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6차산업人] (28) 아름다운 공생 꿈꾸는 6차산업 인증업체 ‘하효살롱협동조합’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제주에서도 따뜻한 기후를 가지고 있어 맛있는 감귤이 많이 생산되는 서귀포시 하효동. 그곳에서 기후만큼 따뜻한 마음을 바탕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구슬땀 흘리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 

마을에서 생산한 버려질 위기의 비상품 감귤을 수매해 건강한 간식으로 만들고, 조합이 성장하는 만큼 취약계층을 고용하거나 기부활동을 늘려가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그들.

마을 여성들이 행복하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바탕으로 조합을 성장시킨 만큼 이익을 환원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을 꿈꾸고 있는 ‘하효살롱협동조합’을 [제주의소리]가 만나봤다.

“처음엔 여자들끼리 어떻게 큰 사업을 할 거냐는 따가운 시선이 많았죠. 하지만 조합의 성장을 바탕으로 마을을 위한 공헌 활동을 이어가니 이젠 격려받고 있어요. 하효마을 비상품 감귤 절반 이상을 수매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서 진정한 6차산업 인증업체로 거듭날 겁니다.”(김미형 하효살롱협동조합 대표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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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우리밀로 만든 반죽을 튀겨낸 과자에 감귤을 첨가한 조청을 정성껏 바르고 튀밥을 묻히면 과즐이 탄생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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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효살롱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김미형 대표. 그는 조합이 성장하는 만큼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하겠다는 일념으로 과즐을 만들어 내는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2017년 하효마을 부녀회원들은 심각한 비상품 감귤 처리 난을 겪으며 피땀 흘려 키워낸 감귤을 그냥 버려야만 하는 상황이 안타까워 머리를 맞대 고민을 시작했다.

모두가 감귤 농사를 짓고 있었기에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내 문제였으며, 마을 주 소득원인 감귤이 산지 폐기되고 있으니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이들은 비상품 감귤을 통한 제품을 만들고 체험 프로그램을 구성해 즐거운 하효마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민들이 구슬땀 흘려 지은 감귤을 버리지 않고 활용해 소득창출을 돕고 여성들이 사계절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는 일거양득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하효살롱협동조합이 있기까지는 부녀회원들은 많은 눈물을 쏟아내야만 했다. 낮에는 감귤 농사를 위해 밭일에 뛰어들고, 밤에는 잠을 아껴가며 조합을 위한 활동을 해야 했기 때문.

그 과정에서 3년이면 망할 거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서러움의 연속이었다. 여성들이 모여 조합을 운영하려니 시작부터 시선이 곱지 않았다는 것. 

조합은 이런 어려움을 바탕으로 밤낮없이 고생한 끝에 효자 상품인 ‘과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과즐(과줄)은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썬 뒤 튀겨내 엿이나 조청을 바르고 튀밥을 무쳐 먹는 한과다. 

기존 과즐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조합은 마을에서 생산하는 감귤을 비롯한 제주의 원물들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지역과 상생하겠다는 다짐처럼 우리 것을 사용하는 것은 이들에게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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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청을 묻힌 과자에 튀밥을 묻히는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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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효살롱협동조합은 기계의 힘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하고 있다. 손 끝에서 묻어나는 제주 어멍의 정성과 맛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제주의소리

조합은 과즐의 주재료인 밀가루 역시 100% ‘우리밀’을 사용해 과자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많은 실패를 겪었다. 목적에 따라 구분되지 않았던 우리밀을 과즐 반죽에 맞게 조절하는 일은 여간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미형 대표는 “낮에는 밭일을 해야 하니 최소 인원만 참여했고, 밤에는 밭일을 끝낸 모두가 쉬지도 못하고 달려들어 과즐 생산에 열을 올렸다”며 “우리밀을 가지고 만들려고 하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지금까지 버려진 양만 해도 2톤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밀에 맞는 과즐을 생산하기까지 조합원들은 기준에 맞지 않는 과즐이 생산될 때면 가차 없이 버렸다. 버리는 과즐을 집에 가져가지도 못하게 할 만큼 품질 향상에 많은 공을 들인 것. 

노력 끝에 조합은 하효 감귤을 활용한 감귤칩과즐을 만들고 제주산 보리를 활용한 보리감귤과즐을 만드는 등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더불어 제주산 팥을 사용한 오메기떡도 만들어 판매 중이다.

