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 시인, 시집 ‘여로’ 출간…국내외 여행 회고 시 200여 편 수록

나라를 위해 희생한 한국전쟁 제주 참전용사들의 혼백을 위로하고 전쟁영웅을 발굴하는 정수현 작가가 국내외 여행길에서 느낀 감회를 풀어놓은 시집을 최근 발간했다. 

시인은 아흔을 바라보는 망구를 넘어선 나이(83세)로 오랜 세월 바라봐 온 세상에 대한 사유와 견문을 시집 ‘여로(도서출판 반석)’를 통해 풀어냈다.

시집은 1부 국내편을 시작으로 △2부 아시아편 △3부 유럽편 △4부 북아메리카편 △5부 남아메리카편 △6부 아프리카편 등 200여 편에 달하는 시가 수록됐다. 

해병대 출신으로 한국전쟁 전쟁영웅을 발굴하는 작업에 매진해온 만큼 시인은 ‘제주해병혼’, ‘통일전망대’, ‘한국전 참전용사의 기념공원’ 등 전쟁 관련 여행지를 다녀온 뒤 느낀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더불어 한라산 관음사가 주최한 제주4.3문학상을 수상했던 만큼 ‘4.3시 중산간마을’, ‘4.3의 아픈 기억’, ‘유년기 추억’, ‘영남동’ 등을 통해 아픈 제주 역사를 돌아보기도 했다. 

서귀포에 거주하고 있는 시인은 시를 통해 아름다운 서귀포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으며, 특히 12년 전 먼저 떠나보낸 아내를 향해 “당신이 사는 별을 찾아가리다”라는 글귀로 그리는 마음을 표현해낸다.

별에 사는 당신

(중략)

당신은 지금
어느 별엔가 살고 있어서
이 땅에 있는 나와 가족들을
밤마다 비추고 있겠지.
그 수많은 별들 중
당신이 사는 별을
나는 우매하여 알 수가 없다오.

인생은 유한한 것
나도 언젠가는
당신의 뒤를 따라
별에 가서 살 것이요.
그때는 물어물어
당신이 사는 별을 찾아가리다.

시인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아내를 그리는 시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며 “아내를 위해 더 많은 것들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두고두고 후회되는 마음을 담아냈다. 우리는 모두 다 끝난 뒤 후회하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복 받은 땅 서귀포

서복 전설이 깃든 서귀포
북으로 가면 토평동의 백록담 화구륜
남으로 가면 태평양 푸른 바다

동홍천에 정방폭포
연외천에 천지연폭포
불철주야 물이 떨어져
절경을 만들었네.

해변에 둘러친 병풍바위
바다에 떠있는
섶섬, 새섬, 문섬, 범섬
조물주가 설계한 그림 같은 서귀포

자연과 기후는 포근하며
감귤꽃 향기 진하게 풍기고
황금 열매는 주렁주렁
우거진 야자수는
남국정서 물씬 풍기네.

시인은 작가의 말을 통해 “이제 제 나이 83세로 망구를 넘어섰다. 서산에 발하는 황홀한 노을을 바라보면서 처음으로 시집을 펴내고 있다”며 “여기 모아둔 시는 살아오는 동안 접한 사물들을 시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라고 소개한다.

이어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적어둔 견문을 시로 표현했다. 제1부는 국내편이며 제2부를 시작으로 제6부까지는 외국 유적이나 풍물을 본 대로, 느낀 대로 읊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사유와 문장력이 빈약해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데 부족함이 많지만 용기를 내고 미흡하나마 문학공간에 내놓는다”며 “매끄럽지 못한 글이지만 견문을 넓힌다는 생각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정수현 시인은 제주도 공보관, 도의회 사무처장 등을 지낸 공직자 출신의 시인이자 수필가다. 1996년 월간 문예사조에서 수필로 등단했고, 2014년과 2016년에는 월간 문예사조에서 시와 소설로도 등단했다. 

이후 활발한 집필 활동으로 한국신문학상, 한라산 관음사가 주관한 제주4.3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신문학인협회장, 제주도문화원연합회장, 제주수필문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월간문예사조 문인협회 부회장, 제주도재향군인회 자문위원 등을 맡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87쪽, 도서출판 반석,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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