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하상정비공사 진행 중인 제주 한라산 탐라계곡 토사 무너져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의소리] 입니다. 

평소 한라산을 자주 오르내리는 제주도민 강영근(54) 씨는 지난 8월30일 한라산 관음사 코스에 있는 탐라계곡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탐라계곡에서 하상 정비공사를 진행 중이라는 현수막을 확인한 영근 씨는 왜 공사를 진행하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탐라계곡에 공사가 진행되면서 나무와 바위가 계곡으로 무너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후에 하산하며 공사현장을 다시 찾았을 때 작업자들은 바위를 옮기고 나무를 절단하고 있었고, 영근 씨는 불필요한 공사가 아닌지 의심스러웠습니다. 또 국립공원에 있는 나무를 옮겨심지 않고 함부로 자르는 모습에 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제주의소리
한라산국립공원 탐라계곡에서는 하상정비공사가 한창 진행 중 입니다. 이 과정에서 영근 씨는 공사로 무너진 토사와 나무를 보고 지킬 수는 없었나 안타까워 했습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영근 씨는 무너져 버린 나무를 옮겨심지 않고 자르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공사를 진행할 때 자연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제주의소리

영근 씨는 “8월 한 달간 비가 쏟아지면서 지반이 약해졌을 텐데 토사가 무너져내리는 것에 대한 대책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무리한 공사 때문에 나무와 바위가 하천으로 무너져내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무가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을 예견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이지 않나”라고 되물으며 “쓰러졌다 해도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 등 방법이 많았을 것 같은데 오래도록 터를 잡아 살아가는 나무를 베어내는 모습에 가슴 아팠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또 “만약 무너진 나무와 바위 아래 작업자가 있었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며 “관음사 탐방로를 지나가며 공사현장을 봐왔지만, 관리 감독하는 분들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근 씨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 공사를 잠시 멈추고 자문을 구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냐”며 “하상 정비공사로 충격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공사하면 당연히 약해진 지반이 떨어져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공사를 진행할 때 자연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주셨으면 한다”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한라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모습은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주섬을 대표하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한라산을 지키기 위한 관계 부서의 경각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보해왔습니다. 

취재 결과, 해당 공사는 지난 6월부터 ‘한라산국립공원(관음사지구) 탐라계곡 하상 정비공사’로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1억8000여만원을 들여 추진하는 사업이었습니다. 

관음사 탐방로 탐라계곡 목교를 통과하는 물줄기가 가운데로 흐르지 않고 양옆으로 흐르게 되면서 지난해 9월부터 옆 경사면이 빗물 등에 의해 유실되며 암석이 무너진 데 따른 공사였습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해당 공사는 탐라계곡 목교를 통과하는 물줄기가 가운데로 흐르지 않고 양 갈래로 흐르면서 무너뜨린 석축과 물길 복구 작업”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제주의소리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공사가 이뤄지는 부분을 설명하는 자료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사진 속 파란 테두리는 붉은 테두리 절개지로부터 무너져 내린 바위입니다. 물길이 가운데가 아닌 양 옆으로 흐르게 되면서 지반이 침식됐고, 이에 무너졌다는 설명입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나무입니다. 영근 씨는 이 광경을 보고 무너질 것을 알았기 때문에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제주의소리

이어 “경사면이 물줄기에 의해 침식되면서 무너져 내릴 우려가 있어 물줄기를 바로잡고 석축을 보강하기 위해 시작된 공사”라면서 “예전에 있던 석축이 무너져 내린 것에 대해 더 이상 바위와 토사가 유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공사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나무와 바위가 계곡으로 무너져 내린 것은 빗물 등 물줄기에 의해 지반이 침식되면서 자연스레 공사 도중 떨어져 나오게 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나무가 무너져내릴 것을 예견하고 막을 수는 없었냐는 질문에는 “최대한 그 자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전하기 위해 가만히 뒀는데 자연적으로 떨어져 나온 것”이라며 “계곡이라 콘크리트 옹벽을 세울 수도 없어 무너지기 전에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을 수도 없는 데다 가만히 둘 경우 비가 올 때 목축에 충격을 줄 우려가 있어 부득이하게 제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나무가 돌에 붙어 있어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힘들뿐더러 하천 주변에는 다시 그대로 심을 만한 공간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자연을 소중하게 아끼는 마음이 가득한 제보자분의 마음을 백번 이해한다. 우리도 한라산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식생 하나하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일부러 제거하거나 내버려 둔 것이 아니니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제주의소리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서 보내온 사업 계획도입니다. 사진 상단에는 하상정비공사 전, 아래는 하상정비공사 후 물줄기 흐름도 입니다. 하상정비공사 전 양갈래로 나눠진 물줄기 때문에 지반 침식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제주의소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