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희망나눔] 홀로 다섯 아이 키우는 어느 아빠의 소망

제주의소리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공동사업으로 함께하는 지역사회 만들기 이웃사랑 캠페인 '아름다운 사랑나눔'을 진행합니다. 제주의소리는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의 사례나 미담을 발굴, 기획 '사랑나눔 희망나눔'으로 보도, 좀더 많은 이들이 사랑과 희망을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연의 주인공은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으면서도 혼자 5남매를 키우고 있는 김영호씨(가명)의 사연입니다. [편집자 주]

아동에 대한 학대, 유기, 동반자살 등이 날로 심각해 지고 있는 가운데 아픈 몸으로 혼자 다섯 자녀를 보듬으며 "아이들이 저에게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김영호씨(43·가명).

남자 혼자 다섯 아이를 건사하는 것도 벅찰텐데 김씨의 몸까지 건강하지 못해 뭇사람들의 시건으로만 보면 그의 삶이 고달파 보이지만 김씨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에게는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다섯 보배가 있기 때문.

한때 김씨는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을 위해 일본을 오가며 열심히 일했고 그 덕분에 부족하지 않은 생활을 누렸다.

김씨는 그렇게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일본을 오가며 일해야 했던 김씨의 빈자리는 결국 부인의 외도로 이어졌고 그 결과 김씨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부채와 함께 다섯아이가 남았다.

"그렇게 좋아서 다섯아이까지 낳고 살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김씨는 아직도 아내에 대한 원망이 크다. "살기 싫어 못 살겠다면 헤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떻게 아빠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다 내팽개치고 자기 잇속만 챙겨서 나갈 수 있는 지..."

김씨의 아내는 김씨가 일본에서 일하는 동안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감당하기 힘든 부채만을 남겨 놓고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악하게 살지도 않았는데 왜 내게 그런 일이 생겼는지 당시에는 정말 아이들만 아니었다면 아마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 학원 보낼 형편이 안돼 직접 아이들의 공부를 일일이 봐주고 있다는 김씨.
견디기 힘든 시련이었지만 김씨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아내가 집을 나갈 당시 갓난아기였던 막내가 벌써 7살이다.

시련은 왜 한꺼번에 닥치는 것일까.

아내의 외도와 가출, 부채, 사업의 실패...

김씨는 끝도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했다.

"아이들만 아니었으면 전 아마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절망도 아이들을 생각하니 작은 희망이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아내가 남기고 간 빚을 갚고 다섯 아이를 혼자 키우기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어떤 일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하지만 이자 갚기에 급급했다.

설상가상으로 김씨에게 당뇨병과 고협압이라는 병마까지 찾아왔다.

녹차재배농가에서 일을 하다 손을 크게 다쳤고 이후에는 일을 하는 것마저 힘들게 됐다.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도 현저히 떨어져 신문도 제대로 읽을 수 없을 정도.

"내가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이 아이들을 뒷바라지 할텐데... 현재 지원받고 있는 보조금만으로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요. 한달 80여만원 나오는 보조금에서 부채에 대한 이자가 월 50만원 정도 고정적으로 지출되다보니 사실상 생활비는 30만원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성치 않은 몸이라 어디가서 막노동을 할 수도 없고 김씨는 답답하기만 하다. 또 7살, 9살, 12살, 13살, 16살인 자녀들이 한창 부모의 손길이 필요로 하고 있어 일 때문에 마냥 밖으로 다닐 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김씨는 "요즘 힘들다고 아이들이랑 동반자살하고 아이들을 버리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부모가 돼서 자식을 낳았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거다"라고 말한다.

▲ 행여 엄마의 빈자리를 느낄까 봐 살림도, 아이들 챙기는 것도 더 신경을 쓴다.
김씨의 작은 소망은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

김씨는 맹장수술을 받아야 했던 다현이(가명·셋째), 팔이 골절됐던 민호(가명·넷째), 다리가 골절됐던 민수(가명·막내)를 떠올리며 "여유 있을 때는 건강하기만 하던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니까 더 다치고 아픈 것 같다"며 "아이들에 대한 진료비만 지원되더라도 한시름 놓겠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어려움들을 겪을 때마다 김씨는 행정이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국가적으로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는 가운데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있지만 국가의 정책을 믿고 출산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김씨.

지원을 받으려고 할 때마다 '누가 그렇게 애는 많이 낳아서 고생하래?'라는 듯한 시선이 따갑게 와닿는다고.

그럼에도 김씨는 "지금은 이렇게 힘들게 지내지만 우리 아이들이 밝게 성장해 사회에 꼭 필요하고 타인을 도울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 되면 그것이 보람"이란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김씨와 다섯아이들이 행복하이런 김씨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 그런지 아이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이 다섯아이들의 김씨의 소망대로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김영호씨(가명)에게 도움주실 분=제주은행 44-01-005786 사회복지공동모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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