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신분으로 제주 찾아 수의계약 용역 참여...징계 후에도 동일 연구소에 자문 활동

사설 연구소 소속으로 제주도가 발주한 각종 용역에 참여해 징계를 받은 현직 공무원이 또다시 동일 연구소가 수의계약한 제주도 용역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21년 3월 제주도가 발주한 용역보고서에 현직 공무원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자료.
사설 연구소 소속으로 제주도가 발주한 각종 용역에 참여해 징계를 받은 현직 공무원이 또다시 동일 연구소가 수의계약한 제주도 용역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21년 3월 제주도가 발주한 용역보고서에 현직 공무원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자료.

제주도가 발주하는 용역에 참여해 징계를 받은 육지부 지방자치단체의 현직 공무원이 또다시 자신이 있던 연구소를 통해 용역보고서에 이름을 올려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로건설과 관련해 올해 서귀포시가 발주한 지표조사 용역에 A업체가 참여해 수의계약이 이뤄졌다. 계약금액은 1530만원이다.

빈번한 교통사고와 안전시설 개선을 위한 도로 공사 과정에서 국가지정문화재인 서귀포층이 확인돼 분포 규모를 조사하는 것이 용역의 목적이었다.

보고서상에는 조사가 올해 2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60일에 걸쳐 이뤄졌다고 명시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보고서에 적힌 조사 참여자의 명단이다.

최종 보고서에 등장하는 조사 참여자 5명 중 3명은 A업체 이사진이다. 이사장 B씨는 지질 전문가도 아니지만 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자문위원에는 공무원 C씨의 이름이 쓰였다.

다른 지역 도청 공무원인 C씨의 직함은 소속 기관명이 아닌 0000지질공원위원회 위원과 전 제주문화재 전문위원으로 소개됐다.

취재결과 C씨는 수년 전부터 A업체 소속으로 각종 용역사업에 참여했다. A업체는 2011년 1월 제주도청 인근에 사무실을 차리고 제주도가 발주하는 각종 용역에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가 발주한 용역에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업은 확인된 것만 8건이다. A업체가 이 기간 수주한 금액도 2억원에 달한다. 2018년 이후에도 수의계약은 이어졌다.

2014년 공직으로 자리를 옮긴 C씨는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주말 등을 이용해 제주를 오가며 용역에 참여했다. 일부 용역보고서에는 버젓이 연구책임자 자격으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사설 연구소 소속으로 제주도가 발주한 각종 용역에 참여해 징계를 받은 현직 공무원이 또다시 동일 연구소가 수의계약한 제주도 용역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18년 4월 제주도가 발주한 용역에 현직 공무원이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보고서 자료.
사설 연구소 소속으로 제주도가 발주한 각종 용역에 참여해 징계를 받은 현직 공무원이 또다시 동일 연구소가 수의계약한 제주도 용역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18년 4월 제주도가 발주한 용역에 현직 공무원이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보고서 자료.

겸직을 의심한 해당 기관은 2019년 1월 감사위원회에 겸직위반 관련 조사를 요청했다. 조사 결과 C씨가 A업체 설립 시기인 2011년부터 8년간 등기이사로 겸직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제10조(영리업무의 금지)에는 공무원의 영리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11조(겸직 허가)에 따라 영리행위가 아닌 직무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감사위 조사가 시작되자 C씨는 2019년 2월 A업체 이사에서 퇴임했다. 동시에 C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B씨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B씨는 지질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었다.

[제주의소리]는 A업체의 운영 방식을 문의하기 위해 도청 인근의 사무실을 찾았지만 근무자를 만날 수는 없었다. 주소지에는 여러 업체가 입주해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사무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사장 B씨는 “사무실은 상주자가 없다. 애초 사업을 할 때 전국 단위 사업을 명시했다”며 “사무실은 제주에 있지만 다른 지역에 출장이 잦아 현장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했다.

겸직 문제로 징계를 받은 현직 공무원에 자문을 구한 이유에 대해서는 “돈을 지불한 것도 아니고 단순 자문이었다. 말 그대로 자문을 했을 뿐 용역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공자가 아닌 이사장의 용역 참여에 대해서는 “(내가) 비록 전공자는 아니지만 예전부터 관련 용역에 대한 실무 관련 일을 했다. 실제 박사급 전공자와 함께 연구 용역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 C씨는 “연구소는 공직생활을 하기 전 만들어졌고 후임이 결정되지 않아 민법상 등기가 유지돼 왔다”며 “용역 참여 겸직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2년 전 감봉 징계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용역을 발주한 서귀포시는 “문화재 부서에서 지표조사 결과 제출을 요구해 용역을 진행했다. 보고서에 명시된 연구원이 비전공자인지, 자문위원이 공무원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직자의 자문위원 참여 제한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을 찾지 못했다. 다만 과업지시서상에는 전문성을 갖춘 연구원이 용역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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