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제주관광 갈 길은] ② 관광객 회복세에도 관광업계 양극화 심화

제주의소리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제주 관광산업을 진단하고, ‘위드 코로나’ 시대 제주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짚어본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체질개선의 필요성과 함께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한 과제와 대안들을 다섯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21년 들어 관광객 회복 국면에서 제주 관광업계의 양극화는 뚜렷하다.

제주관광공사가 신용카드 매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사한 ‘코로나 19에 따른 2021년 상반기 제주관광 소비 영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작년에 비해 관광 소비 규모가 증가함에도 소비는 렌터카, 특급호텔, 콘도미디엄 등 고비용의 개별여행 관련 업종에 집중됐다. 반면 전세버스, 2급 호텔, 관광여행사의 부진은 여전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역 소규모 여행사들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제주 곳곳의 유료 관광지들은 ‘입도 관광객은 늘어나는데 입장객은 거의 늘지 않는’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코로나 19 국면에서 자연 관광지를 선호하는 개별관광객들의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030 여행객들의 카페나 맛집 선호 패턴도 이 같은 흐름에 한 몫했다. 전세버스, 개인 가이드와 같은 업종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올해 들어 8월말까지 제주지역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중 관광분야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8.6%에 이른다.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전직을 돕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이 상황에서 나오는 ‘코로나 위기를 제주관광 체질개선 기회로 삼자’는 논의에는 미묘한 시선차가 존재한다. 각종 포럼과 토론회 등에서 코로나19 시국을 양적관광에서 질적관광으로 전환의 본격화 되는 계기가 돼야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인공호흡 수준인 기존 제주 관광 생태계는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학 박사인 김영남 김녕미로공원 대표는 “현재 제주의 관광 사업체들은 매우 취약해져 있는 상태로, 산업의 침체를 틈타 산업구조 개편, 새로운 산업 육성으로 급격하게 쏠려버리면 건강한 산업 생태계가 구성되기 쉽지 않다”며 “취약해진 관광유통시장에 거대 외부 OTA(온라인 여행사)가 등장하면 독과점 현상, 과도한 수수료 문제 등으로 제주의 관광 수입이 외부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관광 당국이 직접적으로 사업에 끼어들어 관광사업체와 경쟁을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관광산업 회복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업을 집행하고 있다”며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 관광사업체의 도산을 막아 지역주민의 실업을 막고 높은 관광의 질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별관광객 확대와 다변화를 위해 추진된 각종 정책들이 오히려 제주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 국면 관광당국이 ‘언택트’, ‘힐링’을 강조하며 주민 생활 공간이나 덜 알려진 자연 관광지로 관광객을 유도하는 마케팅은 본질과 멀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영남 대표는 “지역주민이 생활하는 마을과 보호해야 할 자연 자원이 있는 것으로 유도하는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며 “지역주민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위드코로나 시대의 관광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송상섭 한림공원 대표(관광학 박사)는 “개별 관광객 트렌드에 맞춰 언택트, 힐링 코스를 만들고 홍보하는 것은 좋지만 기존 유료 입장 관광지를 배제해버린다면 문제”라며 “당장의 트렌드를 잘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주관광산업이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성 설정, 지역주민과 마을, 관광업계가 함께 상생하며 성장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마을과 제주자연의 속살을 드러내는 코스로의 집중은 렌터카 이용의 증가, 주민과의 마찰, 생활공간의 쓰레기 처리 문제 등으로 지역주민들이 관광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며 “마을이나 자연관광지에서 관광객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매뉴얼을 공유하고 알리는 것이 우선순위다. 정책적으로 관광객들이 제주를 아끼고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시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전개해온 캠페인. '당신의 휴일은 우리의 매일(일상)입니다'라는 문구가 시 정책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바로셀로나 시는 2000년대 들어 관광산업에 대한 주민 반감이 높아지자 '시민 전체의 이익', '관광 수익 지역 환원' 원칙을 세우고 관광정책의 방향성을 '홍보(promotion)'가 아닌 '관리(management)'로 전환했다. ⓒ Ajuntament de Barcelona
세계적 관광도시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전개해온 캠페인. '당신의 휴일은 우리의 매일(일상)입니다'라는 문구가 시 정책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바로셀로나 시는 2000년대 들어 관광산업에 대한 주민 반감이 높아지자 '시민 전체의 이익', '관광 수익 지역 환원' 원칙을 세우고 관광정책의 방향성을 '홍보(promotion)'가 아닌 '관리(management)'로 전환했다. ⓒ Ajuntament de Barcel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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