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까지 관덕정 인근 ‘순아커피’서 다양한 예술작품 33점 전시 

제주 원도심의 백 년 된 목조가옥 ‘순아커피’(제주시 관덕로 32-1)에서 이달 24일부터 내달 25일까지 한 달간 전시 '백 년의 무근 빛'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주최하고 문화관광부가 후원, 글로벌 예술소품 기업 WOYC 코리아가 협찬한다.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쉼이 필요한 시민들과 교감하기 위해 일반적인 갤러리가 아닌 집처럼 편안한 일상의 공간에서 관객과 만나는 ‘찾아가는 전시’를 주제로 잡았다. 참여 작가들이 직접 기획하고 공간 섭외, 작품 설치, 포스터 제작까지 스스로 진행했다. 

전시 주제 ‘백 년의 무근 빛’은 탐라 시대 때 축성돼 오늘날 원도심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는 무근성(‘오래된 성’이라는 뜻)의 이미지에서 착안했다. 

오래된 것들이 뿜어내는 ‘묵은 빛의 온기와 제주의 건강한 생명력’을 주제로 강건모(헤르츠티어), 고산, 김만, 박지훈, 이승열, 클로이 등 제주를 활동 기반으로 하는 예술가 6명이 사진, 일러스트, 공예, 드로잉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33점을 선보인다. 

전시 작가들은 “백 년의 역사를 통과하며 제주 원도심을 지켜온 공간에서 마주하는 해묵은 것들의 새로움, 인생을 담는 공간으로서의 집,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이야기, 제주의 동물들에게서 받는 위안과 공감, 일하는 할망들을 통해 엿본 제주의 생명력 등이 다양한 예술 언어로 표현된다”고 소개했다.

강건모 작가는 제주의 어느 빈 마구간에서 마주한 시간과 습기, 균열, 마모가 빚어낸 한 폭의 그림 같은 서사를 사진에 담았다. 작가는 스스로 빛나는 폐허의 장면들을 들여다보며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면 삶은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독일 문학 스케치 여행을 했던 고산 작가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 밑에서’, ‘크눌프’ 등의 배경이 되는 공간을 펜 드로잉으로 그려냈다. 그의 펜으로 형상화된 ‘집’은 인간의 이야기가 태어나는 공간을 은유한다. 

올해로 제주 입도 29년차인 김만 작가는 오래된 책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자르고 묶어서 만들어낸 북아트 공예로 조형미 넘치는 예술 책을 선보인다. 아울러 이제는 볼 수 없는 제주의 옛 자연을 표현한 목판화로 주제를 해석해낸다. 

박지훈 작가는 여정, 새 식구, 회상, 동반, 동경 등 추억과 연관된 단어들로 자신과 타인의 경험을 캐릭터와 스토리로 시각화한다. 부드러운 연필 선으로 서서히 명암을 중첩하는 방식으로 공들여 담은 시간의 흔적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감각적인 색채로 삶의 온기를 그려내는 이승열 작가의 일러스트에선 ‘제주 할망’들의 건강한 일상이 눈에 띈다. 가시리에 살며 일하는 할망들의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본 작가는 개성 넘치는 제주 할망들의 그림 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다. 

북커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클로이 작가는 길에서 맞닥뜨린 제주의 동물들과 눈 맞춤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에 주목한다. 그림 속 길고양이, 까마귀, 조랑말, 산비둘기 등을 보고 있자면 제주의 아픔이 인간의 것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아픈 존재들끼리 마주치는 눈빛은 다정하고 깊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의 소통을 고려해 온라인 콘텐츠를 특별히 제작했다. 전시 공간 ‘순아커피’ 대표가 들려주는 ‘순아’ 할머니의 감동적인 사연도 전시 콘텐츠에 포함됐다. 소수 인원만 참가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은 온라인(페이스북 페이지 ‘2021호텔속서가-예술로거리로’)에서 신청하며, 작가가 직접 전시 해설과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예술소품 기업 WOYC 코리아가 협찬사로 참여한다. 전시 작품을 모티브로 제작한 다양한 스타일의 예술 소품들은 전시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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