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화북천 바닥 파보니 기름·슬러지 가득…“폭우 때마다 오수 흘러” 주장

제주시 화북중계펌프장 바로 아래 화북천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설치된 우수박스에서 오수가 흘러나와 곤을마을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해당 장소는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시행하는 제주시 화북중계펌프장 월류수 처리시설 설치사업을 두고 지역주민과 도 상하수도본부 간 갈등이 빚어진 곳으로 오수처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곳입니다. 

마을 주민의 급한 연락을 받고 [제주의소리]가 15일 오전 11시께 현장을 취재한 결과 많은 비가 쏟아지며 수량이 늘어난 우수박스 입구에는 비릿한 냄새와 함께 거품 낀 혼탁한 물이 가득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우수박스 바로 옆 땅을 막대기로 5cm 남짓 걷어내자 시커먼 슬러지가 드러나고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을 걷어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물길이 닿는 바위 사이에는 오수로 인한 거품이 가득했고 하천과 맞닿는 바다에선 정체불명의 시커먼 색을 띤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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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화북천과 바다가 맞닿는 곳에 설치된 우수박스에서 오수가 흘러나와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수박스 바로 앞 물은 거품이 낀 채 알수없는 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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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밀려 바위 사이에 모인 거품 모습입니다. ⓒ제주의소리

49년간 곤을마을에서 살아왔다는 변민철 씨는 “화북중계펌프장이 생긴 이후부터 수십 년 동안 오수가 유입되며 악취에 시달리는 등 고통받고 있다”며 “지금은 좀 나아진 편이고 비가 많이 올 때면 상태는 더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화북중계펌프장에서 비가 올 때마다 오수가 정화되지 않고 흘러들어 화북천 하류와 바다가 썩어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행정당국이 비가 올 때 처리용량이 넘칠 경우 빗물과 섞인 오수를 그대로 바다로 흘려 보내왔다는 것입니다. 

이어 “파도 색깔이 다른 곳하고 비교했을 때 다른 모습이지 않나”라고 되물으며 “여기(우수박스)서 나온 오수와 슬러지가 바다로 흘러가니 파도가 칠 때마다 가라앉았던 것들이 떠올라 시커먼 색을 띤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릴 때만 해도 여기서 해수욕도 즐길 수 있었고 바로 위 용천수에서 나오는 물을 마실 수도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바다에 오수가 흘러들면서 썩어 문드러져 이곳에서 살 수 없을 지경이다. 행정은 늘 묵묵부답이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취재기자를 보고 다가온 주민 강신옥 씨는 “창문을 닫아도 냄새가 들어오니 피할 수도 없고 정말 곤욕이다”라며 “지금처럼 물이 더러운 것은 현장에서 이렇게 증명할 수라도 있지 냄새는 증명할 길이 없으니 너무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취재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나온 장창수 곤을동청정지역만들기대책위원회 간사는 “지금 현장을 보셨으니 알 텐데 이렇게 비가 올 때면 오수가 흘러넘친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비가 올 때마다 펌프장에서 오수를 흘려보내면서 월류수 설치 사업을 위한 주민설명회 때 빗물에 섞인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처리해 하천으로 방류하는 목적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주민 기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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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막대기를 통해 우수박스 인근 땅을 걷어내니 오랜 기간 쌓인 듯한 시커먼 슬러지와 물 위를 떠다니는 기름이 나타났습니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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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곳을 걷어내도 상황은 마찬가지 였습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의 화북중계펌프장 월류수 처리시설 설치 고시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강우 시 화북중계펌프장 시설용량을 초과하는 하수의 처리를 위한 월류수 처리시설을 설치해 악취민원 해소 및 방류 해역 수질 환경 보전을 통한 지역주민의 생활편의 도모’가 목적입니다. 

고시된 내용과 같이 주민들은 해당 사업이 간단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업이 아니라 펌프장 용량을 초과하는 오수를 처리하는 시설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장 간사는 “2015년에 상하수도본부가 하수와 우수를 분리하는 149억 원짜리 사업을 추진했는데 또 사업하는 것은 말이 안 되잖나”라고 되물으며 “결국 빗물을 여과해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도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해당 우수박스가 우수와 오수가 합쳐진 합류식 관로라서 오수가 일부 흘러갈 때가 있다”며 “비가 많이 올 때 화북중계펌프장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오수가 월류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수와 우수가 가운데 벽을 두고 함께 흐르는 하나의 관로에 비가 많이 내리면서 우수가 오수관로로 넘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우수가 넘치면서 오수의 총량을 늘리게 되면 펌프장 처리 용량 한계를 초과하게 되고, 이에 따라 처리 한계를 넘어선 오수 일부가 다시 우수 관로로 월류한다는 것입니다.

이어 “몇 시간 동안 집중호우가 내릴 때 오수가 월류되는 것은 화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부득이하게 벌어지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오수는 우수박스를 흐르는 물 전체의 10% 남짓인 데다 방류수 수질검사를 해보면 빗물이 섞여 있어 생활하수 농도와 큰 차이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우수박스 주변에 쌓은 슬러지와 기름에 대해선 “아무래도 오래되다 보니 모래나 진흙같은 것들이 퇴적되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며 “수질검사에서 큰 이상은 없지만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월류수 처리시설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월류수 처리시설과 관련해선 “이렇게 오수가 조금씩 흘러가며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이를 줄이기 위해 월류수 처리시설을 설치하려는 것”이라면서 “가장 좋은 것은 관로를 분리식으로 만들고 펌프장과 하수처리장과 연계된 시스템 전체를 증설, 손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과 같은 월류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로 자체를 바꾸고 하수처리장 처리 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 펌프장이나 하수처리장 증설을 할 수 없으니 단기적 방편으로 설치하는 것”이라며 “오염을 줄이고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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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박스 위쪽 용천수가 흘러나오는 화북천에서는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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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박스에서 나온 물은 곧장 바다로 흘러가게 됩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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