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는 죽에 포리 놀아들 듯 헌다
꾀는 죽에 포리 놀아들 듯 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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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의 借古述今] (240) 끓는 죽에 파리 날아들 듯 한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편집자 글] 

* 꾀는 : (설설)끓는
* 포리 : 파리
* 놀아들 듯 : 날아들 듯, 날아드는 것처럼

끓는 죽에 파리가 날아 들 듯이 한다. 말만 들어도 끔찍한 일이다. 죽이 펄펄 끓는데 파리가 날아든다는 것부터 상상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결과는 보나 마나 파리는 죽음에 이르고 말 것이다.

‘뜨거운 죽’, ‘꾀는 죽’ 두 가지로 쓰이지만, 후자 ‘꾀는 죽’이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뜨거운 죽보다 꾀는 죽이 훨씬 감각적으로 강하니 그럴 것이다. 뜨거운 정도는 목숨을 건질 수도 있을 것이나, 끓는 죽은 뛰어든 파리의 목숨을 단숨에 끊어 놓을 것이 아닌가.

한낱 미물이라 하나 참 무모한 곤충이 아닌가.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한순간에 참혹하게 제 명줄을 놓고 말았으니, 화(禍)를 스스로 불러들인 꼴이다. 사진=픽사베이.
한낱 미물이라 하나 참 무모한 곤충이 아닌가.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한순간에 참혹하게 제 명줄을 놓고 말았으니, 화(禍)를 스스로 불러들인 꼴이다. 사진=픽사베이.

한낱 미물이라 하나 참 무모한 곤충이 아닌가.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한순간에 참혹하게 제 명줄을 놓고 말았으니, 화(禍)를 스스로 불러들인 꼴이다. 상황판단을 잘못해 죽음에 이르고 있음을 실감 나게 경계해야 할 구체적 장면을 가지고 빗댔다.

끓는 죽이라는 상황을 설정해 놓고 그 속으로 파리가 덤벼드는 장면을 묘사함으로써 현장감을 살려 표현했다. 물론 사람의 일을 비유한 것이다. 어떤 일에든 경거망동은 현명하지 않은 것임을, 눈으로 보듯 하나의 장면으로 제시하였다. 항상 처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성이 짙다.

저녁 무렵에 불나비가 불 밝힌 방으로 무리 지어 날아드는 것과도 다르다. 낮처럼 환하고 따뜻하니까 날아드는 것이지만, 끓는 죽은 곧바로 죽게 되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이라 하나 그것은 결국 자살 행위에 다름 아니다. 하루를 산다는 하루살이 떼가 방바닥에 무더기로 널려 있는 것을 이따금 볼 수 있다. 이중창에다 밖으로 방충망까지 쳤는데, 어떻게 안으로 들어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들도 생을 그렇게 마감할 것은 아닐 테다.

하늘 아래 어느 숲속에서 바람 속에 나풀거리다 날개를 접으려 했을 것 아닌가. 아래는 영원히 묻힐 흙이다. 사람의 집 안은 그들이 마지막 눈 감을 곳이 아니리라. 끝내 자신의 한 생을 완성하지 못한 게 아닐까.

‘꾀는 죽에 놀아든 포리’하고는 다르긴 하지만.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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