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로또복권 배당금이 1600억 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나, 지금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져 로또복권의 행운에 기대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으로 여겨져 가슴이 쓰리다. 그런데 이런 세외수입이 체계적으로 쓰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도민들 중 많은 분들이 로또복권의 배당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로또복권 기금이 제주도에 배당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신구범씨가 도지사로 출마하면서 학부형들을 도시락에서 해방시키겠다는 것을 공약(公約)으로 내세웠다. 제주도의 재정 형편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었으므로 많은 유권자들께서 공약(空約)으로 여겼다. 하지만 신구범씨는 도지사에 당선되자 중앙정부와 여러 차례 교섭 끝에 제주도에 한해 관광복권을 만들고 그 수익금으로 학교급식시설을 만들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학부형들을 도시락에서 해방시켰다.

나중에 정부에서 난립한 복권들을 통합해 로또복권을 만들면서 그 당시 관광복권의 시장점유율에 따라 20% 좀 넘는 이익금을 제주도에 배당하는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이 외에도 제주도에는 여러 가지 세외수입들이 있다. 특별자치도의 특혜에 따른 등록세 수입, 경마장 운영에 따른 마권세 수입, 제주도에 국한된 내국인면세점, 그리고 제주도민들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삼다수의 판매에 따른 수입이 있다. 이들 수입을 합치면 대략 4000억쯤 된다. 그런데 이런 자금들이 원칙이 없이 쌈짓돈처럼 쓰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차제에 이런 자금의 조성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처를 조례로 정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삼다수로 얻은 수익은 지하수의 오염방지와 지하수의 증량에 쓰이면 좋겠다. 폐공을 막는다든가 쓰레기 처리장 건설과 친환경 농업을 장려하여 토양의 오염을 방지하고, 댐이나 저류지들을 건설하고 하수처리로 생기는 정류수를 농업에 활용하기 위한 광역농수도를 만드는데 사용한다면 농업에 쓰이는 지하수를 줄일 수 있고, 이렇게 절약된 물을 삼다수로 판매한다면 우리 제주도민들에게는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마권세와 면세점에서 얻은 이익은 문화 창달과 관광 진흥에, 그리고 등록세 수입은 교통 체계의 개선에 쓰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로또복권의 배당금은 원래 목적대로 교육과 인재육성에 주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들의 장학금이나 평생교육에 쓰는 것도 좋으나, 필자는 제주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공무원과 정치에 뜻을 둔 사람, 그리고 시민단체 임원들을 세계적 안목을 가진 인재로 키우는 데 쓰였으면 한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 열 명을 먹여 살렸으나 산업화가 되면서는 한 사람이 백 사람을, 그리고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는 천 명이나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를 얼마나 많이 키워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가 되었다고 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런 인

이유근 제주아라요양병원장.

재들을 엄정히 선발하여 6개월 내지 일 년 동안 세계나 대기업을 둘러보거나 경험하도록 하는 것은 제주도의 장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 확신한다.

결국은 사람이다. 아무리 우수한 사람이라도 개인적 욕심을 가지고 일을 하면 국가적으로 오히려 손해가 된다. 든사람(지식이 많은 사람)이나 난사람(재능이 뛰어난 사람)보다 된사람(인성을 가지고 공익을 앞세우는 사람)이 국가나 사회의 올바른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된다. 우리 모두 젊은이들을 된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힘을 모으자. / 이유근 제주아라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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