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뜨르, 이제 평화대공원으로] (상) 일제 토지 강제 수용...국방부, 주민 불하 대신 외지인 매각

제주 알뜨르비행장 부지에 평화대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이 나온 지도 16년이 지났다. 쉽게 땅을 내놓을 수 없다는 국방부와의 밀고 당기기 속에 최근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무상사용 허가’ 근거를 담은 관련 법 개정 추진에 이어, 국방부·제주도·대정주민 등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도 곧 추진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는 알뜨르비행장, 그리고 제주평화대공원의 지난 과정과 향후 과제를 두 차례로 나눠 다뤄본다. [편집자 주]
알뜨르비행장에 남아있는 격납고 뒤로 한라산이 보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알뜨르비행장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 20만㎡(약 6만평) 규모의 불시착륙장으로 시작해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태평양전쟁까지 번지면서 비행장은 점점 면적을 넓혀 갔다. 

조성윤 전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2년 논문 ‘알뜨르 비행장 : 일본 해군의 제주도 항공기지 건설 과정’을 발표했다.

논문에는 1933년 8월 1일 나가사키 지역에 있는 사세보진수부 사령관이 해군대신에게 보낸 문서를 소개한다. 대정면 상모리와 하모리의 토지 6만242평(19만9147㎡)을 1932년 8월 9일부터 1933년 3월 10일까지 매입했다는 내용이다. 이를 근거로 알뜨르비행장 공사는 토지 매입이 끝난 1933년 이후에 시작됐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일본군이 태평양전쟁 당시 사용한 연습용 비행기 아카톰보. 사진=제주문화예술재단. 
일본군이 작성한 제주도 대정면 모슬포 부근도. 사진=일본방위연구소 도서관, 조성윤 논문 ‘알뜨르 비행장 : 일본 해군의 제주도 항공기지 건설 과정’

일제는 1936년 11월 15일부터 1937년 2월 26일까지 알뜨르 인근 토지 48만6800㎡(14만7257평)을 추가 매입한다. 비용은 2만7582원77전이다. 1937년은 중일전쟁이 발발한 시기로, 알뜨르비행장을 거쳐 중국 난징을 폭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태평양전쟁 시기 들어 또 다시 확장 공사를 추진했는데, 그 면적이 220만㎡(66만5602평)에 달한다. 이전 두 차례에 걸쳐 조성한 비행장 면적보다 넓다. 전쟁이 끝난 후 일본군이 미군에 제출한 진해경비부 인도목록을 보면 ‘제주도 항공기지 토지’ 면적을 220만㎡로 명시해 놓고 있다. 비행장(120만㎡), 유도로(10만㎡), 터널(5만7000㎡) 같은 시설은 별도로 포함돼 있다. 전쟁 말기 일본군이 알뜨르 일대에 벌여놓은 광기를 짐작할 만 하다.

3차에 걸친 알뜨르비행장 조성·확장은 일제의 강압에 의해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성윤 교수는 2차 확장에 해당하는 중일전쟁 당시 토지 매입 상황을 설명하며 “물론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돼 있지만,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과 농경지를 3달 10일 만에 모두 매입했다고 하는데, 이처럼 신속한 매입은 경찰의 입회하에 일방적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군이 작성해 미군에게 제출한 알뜨르비행장(제주도 항공기지) 관련 자료. 사진=아시아역사자료센터, 일본방위연구소 도서관, 조성윤 논문 ‘알뜨르 비행장 : 일본 해군의 제주도 항공기지 건설 과정’

일본군의 강압적인 수용으로 마을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야만 했다. 확장 공사에 강제 동원되는 피해까지 겪어야 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해방 이후 토지가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국가에 귀속됐다는 점이다.  

지난 8월 3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알뜨르·송악산 일대 평화벨트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박찬식 소장(제주와미래연구원 제주역사연구소)은 주제 발표에 나섰다.

박찬식 소장은 “알뜨르비행장 토지는 미군정 시기와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국방부가 소유·관리했다”면서 “한국전쟁 때는 훈련소와 포로수용소가 들어섰고, 이후 공군의 비행훈련장으로 활용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주민들은 국방부와 임대 계약을 맺어 매년 소작료를 내며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혔다.

1987년 노태우 대통령 후보는 알뜨르 경작지를 주민에게 불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대정 주민들은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공약은 공약(空約)으로 끝나버렸다. 오히려 1년 뒤 국방부가 일대 651만2396㎡(197만평) 부지에 군사기지와 비행장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민 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으나 1999년 비상공수훈련 시도를 비롯해 활주로 공사, 수송 훈련, 남부탐색구조부대 추진 등을 통해 활용 가능성을 남겨뒀다.

2005년 알뜨르비행장에 설치됐던 공군 제8546 부대의 경고문.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런 와중에 일본이 항공기지를 위해 강제 수용한 알뜨르 인근 토지를 국방부가 지난 1984년 외지인에게 팔아넘긴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면적은 2만㎡에 이른다.  본래 땅 주인이었던 대정 주민들이 지금은 외지인에게 임대료를 지불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근거 자료가 없어 토지 매각의 경위를 알기 어렵다는 태도다. ‘대체 부지 제공’, ‘국방 우선’ 등을 이유로 무상 양여를 계속 거부해온 국방부의 입장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은 이 때문이다. / (하)편은 22일자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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