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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직접 체험의 기록으로 울림을 주는 양재봉 수필가가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후원으로 최근 제3수필집 ‘인연의 끈’을 정은출판사에서 펴냈다.

제주 조천리 출생인 양재봉 작가는 <수필과비평>으로 수필에 등단하였으며, 수필과비평 작가회의, 제주수필과비평작가회, 한국문인 등의 회원으로 문학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필집으로는 『겨울 산딸기』, 『다독이는 소리』를 펴냈다.

세 번째 작품집인 이번 수필집에는 작가의 의미있는 경험들로 채운 ‘특별한 인연’, ‘생존 법칙’, ‘꼴찌와 32이라는 숫자’, ‘보고 싶은 얼굴’, ‘참 좋은 사람’ 등 총 60편의 글이 담겼다.

“밥 먹었어?”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을 찾아뵐 때면 종종 듣는 인사다. 먹을 게 귀했던 시절, 배고픈 서러움이 가장 큰 아픔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들 사이에만 통하는 인사일까.

먹을 게 풍족하다 못해 넘쳐 나는 시대다. 그래서일까, 젊은이들은 그 따뜻한 인사의 의미를 모른다. 환갑이 넘은 우리 세대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나면 밥값을 서로 내려고 작은 실랑이가 일 때도 종종 있다. 단 한 번도 각자 계산을 해 본 적이 없다.

이십 대인 딸의 말에 의하면 친구들과 밥을 먹고 나면 자기가 먹은 것은 각자 계산하는 것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사전에 사겠다는 의사가 없을 때는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혔단다.

받는 즐거움보다 주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한다. 사랑이나 대우를 받는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주고 싶은 사람에게 베풀었을 때 따뜻해진 마음의 온기는 받는 것보다 더 즐겁다.

줄 수 있다는 건 여유다. 마음이 넉넉하고 가진 것도 시간도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그런 여유에 더하여 행복감이 더해지는 것 아닐까, 따뜻한 밥 한 끼 산다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건만 요즘 젊은이들이 달리 생각했으면 좋겠다.

- 「밥 한 그릇의 값」 중에서

김길웅(수필가·시인)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어느 글에서 그는 ‘직접 겪지 않은 건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양재봉의 수필은 자신의 체험 아닌 것은 쓰지 않을 만큼 가장 수필적이다. 여기 실린 60편의 작품을 샅샅이 섭렵했거니와, 9할에서 더 넘게 직접 체험의 성과물임에 새삼 놀랐다. 그가 품고 사는 수필을 향한 애틋하고 강렬한 애정을 실증하고 남는다”고 평했다.

288쪽. 정은출판.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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