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6차산업人] (27) 바이오 소재 전문 연구 개발 6차산업 인증업체 ‘비케이바이오’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천혜의 자연을 지닌 제주도라는 브랜드는 대단합니다. 예를 들어 발리섬이라는 이름은 알아도 어느 국가인지는 모르는 것처럼 한국은 몰라도 제주도는 알고 있는 세계인이 많죠. 제주도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굉장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비케이바이오 정진섭 상무 인터뷰 中)

각종 식품과 화장품 등 제품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 바이오 소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비케이바이오는 2011년 제주연구소를 설립하고 2015년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산업단지에 공장을 세운 뒤 경기도에서 본사를 이전해 제주기업이 됐다.

이들이 제주로 내려온 이유는 명확했다. 제주라는 브랜드와 제주가 가진 천혜의 자연이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제주는 바이오 소재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질 좋은 원료가 풍부한 데다 차별화된 이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계 시장에 뛰어들어 제주 발전과 홍보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6차산업 인증업체 비케이바이오를 [제주의소리]가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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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케이바이오를 단단한 제주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최혁준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정진섭 상무. 그는 인터뷰에서 '제주가 가진 가능성'을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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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의 6차산업(농촌융복합산업) 인증을 비롯한 '우리지역일하기좋은기업', '제주스타기업', '제주대학교LINC+사업단 가족회사' 등 인정받은 비케이바이오. ⓒ제주의소리

비케이바이오는 제주로 내려오기 전 정부 혁신 과제를 수행하는 등 바이오 소재 원료 개발에 힘을 쏟았다.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주 관련 연구를 많이 하게 된 회사는 제주가 가진 가능성을 두 눈으로 보고 내려오게 됐다. 

특히 브로콜리에 들어있는 항암물질인 ‘설포라판(Sulforaphane)’을 증폭시키는 ‘슈퍼콜리’ 연구 개발과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의 주산지가 제주도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주로 향하게 된 것이다.

도외나 해외로 보내기 위한 물류비용이 추가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안정적 원료 공급을 통한 건강한 제품 생산이 가능했고 무엇보다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믿었기 때문에 이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설포라판은 브로콜리, 양배추, 콜리플라워, 케일 등의 십자화가 식물들에 존재하는 글루코시놀산의 일종으로 항산화, 항암 등 효과를 보이며 특히 브로콜리 새싹에 높은 농도로 축적돼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슈퍼콜리는 펄스 자기장을 이용한 PEF(Pulsed Electric Field) 기술을 통해 브로콜리를 비가열 살균하고 설포라판 성분을 증폭시키는 등 차별화된 브로콜리를 뜻하는 비케이바이오의 핵심 원료다.

정진섭 비케이바이오 상무는 “PEF 기술을 거친 브로콜리는 모양은 그대로지만 조직이 연해져 데치지 않고 그냥 섭취할 수 있으며 항암물질인 설포라판 성분이 증폭된다는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상무에 따르면 브로콜리 안 항암물질인 설포라판 성분은 세포벽을 가운데 둔 두 성분이 만났을 때 발효되는데, PEF 기술을 거치게 되면 세포벽에 구멍이 뚫려 두 성분이 많이 만나게 되는 투과성이 높아져 설포라판 성분이 증폭된다.

더군다나 PEF는 많은 대기업이 미생물의 영양 세포를 높은 압력으로 불활성화시켜 식품을 보존하는 고압가공 방법인 HPP(High Pressure Processing)의 절반 가까운 비용으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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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케이바이오에 따르면 PEF(Pulsed Electric Field) 기계는 펄스를 이용한 세포천공법 원리를 이용해 열 발생을 최소화하는 최신의 가공 설비로써 식품 고유의 색과 향을 보존시키면서 효과적인 살균이 가능하다. 사진=비케이바이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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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케이바이오의 자체 브랜드 '어니스틴'을 통해 판매 중인 양배추 브로콜리즙 제품. 사진=비케이바이오. ⓒ제주의소리

비케이바이오는 이를 바탕으로 원가를 절감해 몸에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제주산 브로콜리의 경쟁력을 높여 생산 농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천혜의 제주 자연을 벗 삼아 건강하게 자란 브로콜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농가가 브로콜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전량 계약재배에 나서는 등 상생하고 있다. 

