫에서 프놈펜으로 이동하다 현지 경찰에 적발됐다. 

제주 경찰은 지난해 7월1일자로 김씨를 살인교사 혐의로 입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이후 이뤄진 조치다. 

올해 8월 캄보디아 정부가 김씨에 대한 추방 결정을 내렸고, 국내 송환 절차를 거쳐 지난 18일 국내로 압송됐다. 

현재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교사’와 ‘협박’ 혐의다. 협박 혐의의 경우 자신이 살인범인 것처럼 방송에 나왔다는 취지로 제작진을 위협하면서 적용됐다. 

경찰은 김씨의 혐의 입증에 자신을 갖고 있다. 경찰은 혐의 입증을 위한 관련 증거와 증언 등도 확보해뒀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김씨의 혐의를 ‘살인교사’가 아닌 ‘살인’ 혐의로 바꿀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 19일 늦은 오후 김씨에 대한 구속이 필요하다고 검찰에 요구했고,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검찰은 같은 날 자정쯤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오는 21일 오전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실질심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도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보고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겠느냐. 다만 장기미제 사건은 협의 입증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22년전 제주에서 발생한 40대 변호사 피살사건. 20년 넘게 오리무중에 빠진 억울한 이 변호사 피살사건의 실체가 피의자 김씨 체포로 밝혀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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