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마흔아홉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추석 때 명당 이야기가 오고갔다. 요즘 누가 대권을 잡는지 여뷰는 선영의 명당에 달렸다는 말이다. 세계적인 기업 삼성을 들어 설명했다.

# 타워팰리스의 세계적 명당

건축사 겸 풍수가인 이영문씨(41)는 “최근 삼성그룹 비서실 고위 관계자에게 직접 들었다”며 “강남 타워팰리스 자리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저명한 풍수학자 최창조 전 전북대·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로부터 ‘세계적 명당’이란 조언을 듣고 사뒀던 땅”이라고 말했다. 

이 씨에 따르면 최 전 교수는 풍수를 신봉하던 이 회장에게 “중국 텐진 산맥을 거친 지기(地氣)가 백두산을 거쳐 강남 도곡동 이 자리에 뭉쳐 있다”며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을 세울 경우 그 영향이 대대손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 전 교수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여 땅을 사둔 뒤 현재 타워팰리스로 현실화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초 삼성이 지금의 타워팰리스 자리에 102층짜리 초고층 계열사옥을 지으려했다가 주민 반발 등으로 무산됐던 것이 쉽게 설명된다. 이 씨는 또 최 전 교수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최근 직접 타워팰리스 부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 씨는 “천하의 명산 백두산에서 비롯된 백두대간의 또 다른 줄기가 동해의 태백산맥을 타고 내려오다 속리산 천왕봉에서 기봉하고 있다. 이것이 북쪽으로 되돌아와 끝을 맺은 곳이 관악산과 청계산”이라며 “강남은 이 산들에 에워싸여 있는 명당”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강남 중에서도 청계산 북쪽의 구룡산까지 내려온 기운이 양재천 옆 도곡동에 전부 뭉쳐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동남향으로 뻗은 강남의 도로 형태는 서양의 명문 도시구조와 똑같아 풍수적으로 부를 모으는 데 최적이라고도 말했다. 분석대로라면 타워팰리스야말로 삼성그룹의 ‘힘의 원천’이란 얘기다. 이를 토대로 했을 때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999년부터 약 3년 동안 진행된 타워팰리스 공사 당시 현장에 자주 나타났다. 이 씨는 마지막으로 “90년대 초반까지 재계 서열 2위였던 삼성이 반도체 호황을 발판으로 1위 기업으로 올라선 것도 이 명당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권 후보자들은 선대 명당도 중요하지만, 후보자 정책이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과 삶에 활기를 진솔하게 가져다 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사진=오마이뉴스.
대권 후보자들은 선대 명당도 중요하지만, 후보자 정책이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과 삶에 활기를 진솔하게 가져다 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사진은 타워팰리스 전경. 사진=오마이뉴스.

한편, 전주 우석대 김두규 교수(독일 뮌스터대 박사)의 國運風水(국운풍수)에 보면, 10년 전 서초동에 들어선 삼성 타운은 ‘난(亂)·충(衝)·압(壓)’이라고 평가했다. 

2년 전 작고한 건축가 김석철 선생은 "건축은 수학과 논리학과 미학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건축가라면 도시의 역사·지리·사회적 소명에 투철해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건물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건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하였다. 

업종에 따라 다르나 본사 사옥은 접근성 말고도 역사적·인문적 의미 부여가 가능해야 한다. 건물이 들어섰을 때 그 주변을 아울러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며, 해당 업종에 맞는 영기(靈氣)가 있어야 한다. 해방 이후 대표적 건축가 김수근과 김중업의 건축을 계승한 김석철 선생의 지론이었다.

동아시아 주요 기업 사옥들은 풍수를 무시하지 않는다. 기업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주는 것에 서구인이 말하는 '합리적 의사결정' 이외에 다른 내재적 요인(딥 팩터·deep factor)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딥 팩터는 그 나라의 지리·기후·문화·역사 등에 의해 형성된다. 특히 지리와 문화적 전통은 변하지 않는 핵심 딥 팩터라는 것이 대니얼 앨트먼(뉴욕대 교수)의 주장이다.

세계에서 둘째로 높은 중국 상하이타워(632m)는 '비룡상천(飛龍上天)'을 형상화하였다. 용의 나라 중국과 자기 기업이 세계 최고가 되라는 염원이 반영되었다. 부근에 있는 88층의 진마오(金茂) 빌딩 역시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과 색(황금색)이 오롯이 반영된 건물이다. 홍콩의 중국은행(Bank of China) 건물은 우후춘순(雨後春筍), 즉 봄비 내린 뒤 죽순을 형상화하였다. 그런 성장을 염원한 것이다. 문외한도 외형만 보면 그 의도를 읽어낼 수 있다. 잠실의 제2롯데월드는 붓 모양을 형상화하였는데, 왕희지의 필진도(筆陣圖)에서 유래한다. 글씨를 쓰는 데 필요한 네 가지 보물(文房四寶) 가운데에서도 붓이 으뜸이다. 중국계 관광객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자국의 딥 팩터를 반영한 사옥들도 적지 않으나 모든 사옥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 '삼성본사의 서초동 시대'를 알리는 언론 보도가 장안의 화제였다. '서초동에 삼성타운이 들어서며, 새로운 삼성 시대가 열린다'느니 '삼성타운은 21세기의 선진화된 삼성 브랜드를 반영한다' 같은 보도였다. 덩달아 풍수술사들도 모든 물이 모여드는 취면수(聚面水)의 길지이기에 재물이 번창할 것이라고 언론에 아첨하였다.