농민들이 구슬땀 흘려 생산한 브로콜리를 제값 주고 사들여 제주의 1차산업을 튼튼하고 기업의 성장을 토대로 고용을 늘리는 등 제주 사회에 힘을 보태겠다는 목표다.

이처럼 비케이바이오가 제주 발전에 보탬이 되겠다는 다짐은 말뿐만이 아니었다. 경기도에서 제주로 본사를 이전한 이후 매출액 증가와 고용창출 효과를 통해 증명했다.

제주로 내려오기 전인 2015년쯤 25명이었던 직원은 6년여 간 도민을 꾸준히 고용해 올해 62명에 이르게 됐으며, 연 매출액도 기존 90억 원에서 약 170억까지 끌어올리는 등 고용과 경제 효과를 나타냈다.

공장 안정화가 필요한 시기에도 꾸준히 도민을 고용하며 성장해왔고 2016년 제주향토강소기업, 2019년 제주스타기업, 2020년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단단한 제주기업으로 거듭났다.

비케이바이오는 슈퍼콜리 외에도 20여 년간 정부 과제에 임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통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 다양한 원료를 곳곳에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력은 바이오 소재 관련 연구에서 비롯되는데, 비케이바이오는 등록된 특허만 해도 23건이며 출원 중인 특허 17건, 국제특허 4건 등 40여 개에 달하는 특허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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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진열장 내부 제품들 모두 비케이바이오가 제조하거나 원료를 납품한 것들로 풀무원, CJ를 비롯한 대기업 제품들도 많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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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케이바이오는 제주로 내려온 다음 해인 2016년 '워킹맘 수호천사 ROOM'을 만들어 직원들의 복지를 고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제주의소리

연구를 통한 대표상품 중 하나가 바로 최근 제주산 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숙취해소음료 ‘깨수깡’이다. 깨수깡은 비케이바이오가 개발한 숙취해소음료로 최근 롯데칠성음료에 독점 공급하면서 전국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비케이바이오는 지난 7월 28일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특화산업육성사업 평가 결과 지역특화 우수 기업 전국 12곳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키도 했다. 

정 상무는 이처럼 개발력을 갖춘 제조업체가 판매력을 가진 업체에 상품을 제공하는 생산방식인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이 중소기업의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산 원료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제주도의 발전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유통업체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타격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은 자사에 맞는 제품을 유통해 수익을 올리고, 우리는 대기업이 가진 역량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상생 전략”이라며 “우리같은 중소기업이 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마트에서 브로콜리즙을 구매할 때 유명기업 제품과 인지도 없는 기업의 제품이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나”고 되물으며 “품질은 유명기업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할 수 있지만, 브랜드 가치가 약하니 현실적으로 판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6차산업과 관련해서는 “제주도로 내려올 때 이미 6차산업 구조를 생각하고 있었다. 공장을 지을 때도 3층에 고객들이 방문해서 직접 원료를 사용해 건강음료를 만들어 마셔보는 등 계획을 세운 바 있다”고 했다. 

비케이바이오가 구상한 6차산업은 원물 생산과 계약재배를 통해 농업에 기여하고, 원료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며, 모든 과정을 소비자들이 체험해볼 수 있게 만드는 계획이다.

특히 체험 단계에서는 체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기기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의 몸에 어떤 성분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필요한 성분에 맞는 원료를 선택해 음료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구상키도 했다. 

정 상무는 “앞으로도 6차산업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역시 구상 단계에 있지만, 본격적으로 추진해 6차산업의 기틀을 구축할 것”이라며 “아직은 6차산업 인증을 받고 성장하는 단계지만 나중에는 6차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등 제주 대표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비케이바이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일주동로 2706-38(용암해수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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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산업단지에 있는 비케이바이오 전경. ⓒ제주의소리
비케이바이오의 자체 브랜드 '어니스틴'을 통해 판매 중이거나 원료를 공급하고 있는 제품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방울양배추즙',  '양배추 브로콜리즙', 'ORGA MOM',  'GS리테일 납품 스무디' 제품. 사진=비케이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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