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마흔여섯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1. 대권 바람

요즘 대권 열기가 뜨겁다. 고향 제주에서도 도지사, 교육감 선거의 불이 서서히 붙고 있다. 대권은 여당에서 9월 4일 첫 경선지인 대전·충남에서 1위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후보와 '더블스코어'인 54.18%로 대세론에 날개를 달아 ‘태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야당에서는 ‘사이다 돌풍’의 홍준표가 바람을 타고 있고, ‘고발 사주 의혹’으로 옆바람(’Election‘ Wind Shear, 側風)’ 돌발성 측풍이 덮친 윤석열은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 후보로 오영훈, 문 대림, 위성곤, 그리고 교육감 후보로 이석문, 고창근, 김광수 등이 유권자의 표심을 얻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비행기 이 착륙 시에는 앞바람을 맞으며 뜨고 내린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누가 먼저 유권자를 감동시켜 그 바람을 타고 하늘에 ‘뜨는가’다. 그 부력(浮力)을 못받은 잠룡들은 활주로에 주저 앉아야 한다. ‘선거는 바람(風)이다’. 

제주국제공항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국제공항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 앞바람 맞으며 이 착륙하는 비행기

비행기는 앞바람을 맞으며 이륙하고 착륙하는 것이 정석. 이륙할 때는 양력(揚力)을 얻기 좋고 공기 흡입이 많이 돼 엔진의 추진력도 높아진다. 착륙 때는 앞바람이 항공기의 속도를 떨어뜨려줘 제동거리(Breaking Distance)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일단 이륙한 뒤에는 뒷바람을 탄다. 속도도 높아지고 그만큼 연료도 절약된다. 보통 공항을 지을 때는 가급적 바람 방향이 일정한 곳을 택한다. 그러나 계절, 밤낮에 따라 바람 방향이 바뀌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여름에는 주로 남동풍, 겨울에는 북서풍이 분다. 이 때문에 활주로의 사용 방향도 바람을 안고 뜨고 내릴 수 있는 쪽으로 때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활주로 주변에는 바람 방향을 탐지하기 위한 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관제탑에서는 이를 통해 바람 방향을 확인한다.

풍향이 바뀌면 관제사는 이착륙 준비 중인 비행기에 활주로 사용 방향을 통보한다. 옆바람(Wind Shear, 側風)이 불면 비행기 이착륙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측풍이 강하게 불면 비행기는 균형을 잡기 힘들어진다. 특히 돌풍성 측풍이 부는 경우 매우 위험하다. 비행기에는 자동으로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주는 안전 장치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바람의 강도가 세면 이것도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 비행기가 균형을 잃고 옆으로 쓰러지거나 전복될 수도 있다. 측풍이 심하면 이착륙이 전면 금지되기도 한다.

제12호 태풍 ‘오마이스(OMAIS)’가 상륙했던 지난 달 23일 제주공항은 ‘급변풍특보’로 인해 수십 편이 결항·지연되는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제주공항에는 초속 1.5m의 ‘서북풍’이 불었다. 시정은 10km 수준. 태풍이 북상하면서 제주 기상 여건이 악화됐고,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발표에서도 이날 제주공항을 오가는 국내선 항공기는 총 440편(도착 220편, 출발 220편)이 예정 됐는데 오전 11시 기준 도착 항공기 14편, 출발 14편 등 28편이 제주공항 기상 악화로 결항됐다. 또 국내선 출발 항공기 3편이 지연 운항하는 등 31편의 항공기가 결항·지연됐다.

3. 남북 활주로, 옆바람 막아

제주 국제공항은 1942년 일제 강점기의 ‘정드르’ 군비행장으로 건설되어 1968년에 제주 국제공항으로 개항, 그 후 2019년까지 총 5차례 확장 공사가 이루어지면서 제주도민의 이동 수단으로, 제주관광 활성화와 제주경제 발전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고 5년 연속 아시아 최고 중·대 공항 선정됐다. 제주국제공항이 아시아 중·대규모 최고의 공항으로 선정된 것은 2017년부터 5년 연속 1위다. 8월30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국제공항과 김해국제공항이 최근 2021년 세계항공교통학회 ‘공항운영효율성’ 평가에서 각각 아시아 1위를 차지했다. 제주공항은 연간 2500만~4000만명 이하 중·대규모 공항 부분, 김해공항은 연간 1000만~2500만명 이하 중·소규모 부분에서 각각 선정됐다. 제주공항은 올해까지 5년 연속, 김해공항은 4년 연속 아시아 최고 공항으로 선정됐다. 또 제주공항은 김해공항, 홍콩공항, 괌공항과 함께 아시아·태평양지역 평가에서 각 부문 최고의 공항으로도 선정됐다. 제주공항과 김해공항은 스마트공항 구축과 공항 운영프로세스 최적화, 효율적인 시설관리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1995년 설립된 항공교통 분야 세계 최대 규모 학술단체인 세계항공교통학회는 매년 전 세계 공항의 수송실적과 수익 창출 등 운영관리 효율성을 비교·분석해 평가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의 ‘라과디아(LaGuardia)공항 전경. 사진=flickr.
미국 뉴욕주의 ‘라과디아(LaGuardia)공항 전경. 사진=flickr.

현 제주국제공항은 동·서 활주로를 활용하여 이착륙하고 있다. 남북 방향 활주로는 길이가 짧아 ‘서북풍’이 불 때나 긴급 시 사용되고 있다. 만일 현 공항을 확장, 남북 활주로를 늘리면 북쪽 바다를 향해서 날아오르면서 ‘착륙 시 소음’보다 훨씬 큰 ‘이륙 시 소음’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소음차단 방호벽’을 하면서 좁고 포화상태인 제주국제공항의 확충과 고급화도 이루고, 동서활주로 주변 지역의 항공기 소음 등의 고통을 분산한다. 40년 전 제주시 서사라에 살 때, 비행기 이·착륙시 소음이 생각이 난다. 앞으로도 제주국제공항이 제주도민의 이동수단으로, 제주관광의 선봉대로, 제주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 교차(東西南北) 활주로는 미국 뉴욕주의 ‘라과디아(LaGuardia)공항’의 안전성(安全性)과 신뢰성(Reliability)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선거는 바람(風)을 ‘타는 것(乘風, 승풍)’이 문제고, 제주공항은 한라산 옆바람 서북 돌풍(突風)을 ‘잡는 것(克風, 극풍)’이 문제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