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제주관광 갈 길은] ④ 자발성 기반 다져야 지속가능

제주의소리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제주 관광산업을 진단하고, ‘위드 코로나’ 시대 제주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짚어본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체질개선의 필요성과 함께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한 과제와 대안들을 다섯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애월읍 수산리 물뫼힐링팜에서는 노마드 자연여행, 밭담길 웰니스 트레킹 등이 진행된다. 자연과 교감하고 마음을 치유한다는 취지다. ⓒ제주의소리
애월읍 수산리 물뫼힐링팜에서는 노마드 자연여행, 밭담길 웰니스 트레킹 등이 진행된다. 자연과 교감하고 마음을 치유한다는 취지다. /사진=물뫼힐링팜 ⓒ제주의소리

고향 제주 애월읍 수산리에서 유기농을 하던 양희전(51)씨는 6년 전 농촌관광을 본격화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생각하며 유기농, 팜파티 등 다양한 시도를 거쳐 그는 ‘치유’라는 방향성을 지닌 물뫼힐링팜을 열고 ‘노마드 자연여행’을 시작했다.

고립과 단절에서 벗어나 오감으로 자연과 교감한다는 취지로 마을길과 오름 트래킹, 농작물 수확 체험, 명상, 요가가 이어진다. 마을 내 숙소에서 잠을 자고, 마을 내 농장에서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로컬푸드를 활용한 식사를 나누고, 제주의 뮤지션이 무대에 선다. 적정 규모의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1일 1팀이 원칙이다.

수산봉과 저수지, 천연기념물인 곰솔, 밭담길, 감귤과 초당옥수수밭 등 마을이 지닌 자원들은 참가자들과 교감을 나누는 대상이 된다.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부터 감정노동자들까지, 코로나 직전 한해 2000여명이 이용하며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정말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용자 반응이 양 대표에게는 큰 기쁨이다.

양 대표는 “제주의 자원을 발굴해서 관광객 중 5~10%만 농촌관광으로 유입시켜도 제주 1차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제주는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특징과 자원을 지닌 만큼 잘만 엮어내면 좋은 농촌관광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안적인 관광은 제주 곳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골프장이 될 뻔한 마을목장에 주민 주도로 조성된 남원읍 머체왓숲길은 개발의 유혹에 시달리는 제주 중산간 곳곳의 방치된 마을공동목장의 희망의 증거가 됐다.

남원한남마을공동목장 중 일부 부지는 2012년부터 조성된 머체왓숲길로 운영 중이다. 편백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숲길을 걷고 제주 특유의 목축경관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남원한남마을공동목장 중 일부 부지는 2012년부터 조성된 머체왓숲길로 운영 중이다. 편백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숲길을 걷고 제주 특유의 목축경관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생태적 가치가 높은 습지보호지역을 지키면서 마을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만든 선흘1리 생태관광 프로그램은 전국적인 생태관광 모범사례다. 남원읍 하례리 주민들이 운영하는 생물권보전지역 효돈천의 생태관광, 조천읍 조천리의 용천수와 바다 생물다양성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고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 농업시스템, 생물권보전지역, 지질공원, 습지 등 엮어낼 자원과 브랜드는 무궁무진하다.

관광당국도 관광을 통한 소득이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안으로 지속가능한 마을관광과 웰니스 관광 활성화 방안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제주관광공사는 내년 마케팅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지역주민 주도의 지속가능한 관광상품 육성과 제주 마을-웰니스 관광 클러스터 구축을 내걸었다. 

핵심은 마을, 생태관광이 지닌 본래의 가치가 전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주민주도가 중요한 만큼 자발성을 이끌어낼 기반 마련과 그들의 역량을 강화할 계기 마련이 중요하다.

고제량 조천읍 람사르 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지역마다 주민 주도의 관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체계적인 장기간 지원과 교육과 홍보의 기회가 필요하다”며 “생태관광지마다의 수용력을 계산해 총량제 도입, 예약제, 안내자 동행제 등이 필요하고 이를 완수한 곳에 대한 인증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안전, 환경보전, 교육, 주민주도, 수용력 제한과 같은 준비 없이는 생태관광이 이뤄질 수 없다. 이런 준비 없는 지역을 무분별하게 소개하거나 주민의 사생활을 훼손하는 것은 생태관광이라 볼 수 없다”며 “인원 수 조절, 예약, 안내자 동행, 주민생활 보호, 방문시간 엄수 등 주의점과 함께 대안관광은 주민주도와 교육, 지역경제활성화라는 자기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흘리 생태관광 프로그램 모습(위쪽)과 선흘리 마을 원탁회의 모습.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관광 모델 중 하나로 꼽히는 선흘 동백동산 습지마을 사례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논의를 통해 가능했다. ⓒ제주의소리
선흘리 생태관광 프로그램 모습(위쪽)과 선흘리 마을 원탁회의 모습.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관광 모델 중 하나로 꼽히는 선흘 동백동산 습지마을 사례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논의를 통해 가능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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