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② 제주금당목장 송부홍 조합장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제주도의 가치가 높아지다 보니 마을공동목장 같은 대규모 토지를 사들이려는 개발업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정부와 제주도정이 방치해 아직 값이 오르지 않은 이 땅들이 먹잇감이죠. 순수한 농민 몇 사람만 유혹한다면 땅 팔리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사라져가는 제주의 보고(寶庫) ‘마을공동목장’을 지켜나가고 있는 금당목장. 제주 특유의 목축경관을 유지하기 위해 조합장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마을공동자산을 합리적으로 지켜내기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곳이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금오름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당오름에 있어 그 앞글자를 따 ‘금당목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 공동목장. 

드넓은 초지에서 풀을 뜯는 마소를 볼 수 있는 제주도 특유의 목축경관을 간직한 보물같은 땅,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마을 공동체의 자산. 이런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외면받고 언제 매각될지 모를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 오늘날 마을공동목장의 현실이다.

금당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송부홍 조합장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찮아 다른 곳의 마을 공동목장들이 사라져가고 있고 금당목장 역시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금당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송부홍 조합장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찮아 다른 곳의 마을 공동목장들이 사라져가고 있고 금당목장 역시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지난 14일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참가자들은 공동목장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가치를 모색한 뒤 해결책을 찾기 위해 금당목장을 방문했다. 이자리에서 송부홍 조합장은 마을공동목장이 처한 현실을 토로했다.

송 조합장은 “어떻게든 목장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넓은 초지에 경관작물도 심는 등 뭔가를 하려고 해도 제약이 많다”며 “포장된 길을 따라 양옆으로 2m가량만 꽃을 심어 방문객을 유인해 소득원을 만들려고 했는데 초지엔 불가능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장 명맥을 잇기 위해 경관작물도 심고 관광객을 끌어들여 수익체계를 다각화하겠다고 했지만, 목초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소들이 먹을 수 없는 외래 잡초는 신경도 안 쓰면서 경관작물 심겠다는 것은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또 “멀리서 보면 풀도 파랗게 자라는 목초밭이 얼마나 아름답나. 이 넓은 초지에 제거하기도 힘든 외래종잡초를 가만히 둘 것이 아니라 제거한 뒤 꽃이라도 심어 수확한다면 목장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텐데 왜 못하게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금당목장의 많은 초지는 외래종인 ‘왕도깨비가지’로 뒤덮여 있는 모습이었다. 번식력이 강해 제초제와 예초기를 사용해도 쉽게 제거되지 않는 데다가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있어 사료로도 사용할 수 없다. 

소를 방목하지 않고 축사에서 기르는 축산 방식의 변화로 버려지다시피 한 땅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해도 현실적 제약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초지 관리의 한계를 언급하며 초지는 소들에 의해 관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장 초지는 소들이 끊임없이 풀들을 먹어줘야 관리할 수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름에 소나무가 없었다”며 “그때는 소가 수백 마리에 달해 매일 풀을 뜯어 먹으니 부유한 집 잔디처럼 깨끗했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가 마을공동목장에 투입하는 보조금이 2년 전인 2019년만 해도 약 5억 원이었으나 올해 1억 3000만 원으로 줄어드는 등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길을 가운데 두고 자유롭게 쉬고 있는 금당목장 소들. ⓒ제주의소리
길을 가운데 두고 자유롭게 쉬고 있는 금당목장 소들. ⓒ제주의소리
금당목장 초지를 뒤덮은 외래종 '왕도깨비가지'는 조합의 힘으로 제거하는 데 어려움이 따라 사실상 방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제주의소리
금당목장 초지를 뒤덮은 외래종 '왕도깨비가지'는 조합의 힘으로 제거하는 데 어려움이 따라 사실상 방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제주의소리

송 조합장은 “1억 3000만 원의 보조금으로는 우리 마을 트랙터 한 대도 살 수 없다. 그런데 이 보조금은 우리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 마을공동목장 전체의 보조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마을공동목장 조합장에게 연락해 협의체를 만들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나를 모르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십중팔구 얼른 만들자고 했다”며 “그만큼 마을공동목장이 처한 현실이 열악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돈의 경우 단합력이 강해 말을 잘 하지만 마을공동목장은 각자 따로 행동하니 누구 하나 신경써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금당목장도 마찬가지지만 마을공동목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개발업자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땅은 누구 명의로도 돼 있지 않고 금당목장조합으로만 돼 있기 때문”이라며 “도장과 인감만 있다면 매매가 가능할 정도로 순식간에 팔려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마을공동목장 조합원이라는 것은 한편으로 축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애물단지다. 제주도의 가치가 올라가 마을공동목장의 가치도 덩달아 오르니 돈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예전엔 서로 안 갖겠다고 하다가 요즘은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생긴다”고 말했다.

마을공동목장 일부가 곶자왈 지대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서는 곶자왈하고 목장은 토질이 완전히 다른 만큼, 곶자왈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경계를 명확히 해줬으면 한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송 조합장은 “지금 당장 소득을 올리지도 못하고 있는데 개발되지 않도록 땅을 팔지 말라고만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나”라며 “개발업자가 당장 1000억 원을 준다고 하면 조합원 1인당 5억 씩은 가질텐데 어떻게 그 유혹을 뿌리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목장 관리비가 1년에 5000만 원이 들어간다고 치면 소를 방목할 수 있도록 해서 얻는 수익은 3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운영을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결국 매각 유혹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은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지역의 다양한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하고 발견된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해결까지 모색하는 도민참여 프로젝트다.

도민 스스로 제주의 가치를 위협하거나 문제가 되는 것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해결방안까지 제시하는 과정으로,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그리고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공동기획한 프로젝트이다. 

지난 14일 오후 3시 당오름 금당목장을 찾은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 팀. 이날 참가자들은 마을 공동목장 조합장과 전문가 설명을 듣고 지속가능한 제주의 가치를 위해 의견을 풀어놓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지난 14일 오후 3시 당오름 금당목장을 찾은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 팀. 이날 참가자들은 마을 공동목장 조합장과 전문가 설명을 듣고 지속가능한 제주의 가치를 위해 의견을 풀어놓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약 138헥타르 규모의 당오름 금당목장은 아름다운 당오름을 벗삼아 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고 쉬는 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약 138헥타르 규모의 당오름 금당목장은 아름다운 당오름을 벗삼아 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고 쉬는 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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