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57) 산재법 특수고용노동자 적용 범위 넓혀야 

최근의 상담 사례다. 모 배달 대행업체에 소속되어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던 중 교차로에서 택시와 충돌한 교통사고가 났다. 배달 노동자는 공중으로 붕 떴다가 떨어졌고 이후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중간에 교차로에서 잠시 정신을 차려 도로변으로 피한 기억과 119 구급차를 타고 이동한 기억이 남아있고 나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행이 발생한 사고에 비하면 크게 다치지 않아 3주간의 입원 치료를 마치고 현재는 통원 물리 치료 중이라고 했다. 배달 대행일도 7월초부터 시작한 것이라 산재 처리를 망설였는데 생각보다 요양 기간이 길어져 산재 신청이 가능한지 알아보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산재 처리가 가능할까?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이던 1인 자영업자이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구성원이다. ⓒ제주의소리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이던 1인 자영업자이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구성원이다. ⓒ제주의소리

2021년 7월부터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보장 확대 

산재보험은 노동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 보험 제도다. 사업주는 1명이라도 노동자를 채용하면 근로 계약이 시작되는 날부터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고용 형태가 다양화 되면서 사실상 노동자와 유사하게 일을 하지만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도 사회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는 산재보험 가입의 특례 조항을 둬서 가입을 여는 방식으로 추진되었고 2008년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콘크리트트럭 자차기사 (현, 건설기계 자차기사)의 특례 업종 지정으로 시작되었다. 처음 4개 업종으로 시작되어 2021년 현재는 14개 직종 종사자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서 대상인지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하나의 퀵서비스 업체에 전속된 기사가 아니더라도 해당업체의 배송 업무를 우선적으로 혹은 주로 수행하는 경우에는 전속성이 인정되어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산재보험 가입 대상 특수고용노동자(14개 직종)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전속 퀵서비스 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모집인, 전속대리운전기사, 건설기계조종사(건설관리법에따른건설기계27종), 방문강사, 방문판매원, 대여제품방문점검원, 가전제품설치기사, 화물차주(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의 수출입컨테이너운송, 시멘트운송 차주), 소프트웨어 기술자(프리랜서)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에게는 일반 노동자와는 다르게‘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제도가 있다. 현장에서 이 제도가 사실상 ‘산재 포기 각서’로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산재 가입 여부가 선택 사항처럼 되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에 대해 노동계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고 일부 제도적으로 반영되었다. 
 
올해 7월부터는 특수고용노동자는 아래의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만 적용 제외 신청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모두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 된다.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 사유

▲ 부상·질병, 임신·출산·육아로 1개월 이상 휴업하는 경우
▲ 사업주의 귀책사유에 따라 1개월 이상 휴업하는 경우
▲ 사업주가 천재지변, 전쟁 또는 이에 준하는 재난이나 '감염병법'에 따른 감염병의 확산으로 불가피하게 1개월 이상 휴업하는 경우

과거에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제출하였더라도 7월 1일 이후에는 효력이 없어져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된다. 만약 위의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면 고용노동부에 신청 사유를 적시한 적용 제외 신청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작년 코로나19이후 특히 배달 대행업체 퀵서비스 노동자의 규모가 확대된 것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코로나19 재난 위기에서 배달 노동자를 비롯한 필수 노동자의 노동 환경에 대한 사회적 보호 방안이 논의되면서 일부 지자체는 퀵서비스 노동자가 부담해야 할 산재보험료의 90%를 지원하는 제도도 운영 하고 있다.

상담 온 퀵서비스 노동자는 사고로 이후 자동차보험 회사에서 입원 치료비와 100만원의 합의금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치료는 더뎠고 두 달여 동안 일하지 못하면서 생활도 힘든 상황이었다. 평생을 ‘노동일’을 하며 살았다고 말한 내담자는 그간 큰 사고 없이 일했는데 작년 여름 일하던 중 공사장에서 낙상 사고가 나면서 올해 초까지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하필 이번 사고로 택시에 치인 부위가 작년 사고로 인해 수술했던 다리 부분이라 치료가 더디다고 했다. 상담을 온 노동자의 사고 발생일은 7월 초였고, 소속 배달대행 업체를 통해 산재 처리를 문의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신청하는 방법도 있음을 안내하며 상담이 마무리 되었다. 

1인 자영업자, 300인 이하 중소기업사업주도 산재보험 가입 가능 

근로기준법상의 근로 계약을 한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산재보험 제도가 점차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1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사업주의 산재보험 적용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기존에는 1인 자영업자와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사업주의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했는데 7월 1일 이후에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사업주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1인 자영업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별도의 지원 정책을 마련한 곳도 있다. 제주도의 경우에도 검토가 필요하다. 1인 자영업자의 산재보험료는 경우 소득 규모와 사업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달라 근로복지공단을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노동자 개개인은 나의 생계를 위해 일하지만 각자의 노동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유지되고 발전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특수고용 관계의 노동자, 자영업자의 노동도 모두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노동이다. 일을 하다 발생하는 업무상 재해를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산재보험법은 특수고용노동자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고 직업을 쪼개어 보상의 범위와 요건을 복잡하게 하는 한계가 있다.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이던 1인 자영업자이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구성원이다. 서로의 노동을 통해 함께 사회를 살고 있다. 스스로의 노동자성을 자문하며 함께 권리를 보장받을 방법을 찾아보자!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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