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제주 금악·서광리 목장서 망아지 등 가축 습격 빈번...“번식 계속되면 사람 위협 우려”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의소리]입니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마을목장에서 말을 기르는 독자 김모 씨는 요즘 부쩍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버려진 유기견들이 들개로 변하면서 어린 망아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한 살짜리 망아지에 들개떼가 달려들었는데, 등 속살이 훤하게 보일 만큼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망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지고 말았습니다. 

김 씨는 “올해만 들개에게 잡아먹힌 망아지가 네 마리나 된다”면서 들개들이 한라산 중산간 마을인 금악리 뿐만 아니라, 인근 안덕면 서광리의 목장과 주변까지 진출해 다른 곳에서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들개에게 공격 받아 등 부위에 큰 상처를 입은 망아지. 사진 찍은 뒤 한 시간 뒤에 죽었다. 사진=독자 제공. ⓒ제주의소리
최근 들개떼의 공격을 받아 등 부위에 큰 상처를 입은 망아지. 들개떼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망아지는 그 날 안타깝게 숨졌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제주의소리

지난 6일 취재기자가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김 씨가 가리킨 수풀 사이에는 얇은 야생 노루 뼈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습니다. 들개데가 야생 노루를 사냥한 흔적입니다. 날렵한 몸집으로 수풀을 누비면서 노루에 망아지까지 무차별적으로 쓰러뜨리는 들개떼. 지금은 번식에 성공해 새끼까지 포함하면 약 20마리 정도로 수를 불렸다고 합니다.

김 씨는 지금이야 초식 동물을 노리는데 그치고 있지만, 번식이 거듭될수록 인간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수년간 한라산 중산간에는 번식을 통해 무리를 지은 들개떼가 다수 목격되고 있지만 정확한 현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제주의소리
망아지를 습격한 후 수풀로 몸을 숨기는 들개의 모습입니다. 사진=독자 제공. ⓒ제주의소리
들개가 노루를 사냥하고 난 흔적. 노루 뼈가 남아있다. ⓒ제주의소리
들개가 노루를 사냥하고 난 흔적입니다. 현장에는 노루 뼈가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김씨는 “사람에게 버려진 개(F1)는 사람을 무서워한다. F1의 새끼들(F2)도 어미들 모습을 보며 비교적 사람을 경계한다. 그러나 F2 단계를 지나 F3 이후로 가면 더 이상 사람을 경계하지 않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더불어 “매년 3~4월이면 고사리, 트래킹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장과 오름을 찾는다. 지금도 목장에서 말을 타고 다니면 들개 7~8마리가 떼를 지어 따라붙는다. 야생에서 사냥으로 육식화 된 습성까지 지닌 야생 들개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면 과연 건장한 성인일지라도 대처할 수 있을까”라고 거듭 걱정했습니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을까요? 김씨는 8월 말 한림읍사무소를 비롯한 제주시 축산부서에 민원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주의소리]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포획틀 2개가 목장 입구에 등장했습니다.

포획틀은 제법 큰 개도 가둘 수 있을 만 한 크기입니다. 틀 안에는 유인을 위한 소시지 하나가 달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야생에서 가축을 습격하던 들개들에게 소시지로 유인하는 포획작업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섰습니다.

ⓒ제주의소리
수풀을 누비는 들개의 모습입니다. 사진=독자 제공.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한림읍사무소가 목장 인근에 설치한 들개 포획 틀.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현재 유기견에 대한 관리는 제주도 농축산식품국 동물방역과가, 유해 야생동물에 대한 관리는 환경보전국 환경정책과가 각각 맡고 있습니다.

동물방역과는 유기견 사업을 중심으로 중성화 사업, 동물 등록제, 위탁을 통한 구속·포획 등을 주로 추진합니다. 환경정책과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환경부 지정 야생동물에 대해 대응합니다. 

문제는 들개의 경우, 두 부서 모두 마땅히 손대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동물방역과는 유기되기 전 단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구속·포획에 사용하는 마취총도 가까운 거리여야 효능을 발휘합니다. 야생에 적응한 날렵한 들개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입니다.

환경정책과는 유해 야생동물에 총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적시된 유해 야생동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두 부서를 취재하면서 모두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느 정도 인지하면서도, 그런 간극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아가기 주저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물방역과는 올해 4월 제주대학교 수의대학에 ‘중산간 지역 야생화 된 들개 서식 실태 및 관리 방안 용역’을 의뢰했습니다. 들개 관리를 위한 기본 계획 수립 절차인 셈입니다. 송아지, 망아지에 이어 사람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용역을 계기 삼아 보다 실질적인 들개 대응 방안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물방역과와 환경정책과 간의 협업도 필요해 보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들개’를 ‘주인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개’라고 정의합니다. 들개는 처음부터 들개가 아니었습니다. 한때 인간과 함께 생활하던 반려견들이 각각 어떤 이유로 방치되면서 각자 야생에서 생존의 길을 선택했다고 봐야 옳습니다.

더 늦기 전에 들개가 가축뿐만 아니라 인간의 안전까지 심각히 위협하는 수준까지 번지지 않도록 시급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동물을 보다 진심으로 대하는 우리 모두의 ‘동물 감수성’도 중요해보입니다. [제주의소리]는 들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보도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