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9편 잇달아 공연...창작극부터 수작 초청까지 다양한 매력 

가을 정취가 한층 짙어지는 10월, 제주에서 연극 공연이 연달아 열린다.

화제작 초청부터 창작자의 고민이 묻어나는 창작극, 제주 청년들이 의기투합한 공연까지…. 매주 이어지는 연극 무대와 함께 제주의 가을을 즐겨보자.

# 가해자와 피해자...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연극 ‘흑백다방’은 10월 1일부터 2일까지 소극장 예술공간 오이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제주 극단 예술공간 오이가 마련한 초청 공연이다. 차현석 작가가 쓰고 연출한 ‘흑백다방’은 극단 후암의 작품이다. 

고단한 사람들을 상담해주는 부산 남포동 다방 주인. 어느 날 그에게 손님 한 명이 찾아온다. ‘흑백다방’은 민주화 이전 만연했던 국가 폭력의 그늘을 비추면서, 개인의 상처까지 드러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초연 당시 ‘제14회 2인극 페스티벌’에서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을 휩쓸었다. 다음해부터 ▲제2회 서울연극인 대상 ▲동경 타이니 알리스 페스티벌 특별상 ▲제4회 뉴욕 코리안 시어터 페스티벌 초청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초청 ▲제16회 한국 국제 2인극 페스티벌 베스트 작가·배우상 수상 등 국내외 무대에 오르며 호평을 받았다. 

관람료는 2만원이며, 예매는 네이버 예매에서 가능하다. 공연 일시는 1일 오후 7시 30분, 2일 오후 4시 두 차례 계획돼 있다.

# 예술공간 오이의 세 번째 4.3 이야기

연극 ‘고사리 육개장’은 10월 2일부터 24일까지 매 주말마다 소극장 예술공간 오이 서귀포 이야기(서귀포시 중정로 76, 지하1층)에서 열린다. 

‘고사리 육개장’은 극단 예술공간 오이가 ▲4통 3반 복층 사건(2018~2019) ▲프로젝트 이어도(2020)에 이어 세 번째로 만든 4.3 주제 연극이다. 

삶의 회의감을 느끼고 자살까지 시도한 단우, 슬럼프에 빠진 제주 그림작가 정현. 두 사람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식사 후 술자리를 가진다. 다크투어 이야기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4.3이 화두로 떠오른다. 각자 가진 4.3에 대한 생각이 부딪치면서, 담론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린다.

작품을 쓰고 연출한 전혁준은 “(고사리 육개장은) 4.3 당시를 재연하거나 전체를 다루진 않는다”면서 “이 이야기는 개인의 이야기이자 현재의 이야기다. 슬럼프에 빠지고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두 사람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저의, 여러분의,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의 이야기가 시대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관람료는 1만3000원이며 예매 시 1만2000원이다. 청소년, 예술인패스, 재관람은 8000원을 받는다. 공연 일시는 10월 2일부터 24일까지 매주 토요일, 일요일 오후 3시와 7시에 연다. 예매는 네이버 예약과 전화로 가능하다.

# 불꽃처럼 살다간 제주 애국지사 강평국

연극 ‘불꽃여인 강평국’은 10월 9일 오후 7시 30분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이 작품은 정민자·강은미가 글을 쓰고 강종임이 각색했으며, 고동원이 연출을 맡았다. 제주연극협회가 주관하고 제주시가 후원하는 ‘2021년 제주소재창작연극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제주 애국지사 강평국(1900~1933)의 숭고한 삶을 무대에서 재현한다.

제주 출신 독립운동가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던 정여진(배우 강명숙)은 최정숙(고지선), 고수선(차선영)과 함께 독립운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강평국(박은주)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강평국의 조카인 최봉조(함창호)를 만나 강평국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강평국은 신성여학교를 졸업한 후, 동기인 최정숙, 고수선과 함께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에 다닌다. 그곳에서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인 박희도 선생이 이끄는 학생비밀결사단에 들어가면서 독립운동을 시작한다.

고동원 연출은 소개 글에서 “이 작품은 강평국 의사의 일대기를 그렸다. 어린 나이지만 3.1운동을 시작으로 치열한 독립운동을 한 모습을 전반부에 담았다면, 후반부는 진정한 독립은 여성들이 깨어나야 한다는 강평국 의사의 앞선 생각을 전달해 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관람료는 무료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반영해 좌석 수가 제한돼 전화 예약(064-755-0904)으로만 받는다.

