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58) 행정절차 및 법률 위반, 위헌 등 문제 남아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조감도. 한라도서관과 아트센터를 사이에 두고 1단지와 2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조감도. 한라도서관과 아트센터를 사이에 두고 1단지와 2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추진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대해 제주시가 지난 7월 실시계획인가 및 시행 승인을 고시했다. 이에 제주시는 2022년 말까지 토지보상 절차를 진행한 후 2023년부터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인 도시공원으로 지정하고도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으면 공원의 지위가 해제되는 것을 말한다. 오등봉공원의 경우 지난 2001년 8월 11일 도시공원 결정이 났고, 올해 같은 날이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도시공원 지정 만 20년이 되면서 도시공원으로서의 효력이 사라지는 날이었다.

이처럼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도시공원이 해제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정책이 바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다. 민간사업자가 공원면적의 70%를 공원으로 조성하여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는 아파트, 주택 등의 주거시설 또는 상업시설의 설치를 허용해 주는 것이다. 제주도는 도내 39곳의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 도시공원 중에 제주시내와 위치가 가장 근접한 오등봉과 중부공원 두 곳을 민간특례사업으로 선정하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오등봉공원에 대한 민간공원추진 사업자 선정을 위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공모지침에 벗어난 심사 논란과 전직 고위공무원의 영향력 행사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인·허가 과정에서는 환경훼손과 상하수도 공급·처리문제, 경관훼손, 교통난, 원도심 공동화, 초등학교 신설 문제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다. 또한 제주시는 지난 2016년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대상 여부에 대한 사전검토에서 공원의 본질적 기능상실과 대규모 주택시설로 인한 경관훼손, 교통혼잡 가중 등으로 수용 불가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어 논란은 가중되었다.

오등봉 민간특례사업의 여러 논란들 중에 특히 주목되는 문제는 바로 행정절차 중 하나인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 위반 논란이다. 환경영향평가에 앞서 사업의 계획수립 단계에 진행되는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의 타당성과 입지의 적정성을 중심으로 평가하여 이를 협의하게 된다. 

지난 2020년 10월 사업자인 제주시와 호반건설 등은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하게 된다. 당시 협의내용 중에는 ‘사업예정지에는 다양한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지만, 평가서 상에는 법정보호종이 사업시행으로 받는 영향 및 저감 방안을 일반적 수준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법정보호종(팔색조, 긴꼬리딱새, 맹금류<황조롱이, 새호리기, 벌매, 붉은배새매, 새매>, 맹꽁이, 애기뿔소똥구리 등)이 다수 확인됨으로 금회 계획 시행으로 법정보호종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이에 대한 적정 저감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추가 세부 협의내용으로 겨울철새(법정보호종) 현황 제시, 팔색조와 긴꼬리딱새의 둥지조사를 통한 번식여부 제시, 맹꽁이 서식현황 제시, 애기뿔소똥구리 서식 가능성 조사 제시 등이 포함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대한 조치계획 이행은 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 수행되어야 한다. 더욱이 위에서 지적한 법정보호종에 대한 영향 저감 방안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반영되어 시설물의 규모, 배치, 이격거리 등 사업의 토지이용계획이 재조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자연환경 조사를 2020년 가을철, 겨울철 두 계절에 대해서만 조사를 진행함으로써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 팔색조, 긴꼬리딱새, 맹금류, 맹꽁이, 애기뿔소똥구리 등의 현황조사를 위해서는 2021년 6월 장마철부터 여름철 조사가 필수적이다.

제주시는 실시계획 인가 및 시행 승인이 난 이후 최근에야 일부 항목에 대한 조사내용을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협의내용을 충족하는 조치결과로 미흡할 뿐만 아니라 이미 사업시행 승인 이후 자연환경 조사를 진행함으로써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서 지적한 ‘사업계획 시행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법정보호종에 적정 저감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이는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운영취지를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는 행위와 다름이 없다. 지방정부가 공동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는 사업이라면 더욱더 국가환경정책과 개발사업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준수하려고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시켜버린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등봉 민간특례사업의 비공원시설 계획은 법에서 정한 기준에 위배된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의 근거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에 근거한다. 동 법률에서 민간사업자가 도시공원 30% 내에서 시행하는 아파트, 상업시설 등 비공원시설은 “해당 공원의 본질적 기능과 전체적 경관이 훼손되지 아니”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사업승인기관인 제주시는 이미 5년 전 이 사업에 대해 “공원의 본질적 기능상실, 전체적인 경관 훼손”이 우려된다며 불수용 결정을 내렸었다. 당시 비공원시설의 아파트 계획 규모는 지상 12층 688세대였다. 하지만 이번에 시행 승인된 오등봉 민간특례사업의 아파트 규모는 지하 3층 지상 14층, 1429세대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또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자에게 토지수용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되기 20년 동안 정부는 국민의 환경권과 토지주의 재산권을 존중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토지매입을 위한 재원마련에 소극적이었고, 환경훼손이 불가피한 민간특례사업을 급하게 추진하게 되었다. 결국, 민간사업자에게 이윤창출의 기회를 주면서 정작 도시공원 토지주들은 토지 강제수용을 감내하도록 해 국민의 환경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를 자초하고 있다. 

일련의 쟁점과 문제점을 볼 때 오등봉 민간특례사업의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행정절차 및 법률 위반, 위헌 등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이 날 수 있도록 시민참여에 의한 공익소송 등 심판의 기회가 반듯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 스스로 시민들의 여가 공간인 도시공원을 지키고, 다양한 시민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등봉공원은 제주시 도심지에 인접한 도시공원이면서도 평소에 접하기 힘든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동·식물이 다수 서식하는 매우 특별한 공원이다. 우리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면서 제주생태계가 유지되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인 셈이다. 이러한 생태 공간이 사라지지 않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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