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준비상황 감감 무소식...2009년 가을 '깜짝쇼'할 건가...

대한민국 대학입시와 델픽 제주유치가 공통점이 하나 있다. 끝나고 나면 그뿐이다. 입시는 내신중심이 되었든 수능중심 혹은 논구술 중심이 되었든 선발과정 거치고 나면 그만이다. 도통 공부를 하지 않는다. 공무원 시험준비나 다른 취직시험, 혹은 토익 공부가 주류인 대학은 이미 대학이 아니다. 시험공부를 위한 독서실 위주의 도서관이 ‘도서관’이면서도 도서관이 아니듯이. 제주델픽도 유치하고 나면 그뿐인가?

  작년 4월1일 제주도가 제3회 델픽(Delphic) 개최지로 확정되었다. 당시 상황을 지역언론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1일 제주도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지난 31일 개최된 상임이사회에서 인도 뉴델리와 경합을 벌여 제3회 세계델픽대회 개최지로 제주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인도 뉴델리의 경우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자로 문화적 자원이 풍부하다는 강점이 있지만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국가적으로 지정한 평화의 섬인 제주가 상징성과 함께 행정문화 및 치안유지 등이 인도보다 유리하게 작용했다. 또 제주개최를 희망하는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열린우리당 김재윤 국회의원의 지지성명을 비롯해 프리젠테이션을 이용한 행사계획 발표 등이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한라일보 2006. 04.01 이정민기자)’

  그리고 여러 곳에서 환영논평이 나왔다. 열린우리당은 “열린우리당은 지속적인 관심은 물론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모색할 것”이라면서“세계델픽대회는 제주를 전세계에 새롭게 각인시키는 호기가 되고, 관광제주의 위상 또한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제주도당도 델픽대회 제주유치에 따른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델픽을 통해 제주가 문화예술의 섬으로 다시 한번 세계인들에게 각인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민주당은 이어 "2009년 개최되는 제3회 세계델픽은 제주도가 문화예술의 섬으로서 다시 한번 세계인들에게 각인되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델픽은 문화올림픽이면서도 경쟁을 통해 창의를 북돋우고 평화를 지향하는 인류문화 제전으로 평가되는 세계인의 축제"라고 강조했다. (제주타임스2006년 04월 03일 정흥남기자)
 
  그리고 1년하고도 수개월이 지났다. 구글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동명문화회’라는 자그만 민간단체가 유치과정에서 열심이었던 흔적뿐 유치이후는 아예 기사가 뜨지 않는다.

델픽 제주유치 결정 직후 한 칼럼에서 한라대 김봉교수가 “2009년 델픽(Delphic)을 주목하자”(제주일보 2006.4.6)에서 “88서울올림픽이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의 물질적 번영을 이루는데 한 단서가 되었다면, 이제는 제주도에서 델픽을 열어 정신적 번영을 이루는 단서를 제주에서 찾아보기 위해 2009년을 주목해 본다.”고 주장했고, 지방선거 국면에서 이봉만후보가 "제주델픽을 제주시민복지타운에 유치, 제주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활용하겠다"고 약속한 정도이다. 거기에다 유치과정에서 헌신적이었던 동명문화회 조태중씨가 언론기고를 통해 식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을 뿐인데 그나마 1년 전인 6월29일자 제주의 소리 기고문으로 입을 닫았다.

  제주KBS는 유치결정이 이루어지기 직전에 ‘생방송 집중진단 제주’를 내보낸 이후 구글 검색에 잡힐만한 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 자리에는 제주출신 국회의원과 국제델픽위원회 아시아국장, 도 담당과장 등이 참석하여 델픽 제주유치의 정당성을 강조하느라 열을 올렸다(http://www.bravoeai.com/sang_photo.html). 그러나 그뿐이었다. 델픽 제주유치는 다만 시작일 뿐인데, 유치과정에 들어간 혈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다음에 제주델픽을 통해서 성취해내야 하는 일들에 대한 준비는 되엄신지 말암신지 도민들한테 알려지는 게 없다. 2009년 가을, “깜짝 놀랐지!!!!” 생쇼를 하려는가?   
      
  오히려 준비하기에 따라서는, 세계자연유산등재 결정보다 더 빠르고 직접적인 유발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는 제주델픽이 이렇게 외면당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쭉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오면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델픽이 아직은 시작에 불과해 보잘 것 없어 보이기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60년에 가까운 역사를 통해 이미 ‘문화올림픽’으로 불려온 프랑크푸르트도서전보다 훨씬 큰 의미를 담아낼 수도 있는 세계사적인 사건의 맹아를 왜 이리 홀대하는가? 델픽 제주유치에 앞장섰던 제주도 당국자에게 묻는다.

유치지원에 열심이었던 한국 델픽위원 김재윤 의원에게 묻는다. 유치하면 그대로 끝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준비가 진행 중인데 개인적으로 무능하고 게을러서 과문한 탓에 결례하고 있는가? 언론을 통해서나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알 수 있는 보통시민으로서 제주 델픽의 운명이 궁금하다. 그리고 나는 납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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