# 아련한 추억으로 안내하는 악극

악극 ‘이수일과 심순애’는 10월 10일 오후 5시 30분 한라아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제60회 탐라문화제의 일환으로, 제주예총 산하 협회들의 기획 행사 가운데 하나다. 제주연극협회 회장 단체인 극단 가람이 공연을 맡았다.

작품은 1965년 개봉작 영화 ‘이수일과 심순애’를 무대에 맞게 각색했다. 경성제국대학 예과생인 이수일과 심순애는 연인 사이다.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고 어려운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순애 어머니는 딸을 장안의 갑부 김중배에게 시집보내려 한다. 순애는 김중배와 결혼을 원하지 않았으나 어머니의 집요한 설득에 수긍하고 만다. 그러나 남편의 외도와 의처증, 학대·모욕·멸시를 참고 살아야 했던 심순애는 결국 집을 나오고 만다. 공연 관람료는 무료다.

# 제주청년연극제의 시작?

연극 ‘라이어’는 10월 12일부터 13일까지 오후 7시 30분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라이어’는 영국의 극작가 ‘레이 쿠니’가 쓴 희극 ‘Run for your wife’가 원작이다. 1998년 한국에서 초연한 이래 유쾌한 코미디 연극으로 올해까지 무려 24년 동안 계속 공연돼 왔다.

택시 운전사 존 스미스는 다른 지역에 사는 두 연인을 두고 정확한 스케줄에 맞춰 바쁘게 생활한다. 그런데 완벽해 보였던 그의 일정은 가벼운 강도 사건에 휘말리며 엇갈리기 시작하는데….

이번 공연은 ‘제주청년극단 RED(대표 강지훈)’가 제작한다. 무대를 꿈꾸는 20대 제주 청년들이 모인 단체다. RED는 애초 제주에서 활동하는 다른 청년 공연 단체들과 손잡고 ‘청년연극제’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사정상 이번에는 단독 공연으로 그치게 됐다. 차후에는 정식으로 청년연극제를 올린다는 포부다. 관람료는 무료다.

# 인생과 예술에 대한 질문, 정민자가 던지다

연극 ‘챙’은 10월 20일부터 30일까지(일요일~화요일 제외) 세이레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제주 부부 연극인 정민자·강상훈의 연극 인생 40주년 기획의 일환이다. 앞서 강상훈 배우는 안톤 체호프의 ‘백조의 노래’를 1인극으로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는 정민자 배우가 홀로 무대 위에 오른다. 연출은 강상훈이다.

‘챙’은 국내 대표 극작가로 손꼽히는 이강백의 작품이다. 오케스트라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이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지 1년,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그를 추억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면서 함석진의 아내 이자림을 초대한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실종자와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본다.

앞서 지난 2018년 극단 산울림은 성남문화재단 초청으로 ‘챙’을 공연한 바 있다. 성남문화재단은 '챙'에 대해 “심벌즈 연주자의 인생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관객과 즐겁게 소통하면서 깊이 있는 울림을 만들어 낸다”고 소개한 바 있다.

# 오이의 새 창작극, 문예회관 초청 공연

예술공간 오이는 새 창작극 ‘소년과 소녀들은 어디에서 어디로’를 10월 16일부터 31일까지(매주 토·일요일, 오후 3시·7시) 공연한다. 장소는 소극장 예술공간 오이다. 이 작품은 제주에서 봐온 많은 연극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는 평가다.

25일과 26일에는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 기획 공연으로 제주 극단 두 곳을 초청한다. 첫 날은 퍼포먼스단 몸짓의 ‘그대는 봄’, 둘째 날은 세이레의 ‘세 마녀’다. 장소와 시간은 모두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 오후 7시 30분으로 동일하다. 두 작품 모두 관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대는 봄’은 퍼포먼스단 몸짓이 올해 8월 소극장 연극 축제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구수한 제주어 대사와 노인 연기가 짝을 이룬다. 김정숙 작가의 작품으로 지난해 극단 마음같이, 극단 화성에서 본 지구가 손잡고 서울에서 초연을 가진 바 있다. 초연은 경상도 사투리로 제작됐는데, 퍼포먼스단 몸짓이 제주어로 각색했다.

‘세 마녀’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이야기를 홍창수 작가가 마녀 입장에서 연극 놀이로 재창작했다. 한국에서는 2003년 초연된 바 있다. 세이레는 2019년 6월 공연했다. 설승혜, 양현정, 정민자 등 세이레의 베테랑 배우 세 사람이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각 공연마다 자세한 일정과 정보는 각 단체 SNS, 공연장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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