그런데 최근 이곳 세 동 건물 가운데 삼성물산 건물을 매각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여러 소문이 돈다. ‘사옥을 이곳으로 옮기고 나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정부의 금융 규제 강화로 자산 운용 방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재용 승계 및 이재용의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보인다’ 등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개국자는 1000년을 염원하고, 창업자는 500년을 꿈꾼다고 하였다. 개국과 창업을 이어가고자 할 때 저마다 고유한 전통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전통 사상을 존중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손자 대에 들어와 새로운 문화로 나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으로 이를 알 수 있는가? 서초동에 들어섰던 세 동 건물 모양에서였다. 전통을 무시한 첨단 양식이다. 세 동 건물의 특징을 3글자로 표현하면 '난(亂)·충(衝)·압(壓)'이다. 어디가 정문인지 혼란스러워 초보자가 목적지를 쉽게 찾지 못한다(亂). 세 동의 건물 모서리가 서로를 찌른다(衝). 그 옆을 지나가다 보면 건물이 사람을 내리누를 것 같다(壓). 풍수 고전 '탁옥부'는 이를 '택병(宅病)'이라 하였다. 10년 만에 서초를 떠나는 것과 관련이 있을까?

​# 영남대 전자공학과 이문호 교수의 명당

필자와 이름이 같은 이문호 교수는 1976년 서울대 전자과, 1981년 한국과학원에서 재료공학과 박사를 받고 27세에 영남대 재료·전자공학과 교수로 봉직하면서 풍수학으로 이십 명 이상 풍수학 박사를 배출했다. 대구에서는 유명한 풍수학 박사로 대구MBC, KBS에 자주 출연했다. 3년 전 인도 뉴델리 학회에 참석했다가 호텔에서 급서(急逝)했다. 동명이인이라 전화도 통화한 적이 있다.

그의 ‘재벌가 명당 풍수’에 의하면 풍수지리와 땅 속 지자기(地磁氣)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우리나라 곳곳이 명당을 분석했다. 기존의 풍수 이론을 설명하고, 자신이 개발한 토목 장비와 전자 장비를 사용하여 2만여 개의 음택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그 대상은 주로 조선시대 명문가와 역대 대통령, 주요 재벌 기업들이었다. 그는 그들의 가계도와 묘지와의 상관성을 조사·분석하여 명당과 흉당의 실체를 확인하여 우성유전학과 일치하는 3대 발복 현상을 알아냈다. 이 조사 분석에 참여한 사람은 자연과학자인 저자와 하남(下南) 장용득의 학맥을 잇는 전통풍수계의 계승자 최하남 박사, 국내 최초로 풍수 연구를 위한 새로운 가계도 작성법을 제시한 유지하 박사였다. 이들은 10년여 동안 탐사기행을 진행됐고, 이를 근간으로 가문과 재벌 기업들의 흥망성쇠, 그리고 미래를 예측해냈다. 그런데 부모와 선대를 이장(移葬) 하고 나서 외국에 나가서 변을 당했다.

자세한 것은 인터넷에 보면 선대 묘의 풍수평이 나와 있다. 여기서 인용하면 고인에 누를 끼치는 일이라 삼간다. 고인이 명복을 빈다. 

​# 3대가 복을 지어야 명당을 

어릴 때 선친으로 들은 이야기인데, 눈보라치는 겨울 산길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는데 마침 지나가는 아낙이 보고 사람이 동사했구나 하면서도 손마디를 잡아보니 약간 맥이 뜀을 느꼈지만 어쩔 방법이 없어 지나갔다. 그런데, 사람이 죽는데 차마 그대로 갈 수 없어 돌아왔다. 

숨은 약간 쉬는 것 같아 흔들어 깨웠다. 그때 “물” 소리를 냈다. 아낙은 얼른 떠오른 것이 부른 젖가슴 생각이 났다. 엉겹결에 젖가슴을 풀고 죽어가는 나그네에 젖을 물렸다. 한참 젖을 먹고 정신이 돌아온 나그네, 3일간 쓰러져 있었다면서, 목숨을 구해준 은혜로 묘(墓)자리를 소개해줬다. 말인즉 한라산 남쪽 능선에서 지기(地氣)를 잡아 돌오름 지맥이 넙게오름 정상에 뭉쳐있다고 했다. 서광리 넙게오름 정상에는 지금도 큼직한 묘가 있다. 3대가 복(福)을 지어야 명당을 잡는다고 한다.

대권 후보자들은 선대 명당도 중요하지만, 후보자 정책이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과 삶에 활기를 진솔하게 가져다 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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