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특별재심 논란에 “결자해지의 자세로 4.3특별법 정신 존중하라”

법무부가 선별적인 제주 4.3 특별재심을 검토한다는 논란에 대해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15일 건의문을 통해 “직권재심 도입 입법 취지에 맞게 군사재판 수형인에 대한 일괄재심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6월부터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특별재심 관련 실무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희생자 2530명 중 4·3희생자로 인정되지 않은 600여 명을 배제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유족회는 “몇 년간 진행된 수차례의 4.3 관련 재심청구소송에서 공소기각 또는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제주4.3 당시 군사재판이 불법적이며 졸속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시간적, 절차적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연고자가 없어 대상자를 특정할 수 없거나 개별 재심 청구 여력이 없을 경우를 고려해 군사재판 수형인 대상자 중 단 한 명도 배제되거나 누락되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군사재판 무효화를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또 “21대 국회에서 진행된 제주4.3특별법 개정안 관련 무효화 대안으로 재심방안이 제시됐고, 유족회는 특별재심과 직권재심 조항을 명백히 규정함으로써 우려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법무부가 군사재판 수형인 중에서도 희생자로 인정된 일부만이 직권재심청구 대상자에 해당한다는 억지스러운 법 해석을 들이대고 있어 우려된다”며 “법무부가 졸렬한 법 해석으로 직권재심청구 대상자를 일괄이 아닌 제한적으로 선별하겠다며 입법 취지와 목적을 무시하고 있음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유족회는 “4․3특별법에 따라 진행될 특별재심 및 직권재심 절차는 수형인 명예회복을 위한 매우 의미있는 과정”이라며 “법무부가 도리어 기만적이고 배타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4․3의 정의로운 과거사 청산을 목표로 하는 특별법 정신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곧 4․3위원회 전체회의가 개최돼 위원회 차원에서 군사재판 수형인 전체에 대해 일괄로 직권재심청구를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4․3위원회는 4․3특별법에 근거한 법정기구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법무부장관도 당연직 위원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직권재심청구에 대한 위원회의 결정에는 법무부장관의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직권재심에 대한 정의의 키는 법무부로 넘어갔다. 법무부가 대승적 행보에 동참해 정의로운 과거사 청산의 한 축을 담당할지, 아니면 정의로움에서 이탈해 국민을 기만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법무부는 구태의연한 자세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자세로 4․3해결을 위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4․3 특별재심 및 직권재심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권의 소중한 절대가치를 최우선으로 받들어야만 한다”라면서 “그 첫걸음은 재심직권재심청구 대상을 수형인 전체에 대해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회는 “부디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움에 있어 법무부가 주무부처로서의 소임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전문] “법무부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4·3특별법 정신을 존중해야”

-직권재심 도입 입법취지에 맞게 군사재판 수형인 일괄 재심 수용하라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수차례의 4․3관련 재심청구소송에서 공소기각 또는 무죄의 판결이 내려짐으로써, 제주4․3 당시인 1948년과 1949년에 이뤄진 군사재판이 지극히 불법적이며 졸속적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재심재판의 경우 재심개시결정 절차 및 재심 자체에 소요되는 시일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재판과정에 필요한 내용을 개별적으로 일일이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기에 보다 합리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한 과제였다. 이에 4․3유족회에서는 지난 20대 국회의 입법과정에서부터 군사재판의 무효화를 통한 일괄 명예회복 추진 방안을 주장하였다. 이처럼 유족회가 군사재판 무효화를 주장한 이유에는 시간적, 절차적 효율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연고자가 없어 대상자를 특정할 수 없거나 혹은 개별 재심 청구 여력이 없을 경우를 고려하여 군사재판 수형인 대상자 중 단 한명도 배제되거나 누락되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진행된 입법과정에서 무효화방안의 대안으로 재심방안이 제시되었고, 유족회에서는 14조와 15조에 특별재심과 직권재심의 조항을 명백히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이처럼 4․3의 정의로운 해결에 대한 의지를 담은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된 지 3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개정된 4․3특별법에 따른 후속조치들이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군사재판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청구의 절차 또한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 법무부가 군사재판 수형인 중에서도 희생자로 인정된 일부만이 직권재심청구 대상자에 해당된다는 억지스러운 법해석을 들이대고 있다고 하여 심히 우려스럽다.

법률에 적용된 문언에 대한 해석 및 적용에 대한 기준 및 원칙은 대법원 판례에서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판례1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실정법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그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해석할 것도 또한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나아가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와 같은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을 하여야 한다.” (출처 : 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다83431 전원합의체 판결) 

※판례2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여야 하고, 다만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는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출처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다223025 판결)

상기 대법원 판례에서 볼 수 있듯이 무릇 법해석은 단순한 문리적 해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 타당성 및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그 법의 입법취지나 제․개정 연혁, 법적 안정성 및 정의와 형평성 등 법이 보편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를 두루 종합해서 해석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졸렬한 법해석으로 직권재심청구 대상자를 일괄이 아닌 제한적으로 선별하겠다고 하여 입법취지와 목적을 무시하려 하고 있음에 우리 유족들은 끓어오르는 배신감으로 분개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4․3특별법에 준거하여 진행될 특별재심 및 직권재심의 절차는 수형인 명예회복을 추구해나가는 매우 의미있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 해당 주무부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할 법무부가 도리어 기만적이고 배타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4․3의 정의로운 과거사 청산을 목표로 하는 특별법 정신에 정면 배치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이는 앞으로도 지극히 경계해야 할 문제이다. 

조만간 4․3위원회 전체회의가 개최되어 위원회 차원에서 군사재판 수형인 전체에 대하여 일괄로 직권재심청구를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4․3위원회는 4․3특별법에 근거한 법정기구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법무부장관도 당연직위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직권재심청구에 대한 위원회의 결정에는 법무부장관의 뜻도 담겨 있다고 봄이 옳을 것이다.

이제 과거 공권력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아가는 절차에서 직권재심에 대한 정의의 키는 법무부로 넘어가게 된 셈이다. 법무부가 대승적 행보에 동참하여 정의로운 과거사 청산의 한 축을 담당할지, 아니면 정의로움에서 이탈하여 국민을 기만하는 법비로 전락할지 지켜볼 일이다.

바라건대 법무부가 구태의연한 법물신주의에서 탈피하여 보다 전향적이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4․3해결의 장에 임해야 할 것이다. 특히 4․3의 특별재심 및 직권재심의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 인권의 소중한 절대가치를 최우선으로 받들어야만 하며, 그 첫걸음은 4․3특별법 취지를 존중하여 재심직권재심청구 대상을 수형인 전체에 대해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디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움에 있어 법무부가 주무부처로서의 소임을 다해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우리 4․3유족들은 이를 엄중히 지켜볼 것이다.

2021.  9. 15.

제주4․3희생자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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