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소리 人터뷰] 아프간 여성 제주유학생 "기회 준 한국에 감사, 아프간 관심 가져달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인터뷰를 가진 아프가니스탄인 아딜라씨. ⓒ제주의소리

"내게는 돌아갈 수 있는 나라도, 선택할 수 있는 미래도 사라졌어요."

추석 명절 연휴 국립제주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아딜라(30.여)씨. 이역만리 땅에서 맞은 추석은 그녀에게 고국 생각을 더욱 간절해지게 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정세는 가슴을 더욱 타들어가게 만든다. 조국에서는 극단적인 종교주의자들에 의한 핍박과 박해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에 온 것은 약 7달 전이다. 이란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 석사 과정까지 마친 그녀는 한국 정부의 인재양성 정책인 BK21 사업 장학생으로 선정되며 한국 땅을 밟았다.

아프가니스탄은 평소 한국과 교류가 많은 나라는 아니다보니 공식적으로 제주에 머물고 있는 아프간인은 그녀가 유일하다시피 하다.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흐름과 함께한 그녀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아딜라의 부모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인 카불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km 가량 떨어진 바미얀(bamiyan)에서 거주했다. 극단적인 종교주의자들에 의해 파괴됐지만, 한때는 높이 50m 달하는 불상과 벽화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딜라의 가족은 아프간 땅이 공산주의와 종교집단 간의 내분에 휩싸이자 인접 국가인 이란으로 이주해야 했다. 소수민족인 하자르족인 그녀의 가족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인터뷰를 가진 아프가니스탄인 아딜라씨. ⓒ제주의소리

아프가니스탄은 아프간족을 지칭하는 '파슈툰족'이 전체 인구의 42%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타지크족 27%, 우즈벡족 9%, 하자라족 9%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구의 절대다수의 종교는 이슬람으로 80%는 수니파, 나머지는 시아파다. 이중 하자르족은 시아파에 속한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이슬람의 양대 종파이면서도 태생부터 뿌리 깊은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철천지원수 사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이 같은 배경 아래 하자르족은 아프간 내에서도 핍박의 대상이었다. 공산주의 정권에서도, 탈레반 정권에서도 국가는 그녀의 가족을 지켜주지 않았다. 시아파에 속하는 이란으로의 이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이웃나라 이란에서 나고 자란 아딜라지만, 국적은 아프가니스탄이었다. 아버지는 세상을 등지셨고, 어머니는 아직 이란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이란은 이방인에게 쉽게 시민권을 내어주지 않았고, 그녀의 삶은 평생 이민자 신분이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찾았던 고향땅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딜라는 "이란 내에서의 아프간 사람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어렵고, 대학을 가기는 더욱 어렵다. 이란인들은 정부에서 대학 교육비용을 무료로 지원받지만, 아프간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며 "내가 배워 온 공부를 이어가고 싶었고, 이란에서의 학비가 너무 부담이 돼 내게 기회를 준 한국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들어온 이후 고국의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미국의 원조를 받을 당시만 하더라도 외국에 나와있던 아프간 사람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나라를 좋게 만드는데 기여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최근 극단적 종교주의 무장단체인 탈레반에 의해 정권이 뒤집힌 이후에는 그 기회마저 사라졌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인터뷰를 가진 아프가니스탄인 사디카씨. ⓒ제주의소리<br>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인터뷰를 가진 아프가니스탄인 아딜라씨. ⓒ제주의소리

한국은 추석을 맞아 명절 분위기가 한창이다. 이슬람 문화권에도 우리의 설날과 같은 누루즈(Norouz)가 있고, 이슬람교의 최대 명절로 한데 모여 음식을 나눠먹는 이드(Eid)가 있다. 그녀 역시 한국의 추석에 대해 알고 있었고, 자연스레 고향땅 어머니와 친구들을 떠올렸다.

그럼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테러와 민간인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여성에 대한 억압도 연일 뉴스를 달군다. 혹자에게는 먼 나라의 소식일 뿐이지만, 그녀에게는 오롯이 현실이다.

아딜라는 "나는 내 조국으로 돌아가면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다. 하자르족이면서 시아파, 여성이면서 외국에서 공부까지 한 나는 내 나라에서 탈레반에 의해 틀림 없이 죽게될 것"이라며 "아프간에 있는 친구들도 많이 걱정되지만, 나 또한 답을 찾을 수 없다. 탈레반 정권에서는 여성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고향이 그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답한 그녀는 "전에는 돌아갈 나라가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어디에도 없다. 내 국가에서는 내 미래를 찾을 수 없다. 내게는 선택할 수 있는 미래가 없다"고 눈물 지었다.

제주에서의 학업을 끝마치기까지는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 학업이 끝난 후에는 우선 이란으로 돌아가겠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가뜩이나 아프간 난민의 유입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란 정부는 한번 외지로 나간 이들에겐 다시 돌아올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이전에 주어졌던 학생 비자를 취득할 기회도 잃게 된다.

아딜라는 "내겐 나를 지키고 나의 부모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만 직업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공부한 것이 없던 일이 될까봐 걱정이 된다"며 불안정한 지위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한국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며 아프간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아딜라는 "나와 같은 사례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 없다. 탈레반은 매우 잔인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아프간 정부 역시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국사회도 아프간 사람들의 사정을 더 알아줬으면 좋겠고, 지위의 안정에도 보다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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