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석·김시남, 피해자 언급하며 서로에게 살인 책임 떠넘기기 '거짓말' 공방

왼쪽부터 '제주 중학생 피살사건' 피고인 백광석과 김시남.
왼쪽부터 '제주 중학생 피살사건' 피고인 백광석과 김시남.

전국민의 공분을 산 ‘제주 중학생 피살사건’과 관련해 피고인 백광석과 김시남 모두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며 서로 상대방이 주범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29일 오후 3시부터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백광석과 김시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열어 증인 심문 등을 3시간 가까이 진행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백광석과 김시남은 지난 7월18일 오후 3시16분쯤 제주시 조천읍 A군(16) 가족 거주지에 침입해 저항하는 A군을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수사 결과 백광석은 숨진 A군의 어머니와 연인 관계로 동거까지 했지만 이별을 통보에 앙심을 품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시남은 백광석에게 돈을 받는 등 경제적 대가를 약속받고 범행에 가담한 혐의다. 

더불어 백광석은 범행을 저지른 뒤 자신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면 단독범행으로 될 테니 김시남에게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피고인 김시남 측의 요구로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백광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또 심리·생리, 행동, 임상심리 등 대검 소속 분석관 3명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석에 앉은 백광석은 사건현장의 다락방으로 침입하자마자 A군을 껴안아 몸싸움을 시작했고, 곧바로 김시남이 가세하면서 3명이 함께 넘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A군 결박에 필요한 테이프 등을 가져오기 위해 1층에 잠시 다녀온 사이에 김시남이 A군을 제압한 뒤 목을 조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백광석은 김시남의 주도 아래 A군의 발을 결박했고, 김시남이 A군의 손을 결박하는 상황에서 자신은 잠시 A군의 목을 졸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백광석은 “김시남에게 A군을 제압하는 것만 도와달라고 했는데, (현장에서는) 김시남이 주도적으로 행동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반면, 김시남은 첫 재판부터 자신은 A군 제압만 도와준 뒤 범행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현장에서 벗어날 때까지만 해도 A군은 살아있었고, 나중에야 백광석이 A군을 살해한 사실을 알았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결국 서로의 주장은 상대방이 살인을 주도했고 본인은 수동적으로 범행을 도왔다는 상반된 입장이다. 둘 중 한명은 법정에서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시남과 증인석에 앉은 백광석은 서로 다투기까지 했다. 백광석과 김시남 모두 피해자 A군을 언급하면서 서로에게 거짓말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시남은 백광석을 향해 “피해자에게 미안하면 거짓말하면 안된다. 사실과 다르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이에 백광석은 김시남에게 “난 어떤 처벌을 받아도 되지만, 죽은 아이를 생각하면 바른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맞받았다. 

추가 증인으로 출석한 대검 행동분석관은 백광석 진술의 참·거짓을 구별하기 힘들어 ‘판단 불능’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또 김시남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진술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다른 증인인 대검 임상심리분석관은 백광석이 피해자 A군 어머니와 관계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A군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보인다고 증언했다. 

김시남에 대해선 반사회적 성향이 강하며, 자기중심적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광석과 김시남은 A군을 살해하는 주도적 행위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지만, 검찰은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면서 계획적 범행임을 강조했다. 

A군 살인 이후 백광석과 김시남의 통화 녹음 파일이 증거로 제시돼 법정에서 재생됐다.  

녹음파일에는 술에 취한 백광석이 범행 현장에 다시 가야할 것 같다고 얘기했고, 김시남은 백광석에게 자신과의 통화내역을 지우고 핸드폰에 있는 유심칩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남은 A군 제압 과정에서 자신의 팔에 상처가 났기 때문에, 백씨 단독범행으로 사전 모의한 만큼 백광석에게 스스로 팔에 상처를 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또 A군을 결박한 테이프 등에서 백광석뿐만 아니라 김시남의 DNA도 검출됐다. 

백광석과 김시남은 범행 직전 수차례 서로 연락했으며, 백광석은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A군이 다니는 ‘학교 방학’ 기간과 문을 열 수 있는 ‘만능키’ 등을 검색하기도 했다.

범행 전 김시남은 백광석의 카드를 사용해 A군 결박에 필요한 용품을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백광석과 김시남이 서로에게 범행을 떠넘기는 가운데, 검찰은 두 사람을 공동정범으로 보는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는 상황이다.  

다수가 범행을 계획한 뒤 공모자 중 일부만 실제 범행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공모자 역시 공동정범으로 처벌받는다.  

이날 재판에는 A군의 어머니도 참석해 발언 시간을 가졌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꽃도 피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엄마를 지키려한 아들의 바람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 아들은 엄마를 위해서 백광석에게 ‘아빠’라면서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그런 아들을 어떻게 죽일 수 있느냐. 아들이 마지막 원한을 풀 수 있게 엄정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엄벌을 촉구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27일 재판을 속행해 피고인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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