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태풍이 북상함에 따라 제주를 기점으로 한 물류 운송에 비상이 걸렸다. 사실상 항만 운항이 오늘자로 중단됐고, 이번주 내로 추가 운항 계획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14호 태풍 찬투(CHANTHU)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중국 상하이 동남쪽 약 320km 해상에서 북진하고 있다. 중심기압 995hPa에 최대 풍속은 초소 40m, 시속 144km 수준이며, ‘강’ 강도의 태풍이다. 태풍은 중국 상하이 인근 해안가를 거친 뒤 제주를 비롯한 한반도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경로대로라면 태풍 찬투는 중국 동쪽, 제주 남서쪽 해안에 머물면서 강풍·폭우 등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다가 17일 오전이 되어서야 제주 북서쪽 해상까지 접근하고, 18일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태풍의 이동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점도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현재 시속 27km의 속도로 이동중인 태풍 찬투는 오늘 오후 9시께 시속 17km까지 속도가 떨어지고, 내일(14일) 오전 9시에는 시속 7km로 매우 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제주도남쪽바깥먼바다에는 태풍주의보가 발효중이고, 남해와 서해 대부분의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 이로 인해 오늘 오후부터 항만 운항도 모두 중단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기상악화로 인해 이날 오후 1시 배를 마지막으로 제주항을 기점으로 한 모든 선박은 결항됐다.

김근영 제주도 해운항만과장은 "날씨가 워낙 민감하다보니 지금은 여객선이고, 화물선이고 구분하지 않고 모두 제주항에서 대피할 것을 조치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특별수송대책을 수립하며 여객수송과 물동량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현재로서는 날씨가 조금이나마 빨리 나아지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항은 피항 항만이 아니다보니 다도해인 목포나 완도 인근으로 선박을 옮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상에 태풍특보가 발효중일 때는 선박 운항은 일절 금지되고, 그나마 풍랑주의보 정도로 격하돼야 선박 규모에 따라 제한적인 운항이 가능해진다.

추석 명절에 맞춰 운송돼야 했을 소포·택배 물량도 그대로 발이 묶이게 돼 비상이 걸렸다. 오정철 제주지방우정청 우정사업과장은 "오후 1시 배로 겨우겨우 물량을 실어날랐지만,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18일까지 추가 운항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남아있는 물량은 추석이 끝나고 나서야 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소상공인들이 떠안게 됐다.

제주산 수산물을 고급화 해 선물용으로 판매해 온 업체 대표 이승욱씨는 "태풍이 올 것을 예상해 일요일에 밀린 물량을 보내는 등 미리 대비하고는 있었지만, 이번주 내내 운송이 안된다고 하니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보통 1년치 물건을 명절 대목에 맞춰서 준비한다. 신선도가 중요한 농산물·수산물은 시기에 맞춘 배송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때문에 다 힘든 와중에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목은 쌓여있는 물건을 처리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추석 이후에 재고가 저가로 덤핑되면 정상적인 유통도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온라인몰을 통해 만감류 등을 판매하는 업체 대표 강모씨도 "추석만 보고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사람들 간 접촉이 줄어들다보니 보통 선물용 판매됐어야 할 상품이 돌지를 않았다. 이제나 저제나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는데, 날씨까지 이러니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