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 '故 이 변호사 피살사건 3부'...현직 경찰 K경정, 유탁파 J씨 연루 증언 방송돼

이승용 변호사 피살 사건을 다룬 도내 한 일간지 보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2년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의자에 대한 첫 재판이 다가오는 가운데, 당시 살인 배경과 관련해 도지사 선거에 개입한 조직폭력배 연루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지난 2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검사 출신의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을 다룬 세번째 방송을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은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2020년 6월27일 1부, 지난해 8월8일 2부, 그리고 올해 10월2일 3부가 각각 방송됐다. 

검찰은 1999년 11월5일 오전 3시15분부터 오전 6시20분 사이 제주시 관덕정 인근에서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김모(55)씨를 지난달 14일 기소했다. 

김씨는 지난 6월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로 붙잡힌 후 캄보디아 시소폰 검문소에서 체포됐다. ‘제주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 4일까지였으나,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이에 김 씨가 체포될 수 있었다.

극적인 반전 끝에 김 씨가 검거됐으나 그는 조사 과정에서 자백과 부인을 반복하며 진술을 여러 번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6일 예정돼 도민사회 관심이 쏠려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당시 범행 현장을 3D로 구현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 투입된 ‘프로파일러’들과 마찬가지로 김씨가 범행 현장에 있었다는 취지다. 범행 현장에 없었다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김씨가 진술한 것으로 봤다. 

  점점 다가서는 이승용 변호사 피살 배후 실체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최대 관심사는 ‘범행 동기’다. 도민 사회에서는 1998년 제주도지사 선거 폭력조직 개입, 제주시 연동 모 호텔 나이트클럽 지분 다툼 등 다양한 추측이 일었다. 

제작진은 김씨 주변인 진술 등을 통해 조폭의 선거 개입에 무게를 뒀다. 

당시 이승용 변호사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애월읍 청년 A씨의 양심선언을 돕고 있었다. A씨는 당시 도지사에 당선된 W씨 측이 선거 과정에서 금품 제공 등 조직적인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양심선언했다. 

기자회견 이후 검찰 고발장 제출을 앞두고 갑자기 A씨가 잠적해버렸다. A씨가 가지고 있던 모든 증거 자료 원본은 이 변호사가 가지고 있었다. 이후 오랜시간 침묵을 깨고 A씨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 만나 인터뷰에 응했다.

방송에서 A씨는 “양심선언 사건만 아니었으면 이승용 변호사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A씨는 “W후보 쪽에서 (이 변호사에게)더 좋은 걸 들이대도 먹히지 않았다. 그 양반은 나 때문에 죽었다. 밥값 영수증, 돈 받은 날짜 등 양심선언 관련 자료 원본을 다 줬다. 사망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주지 말걸' 하는 생각밖에 안 났다. 오더를 내릴 레벨을 안다. 그 중간에서 내리지 않았을까 한다”고 증언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여러 증언을 종합해 당시 사건의 배후로 도지사 선거판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유탁파 J씨를 유력하게 보도했다. 이승용 변호사 살인 피고인 김씨도 유탁파 일원이었다.  

제작진은 김씨가 J씨의 지시를 받아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다양한 경로의 취재와 증언들로 제시하면서 조폭의 선거 개입을 이 변호사 피살 사건의 가장 주요한 배경으로 제시했다.

방송에서는 당시 선거에서 낙선했던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도 출연해 이 변호사 죽음의 배경이 도지사 선거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신구범 전 지사는 “이승용 변호사가 양심선언 사건을 추적하지 않았더라면 저런 일이 발생했을까 한다"고 말해 도지사 선거 양심선언 사건을 추적한 것이 살인 표적이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범행 칼과 유사...“김씨가 죽였다고 했다” 증언들 속속

제작진은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에 관한 피고인 김씨의 진술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도 주목했다.

김씨가 지난 2017년 9월, 알고 지내던 한 여성을 위협하면서 꺼내들었던 칼이 있었던 것이다. 칼 협박 피해자는 인터뷰에서 “돈을 안 준다고 협박하면서 칼을 딱 꺼내 든 거다. 시중에 파는 칼이 아니라 간 것 같다. 많이 간 칼은 반짝반짝하는데 그 칼이 그랬다. 정말 많이 갈았구나 느껴질 정도였다”고 섬뜩했던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또 김씨가 직접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 익산시의원 김민서 씨도 출연해 “친한 동생이 마카오에서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제주도에서 변호사 하나를 죽이고 도망을 왔다고 이야기를 했다더라. 공소시효가 끝난 줄 알고 이야기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피고인 김씨의 예전 이웃 또한 방송에서 “김씨가 사람을 죽였다고 했다. 그냥 한 말인 줄 알았지 진짜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술을 마시면 자신이 저지른 사건이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3D 애니메이션과 모션 캡처 기술 등을 활용해 22년여 전 사건 현장을 과학적으로 재현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당시 이 변호사는 키 180cm 정도의 범인에게 수차례 칼에 찔린 것으로 분석했다.

 현직 경찰이 수사정보, 돈까지 줬다?

또 현직 제주 경찰이 김씨와 유착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2020년 6월 그것이 알고싶다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1부 방송 이후 현직 경찰 K경정과 김씨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3부 방송에선 피고 김씨의 주변인 증언들을 통해 K경정이 외국에 피신 중인 김씨에게 이 변호사 피살사건 수사 정보는 물론 돈까지 보내줬다는 증언도 전파를 탔다.

피고인 김씨와 마카오에서 알고 지냈던 지인은 이번 그것이 알고싶다 3부 방송에 출연해 “김씨가 자수를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형사라는 지인이 말렸다고 했다.” 자수를 말렸다는 그가 바로 K경정이라는 것. 

현직 제주경찰인 K경정은 현재 수감 중인 유탁파 조직원에게 특혜를 제공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이와 관련해 K경정은 3일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 (이승용 변호사 피살) 사건과 나는 전혀 무관하다”고만 밝혔다. 

제주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은 이번 방송에서 “배후 세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승용 변호사가 왜 돌아가셨는지 밝혀내서 유족 분들이 20여 년 동안 그렇게 지내셨던 세월을 저희가 작게나마 보상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의 대한 첫 재판이 다가온 가운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지 도민사회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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