조합은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과즐이 만들어진 뒤에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지역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할 만큼 효자 상품으로 키웠다.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환원하기 위해 지역 복지관이나 4.3단체에 기부하는 등 공헌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에서 나는 원물을 가지고 생산하는 만큼 지역과 상생하는 게 사회적기업으로 책임져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 결과다. 2018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조합은 올해 정식 사회적기업으로 등록 신청하는 등 진심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2019년에는 제주사회적기업협의회에 가입하고 6차산업 인증을 받았으며, 같은 해 제주관광공사 표창패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경제통상진흥원으로부터 매출 증대에 따른 감사패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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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칩과즐 만들기 체험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하효살롱협동조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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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에서는 바짝 말린 감귤칩을 조청이 묻은 과자에 붙여 튀밥을 입히는 등 감귤칩과즐을 만들어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조합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부로 그치지 않고 취약계층 고용 등 여성들을 위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모두가 구슬땀을 흘린 끝에 지역 이주여성과 취약계층 여성을 고용해 현재 정직원 12명으로 구성된 어엿한 중소기업을 운영 중이다.

더불어 이주여성들을 위해 연월차와 퇴직금 같은 정당한 노동에 따르는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노동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조합을 나가 다른 어떤 곳을 가더라도 스스로 권리를 찾아갈 수 있게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여성들이 재미있게 일을 하면서 꿈을 가질 수 있게 돕자는 취지로 문을 열었다”며 “규모가 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목표가 이뤄졌고 지금은 지역 환원 체계를 확고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귤향가득 타르트 만들기와 감귤 과즐 만들기, 한라봉 향초 만들기 등 체험을 비롯한 6차산업은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며 조합 성장에 날개를 달게 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과 제작 공정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제품을 믿을 수 있게 된 것.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에는 하루 200명 가까운 체험객들이 방문하고 도내 학교로 조합원들이 출장을 나가기도 했단다. 거리두기 4단계인 지금은 방역 수칙에 맞는 가족 등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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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향가득 타르트 만들기 체험 중인 방문객. 타르트에 사용되는 감귤 역시 하효마을에서 생산하는 원물을 그대로 활용한다. ⓒ제주의소리
사진=하효살롱협동조합. ⓒ제주의소리
하효살롱협동조합은 과즐 판매 수익금 일부를 지역 어르신을 위한 밑반찬 지원사업에 사용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에 정성을 쏟고 있다. 사진=하효살롱협동조합. ⓒ제주의소리

그는 “농업농촌의 발전에 있어 6차산업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농민들이 농사로만 수익을 얻기는 상당히 힘들다”며 “6차산업에 뛰어드는 일이 쉽지 않지만, 아이디어가 있는 다른 사람들과 협업해 6차산업을 이룬다면 제주인들의 소득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6차산업을 통해 조합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조합원들은 누구랄 것 없이 눈만 뜨면 이곳으로 향한다”며 “오죽하면 서울에서 내려온 제 딸이 눈만 뜨면 나가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서 “행복하고 재미있게 일하는 것이 우리 조합의 목표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채우기 위해선 희생도 반드시 뒤따른다”며 “내 것을 챙기면서 사업도 키우겠다는 마음보다는 내 것을 내놓으면서 함께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조합을 성장시킨 뒤 부녀회원들이 대표직을 번갈아 가며 맡아 스스로 역량들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표를 언급했다. 

그는 “기러기들이 하늘을 날 때 가장 선두에 있는 리더의 양력을 받아 뒤이어 따르는 구성원들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날지 않나”고 되물으며 “이처럼 조합을 어느정도 키운 뒤 자리를 물려줘 모두가 리더 역할을 하며 역량을 키울 수 있게끔 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효살롱은 추석을 앞두고 과즐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살림을 비롯한 유기농 제품 취급 가게와 농협하나로마트, 개별 인터넷 주문 등 추석 주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 개발을 통해 매출을 올려 취약계층을 좀 더 많이 고용하고 싶다는 하효살롱협동조합. 하효마을에서 생산되는 비상품 감귤의 절반을 수매할 정도로 성장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가진 그들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하효살롱협동조합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효돈순환로 2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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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과즐 생산 모습, 오메기떡, 제주보리과즐, 감귤칩과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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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효살롱협동조합 전경. 왼쪽엔 하효살롱, 오른쪽엔 희재원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희재원(喜財圓)은 하효부녀회원들이 운영하는 체험장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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