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중기부, 신세계 제주아울렛 사업조정 권고...광범위한 지역상권 피해 인정

제주신화월드에서 운영되던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 공실로 남은 자리에 신세계사이먼이 프리미엄 아울렛 운영을 추진 중이다. 오는 10월께 오픈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기부 사업조정 권고에 따라 3년간 운영 일부가 제한됐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신화월드에서 운영되던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 공실로 남은 자리에 신세계사이먼이 프리미엄 아울렛 운영을 추진 중이다. 오는 10월께 오픈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기부 사업조정 권고에 따라 3년간 운영 일부가 제한됐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신화역사공원 내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이 철수한 빈 자리에 들어서는 '신세계사이먼 제주 프리미엄 아울렛'이 중기부의 사업심의 조정 권고안을 받아들고 우여곡절 끝에 10월 중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아울렛 진출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상권에서 주장해 온 광범위한 생존권 위협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로, 신세계 측도 지역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중기부 권고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8일 제6차 사업조정심의회를 열고 신세계사이먼 제주 프리미엄아울렛에 대한 사업조정 권고를 내렸다.

발단은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신화월드 내 옛 시내면세점(제주관광공사) 매장에 8834.54㎡ 면적의 대규모 점포 개설 계획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면세점이 철수한 후 1년 넘게 비어있던 해당 공간은 공모를 통해 신세계사이먼(주)이 운영자로 선정되며 지난 5월부터 개점을 위한 속도전을 벌였다.

이에 제주지역 주요 상권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기존 상권 브랜드와 중복되는 브랜드가 입점되면서 지역상권의 몰락이 가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거셌다. 제주시내권은 물론 서귀포시 상인들까지 아울렛 입점에 우려를 표했고, 거리 피켓시위와 서명운동으로까지 번졌다.

이 과정에서 제주칠성로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과 제주중앙지하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은 신규 아울렛 출점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며 중기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사업조정 제도는 대기업 등이 사업을 인수·개시·확장해 해당 지역이나 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신청할 수 있다. 규정에 따라 정부는 대기업에게 일정 기간 사업의 인수·개시·확장을 연기하거나 품목·시설·수량 등을 축소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다만, 사업조정 권고 결정에까지 이르는 것이 흔한 사례는 아니다. 기존에도 대기업 자본 유입에 반발하는 지역상권과의 대립 구도가 숱하게 만들어졌지만, 대부분 '자율조정'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상생협약금으로 명명되는 상당 규모의 금전을 지원받는 선에서 정리되곤 했다.

제주시 지역상권이 주도한 이번 반발은 보다 강경한 입장이 표출되며 자율조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업조정 신청 이후 다섯 차례에 걸친 자율조정 회의를 진행했으나 끝내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논의 과정에서는 '아울렛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해선 안된다', '아울렛 입점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까지 개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중기부의 중재로 크게 3가지의 내용이 담긴 사업조정 권고가 내려졌다. 권고 내용은 ▲신청조합의 회원사 및 공동참여자가 판매하는 브랜드(총 372개)와 중복되는 브랜드의 입점·판매 제한 ▲도민 대상 대중매체 홍보 연 4회 이내 제한 ▲설날, 추석 등 명절 연휴 판촉 행사 제한 등이다. 

권고는 신세계사이먼에게 심의 결과가 통보된 날로부터 3년간 이행하도록 권고된다. 표현상의 권고일 뿐, 사업자에겐 사실상 강제조항에 다름 아니다.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공표, 이행명령, 벌칙 등 상생협력법에 따른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관련법상 최대 2년의 징역 또는 최대 1억50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당시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한 채 개점을 강행했던 롯데몰 군산점에 대해 사업 일시정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이번 중기부의 권고 결정은 새로 입점하는 대규모 아울렛으로 인해 제주지역 모든 상권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된 결과다. 입점 제한에 포함된 372개 브랜드는 제주시는 물론 서귀포시까지 거의 모든 상점의 브랜드가 포함된 결과다. 

아울렛의 위치가 제주섬 서쪽 끝으로 물리적으로는 30km 이상 떨어져 있다고 하지만,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쇼핑 특성 상 지역 상권은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해석이 인정된 셈이다. 실제 중기부도 두 곳의 조사기관에 의뢰해 제주지역 상권영향평가를 실시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제주시 원도심 지역상권 관계자는 "중기부가 사업을 철수시킬 수 있는 곳은 아니지 않나. 이 조정안을 바탕으로 브랜드 중복 없이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면 굳이 막아설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개점 시기와 관련해선 권고안에 담기지 않은 코로나19 이후로 연기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신세계사이먼 측 관계자는 "사업조정 절차 자체가 지역상생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심의회의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여러가지 제반 준비를 거쳐 10월 중에 약 60여개 브랜드로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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