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8월23일부터 제주시 동지역 모든 중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됐다. 제주시 동지역 중학교를 중심으로 학생 자가격리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이들을 통해 확산되는 흐름을 끊어내기 위해 교육당국이 취한 특단의 조치일 것이다.

지난해 우리 교육은 코로나19로 사상 유례없는 일들을 경험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도 학교 문을 열지 못하더니 결국 온라인 개학을 해야 했고,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병행을 일상으로 여겨야 했다. 준비 없이 맞이한 온라인 개학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혼란과 어려움을 초래했다. 원격수업의 질과 학생들의 환경에 따른 학습격차 문제가 1년 내내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올해 역시 코로나19 확진자 추이에 따라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이제 초·중·고교에서 원격수업이 뉴노멀이 됐지만 수업의 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부실한 원격수업으로 학습격차가 커졌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취약계층 아이들의 학습 결손은 커지고 있는데 반해 경제력 있는 가정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는 더 늘면서 부모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학력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초·중등학교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 분석(2020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 교사의 79%가 원격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답했다. 학생과 교사가 소통하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5.96%에 그쳤고, 학부모 절반은 원격수업에 불만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실한 원격수업으로 학습격차만큼 학부모들의 불만도 커지고 ‘학생 방치’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은 이렇다 할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등교수업으로 돌아가면 원격수업은 끝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교육의 미래라고 보고 수업의 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같은 내용을 반복한다거나 학생 반응을 확인하지 않는 일방향 수업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수업 방식만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기존 방식대로 짜인 시간표에 맞춰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거나, 동영상 강의를 틀어놓고 다른 과목이나 학원수업을 듣는 등 부작용이 드러났다. 원격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쌍방향 피드백인데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학교·가정 간 원격수업 실태를 재점검하고 쌍방향 수업 확대 등을 위한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부·교육청·학교 라인이 다른 시스템과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지자체, 학교의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고민하는 주체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원격수업에 필요한 시스템을 지원하고 학교현장을 공간적으로 개산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사회적 시스템이 공조돼 현실에 맞는 정책과 제도가 마련돼야하고, 수업일수가 줄어듦으로써 초래된 많은 학습량이 감축될 수 있는 교육과정의 적정화가 필요하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가 아닌 이미 발생한 학습격차, 학력저하를 보완하고 보충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학력은 한 번 뒤처지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만회하기 어렵고 졸업 후 기회의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전반적인 원격수업 내실화는 기본이고, 기초학력 미달자들을 위한 내실 있는 보충교육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소한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초·중학교의 학습 결손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이 무한책임을 지고 메워줘야 한다.

고창근. ⓒ제주의소리
고창근. ⓒ제주의소리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가 하루 속히 바이(Bye) 코로나를 염원하고 있다. 선생님들도 학부모의 입장에서 시각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방역통제에 따라 등교수업을 하는 날도 예체능·모둠·동아리 활동을 기대하기 힘들고, 오히려 쉬는 시간에 돌아다니지 말고 친구들과 거리를 두라고 하는 선생님들의 마음도 부모의 마음일 것이고, 마스크 속에 숨어버린 학생들을 마주하고 더욱 높아져버린 학교담장 너머에 있는 학부모들의 입장도 선생님들의 마음과도 다를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학교공동체, 지역공동체가 같이 균형 있고 민주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향후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다. 그 어떤 것보다 교육의 역할이 더 중요한 시기다. / 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국장 고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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