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장기미제, 지금은](上) 22년만에 다시 재판정 오른 이승용 변호사 피살 사건

제주 장기미제 사건 중 하나인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에 대한 재판이 10월부터 진행된다. [제주의소리]는 이 변호사 피살사건 재판을 계기로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인 2006년 제주시 소주방 여주인 피살사건, 2007년 서귀포시 40대 주부 피살사건, 2009년 어린이집 보육교사 피살사건의 현재 진행상황을 세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당시 제주 한 일간지 보도.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이 22년 만에 재판정에 오른다. 검찰이 최근 ‘살인’ 혐의를 적용해 김모(55)씨를 기소한 가운데, 재판 과정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오는 10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연다. 

사건은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11월5일 오전 6시48분쯤 제주시 관덕정 인근에서 이승용(당시 44) 변호사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변호사가 흉기로 수차례 찔린 피살사건은 도민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숨진 채 발견된 이 변호사는 자신의 승용차 차키를 손에 쥐고 있었다. 

경찰은 누군가에게 습격을 받은 이 변호사가 현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 차에 오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 변호사는 서귀포시 대포동 출신으로 제주제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해 1982년 사법고시 24회에 합격한 엘리트 법조인이었다. 검사 생활을 하다 1990년 부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고, 1992년 고향 제주로 변호사 사무실을 이전했다. 

경찰은 중앙지구대에 이 변호사 피살사건 수사본부를 설치해 수사에 나섰다. 이 변호사의 주변인 상당수가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이듬해인 2000년 경찰은 수사본부를 해체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변호사 살인사건은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2014년 11월5일 0시를 기해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구미제’로 남는 듯 했다.

그러던 2020년 6월 김씨가 방송에 출연, 자신이 이 변호사 살인을 교사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경찰은 같은 해 7월1일자로 김씨를 ‘살인교사’ 혐의로 입건했다. 

김씨는 이 변호사 살인사건과 별건의 ‘사기’ 사건으로 수사를 받아 왔다. 김씨는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해 2014년 3월 해외로 출국, 13개월간 체류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로 출국한 경우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김씨가 갖고 있는 모든 범행에 대한 공소시효가 출국한 2014년 3월에서 정지된 상황에서, 2015년 7월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살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이에 따라 경찰과 검찰은 이 변호사 피살사건과 관련된 김씨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이 아니라 ‘폐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 선 이 변호사 피살사건 '살인' 혐의 피의자 김모씨. 검찰이 기소하면서 김씨는 피고인 신분이 됐다. ⓒ제주의소리.

김씨는 올해 6월23일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캄보디아 현지 당국에 적발돼 우리나라로 추방됐다. 경찰은 김씨를 올해 8월18일 국내로 송환해 곧바로 구속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살인교사’ 혐의로 김씨를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공모공동정범 법리에 따라 김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관련 판례 등에 따라 다수가 범행을 공모하고, 이중 일부만 실제 범행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공모자 역시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 

검찰과 경찰은 1999년 8~9월 ‘불상자’의 지시를 받아 통칭 ‘갈매기’라 불리던 손모씨와 함께 피해자를 미행해 동선을 파악하는 등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다. 손씨는 2014년 8월 사망했다. 

김씨는 1999년 11월5일 오전 3시15분부터 오전 6시20분 사이 이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의 최대 쟁점은 검찰과 경찰이 적합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지 여부다. 장기미제 사건 특성상 과학·객관적 증거보다는 진술과 증언 의존도가 높아 피고인의 혐의 입증이 어렵다.  

재판부가 ‘범인이 아닐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하지 않을 정도의 적합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은 김씨가 범행 당시 ‘누군가’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을 지시한 ‘불상자’와 돈을 준 ‘누군가’는 이번 사건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불상자’와 ‘누군가’가 동일 인물인지, 서로 다른 인물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건 발생부터 22년간 제주에서는 이 변호사 피살사건에 대해 제주도지사 선거 개입설, 제주시내 모 호텔 지분 다툼 등 다양한 소문이 일었다. 

다음 달부터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서 김씨의 혐의가 입증될 지, 또 ‘불상자’와 ‘누군가’가 밝혀져 범행 동기가 확인될 지 도민사회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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