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마흔다섯 번째 / ‘1.5도 올라간 지구’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1. 모슬포 자리가 독도의 자리돔으로 터를 옮기는가?

모슬포와 보목리 바다의 자리돔이 우리나라 동북해 독도로 터를 옮기고 있다. 그 원인은 제주바다의 열대화와 해수면 상승이다. 한 가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제주 해수면이 갑자기 상승하고 있다. 

대한민국 기후변화 체크 1번지 사계리 용머리해안, 최근 해수면 상승으로 산책로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 2016년 10월 18일 낮 12시 만조시 3미터 상승했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난 30년(1990-2019년)에 제주해수면은 12.6cm 상승이고 평균 4.20mm. 전국 평균은 3.12mm다. 최근 10년(2010-2019년)의 관측치는 5.69mm, 전국은 3.68mm를 비록하며 지난 30년에 비해 최근 10년이 1.3배 높았다. 그래서 자리돔이 독도로 올라가는 것인가? 아니면 신창 앞바다의 풍차의 진동 때문인가? 해수면 상승 원인은 극지방의 해빙, 남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것인데 이는 지구온난화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때문이다. 

경향신문 김원진 기자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8월 8일 아열대어종인 자리돔이 최근 독도 인근 바다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다고 한다. “해조류는 대황(미역과 해조류), 물고기는 자리돔이 가장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자리돔은 독도 인근 해역의 기후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어종이다. 자리돔은 2013년 독도 인근에서 557마리 발견됐고 2018년 7631마리, 2020년 6만7045마리까지 출현, 개체수가 10배 넘게 늘었다.

제주바다의 명물이자 아열대 어종인 자리돔이 최근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상승 등의 영향으로 동해 독도 인근에서도 잡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바다의 명물이자 아열대 어종인 자리돔이 최근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상승 등의 영향으로 동해 독도 인근에서도 잡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날씨는 어떤가? 24절기 중 늦여름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가 지났는데도 무더위로 ‘잠들지 못하는 제주’가 연일 밤잠을 뒤척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30일 오전 6시 기준 주요 지점 최저기온은 ▲제주시 26.6도 ▲서귀포시 25.4도 ▲고산 26.1도 등으로 열대야 현상이 관측됐다. 열대야는 밤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다. 올해 제주시 열대야 발생일수는 8월30일까지 무려 44일에 달한다. 월별로 7월에 25일, 8월 19일이 관측됐다. 올 여름 제주시 지역의 열대야가 총 44일로 집계됐는데 1923년 기상 관측 이후 역대 4번째 열대야 발생일수가 많았던 해로 기록됐다. 사람도 잠 못 이룬 밤이 44일, 자리돔도 뜨거워진 바다를 피해 독도 근해로 북상한건 아닌가. 지구온난화 원인을 영화 투모로우(Tomorrow)와 1962년 소설, J. G. 밸러드 ‘물에 잠긴 세계’에서 살펴보자. 

2. 2004년 영화 ‘투모로우' 현실 되나… '지구 순환 시스템' 붕괴 위기 

지구의 바다를 순환시키는 주요 해류가 붕괴 위험에 처했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의 주요 기류에 속하는 걸프 스트림은 멕시코만의 따뜻한 물을 대서양으로 전달하는 강한 해류를 뜻한다. 평균 속도는 시속 약 6.4km이며 초당 40억 입방피트의 물을 운반한다. 이는 전 세계의 모든 강이 운반하는 양보다 많은 양이다.

AMOC는 열대 지방의 물을 북쪽으로 옮기고, 차가워진 물을 남쪽으로 운반하는데, 전 세계 기상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일 걸프 스트림을 비롯해 AMOC가 붕괴되면 유럽에는 극한의 겨울이 찾아오고, 미국 동부 해수면은 상승하게 된다. 열대성 강우에도 영향을 끼쳐 농작물 재배에 어려움을 야기한다. 2004년 개봉했던 재난영화 투모로우(Day After Tomorrow)도 지구가열화로 인해 AMOC가 붕괴돼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온 것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AMOC의 약화는 과거부터 관측돼 왔다. 2018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AMOC가 1600년 만에 가장 약하고 느린 상태에 처해있다고 보고했다. 지난 8월 5일(현지시간)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otsdam Institute for Climate Impact Research)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메이트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AMOC가 약화를 넘어서 붕괴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르는 것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현재의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제주가 카본 프리(Carbon Free) 아일랜드를 주장하는 이유이다. 사진=픽사베이.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르는 것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현재의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제주가 카본 프리(Carbon Free) 아일랜드를 주장하는 이유이다. 사진=픽사베이.

3. 1.5도의 지구, 1962년 소설, J. G. 밸러드 ‘물에 잠긴 세계’

이상 고온과 대홍수로 빙하가 녹아내려 대부분의 도시가 물에 잠긴 2145년의 런던. 동식물을 연구하던 조사단원 가운데 일부가 갑자기 수억 년 전의 기억을 느끼게 되는데….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은 만 16세의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다. 2018년 8월 20일,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하는 날 툰베리는 학교 대신 스웨덴 스톡홀름의 국회의사당을 찾아갔다. 그는 ‘기후를 위한 휴교’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서 일인시위를 시작했다. 지구 가열(Global Heating)이 초래하는 기후 위기(Climate Crisis)로 세상이 결딴나게 생겼는데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10대의 외침은 스웨덴을 넘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세계 곳곳에서 이에 응답하는 청소년의 목소리도 나왔다. 툰베리 소식을 접하면서 J. G. 밸러드가 2145년을 상상하며 쓴 ‘물에 잠긴 세계’를 보면 1962년에 나온 이 소설은  ‘지구 가열’이나 ‘기후 위기’ 등의 표현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재앙 같은 미래를 예고했다. 

여러 과학자의 연구를 종합하면, 지금 같은 추세대로라면 2100년에 지구 표면 온도는 17도가 되는데 놀랍게도 J. G. 밸러드가 소설에서 언급한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지구 온도가 17도다. 그때 지구는 덥고 습해서 답답한 온실, 현재 지구 온도는 약 15도. 20세기 초까지 오랫동안 약 14도 정도를 유지했던 지구 온도는 100년 만에 벌써 1도가 올랐다. 여기서 1도가 더 오르면 16도가 되고, 2도가 더 오르면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17도로 돌아간다. 과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 가열’을 말하는 까닭도 이 때문. 17도 세상이 되었을 때 현재의 동식물 대부분이 자취를 감춘다는 소설의 설정이다. 지금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은 기나긴 빙하기를 견디며 추위에 적응해 온 생명체이다. 지난 500만 년 동안 지구 온도가 16도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 17도 이상의 더운 지구를 견딜 수 있는 동식물은 현재 존재하지 않은데, 이런 사정을 고려해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5년 유엔 기후변화 회의는 지구 온도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약 14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파리협정에서 결의했다. 그리고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는 이 목표치를 ‘1.5도’로 좀 더 낮췄다. 500만 년 동안 경험한 적이 없는 2도 이상의 온도 상승이 나타날 때 지구 생태계가 맞을 파국의 가능성을 걱정했기 때문.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르는 것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현재의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제주가 카본 프리(Carbon Free) 아일랜드를 주장하는 이유이다. 독도로 올라가는 자리돔이 자기 고향인 모슬포와 보목리 포구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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