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4단계 첫 명절 ‘추석 분위기 예전만 못해’...서민경제 회복-일상으로 복귀 기대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추석 분위기도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세대와 지역이 뒤섞인 이른바 차례상 여론도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잃어버린 시간과 어려운 가계살림에 치솟는 부동산으로 민심도 싸늘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일상으로 회복과 경제 격차 해소에 기대감도 공존했다.

22일 제주시 노형동에 거주하는 이모(38)씨는 육아와 주거 실현에 대한 현실적 벽에 부딪히며 40대 가정의 모습에 대한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녀를 낳고 키우며 터전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보니 부동산 문제에 관심이 높다. 노력해도 손닿을 수 없는 부동산 시세에 화를 넘어 분노하는 여론이 강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가 살 집 한 칸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거대 여당도 다른 세상을 만들 것처럼 보였지만 다를 것이 없다. 유권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민심을 잘 읽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도2동에 거주하는 이모(46)씨는 “물가가 너무 뛰었다. 재난지원금이 그나마 큰 도움이 됐다. 전 국민에게 줬더라면 취지가 더 살아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정치권이 당내 경선 레이스를 본격화하면서 제주에서도 대선이 정치 이야기의 중심이었다. 반면 지역 정치인들 코로나19에 가로막혀 이른바 발품 정치에 적극 나서지도 못했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지역 정치인들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이용했다. 일부 인사들은 유튜브에 추석 인사를 올리고 정치 신예들은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를 적극 활용했다.

한림읍에 거주하는 홍모(41)씨는 “지역 국회의원은 그나마 이름은 알겠는데 나머지 도지사 후보들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뉴페이스는 인지도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각 가정마다 차례상이 차려졌지만 코로나19로 인원이 제한돼 대화의 폭도 덩달아 줄었다. 전국에서 일가친척이 몰려 저마다 정치와 경제 얘기를 풀어내던 모습도 추억이 될 정도였다.

대정읍에 거주하는 30대 유권자 김모(31)씨는 “평소 뉴스를 챙겨보는데 선거철 가까워지면서 안보기 시작했다. 서로 비난하는 내용밖에 없다. 검증이 아닌 먼지털이식이 됐다”고 지적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김모(28.영평동)씨는 “취업 공부에 매진하고 있어 다른 사안이나 이슈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내 주변도 같은 상황이다. 특별히 이슈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뉴스도 취업 관련 내용을 주로 살펴본다. 다만 젠더 갈등에 대해서는 최근 사건사고가 많아지는 것 같아 가끔 보고 있다. 취업 전까지는 지금처럼 지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대를 뛰어넘어 SNS를 통해 정치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정보 격차도 줄었다. 반면 편향된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치관이 왜곡될 우려도 낳고 있다.

도남동에 거주하는 김모(79)씨는 “우리 또래에서는 대통령 욕을 많이 한다. 코로나 대응도 잘한 것 같은데 지인들이 자주 보는 유튜브는 전부 대통령을 욕하는 것들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또 “윤석열로 바꿔야 한다는데, 내가 보기에 준비가 잘 안된 것 같다”며 “정권이 바뀐다고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도 없다. 시원시원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뽑겠다”고 말했다.

제주4.3유족인 강모(73.연동)씨는 “4.3 유족들 사이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아졌다. 하지만 특별법 배보상을 생각하면 현재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추석 민심을 살핀 지역 국회의원들도 코로나19로 지친 도민들의 목소리를 귀를 기울였다. 제주는 3명의 국회의원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집권 여당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마주했다.

송재호 의원(제주시 갑)은 “코로나19 상황이 극에 달한 것 같다. 저마다 힘들고 절절했다. 모두 다 힘들어하지만 그 중에서도 소상공인과 농어촌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 “전반적으로 정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정부여당이 똑바로 하라는 질책도 많았다”며 “제주도가 제대로 가도록 도민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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