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제주는 필요한 대로 쓰는 관광 자원이자 사적 자원인가?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 연재를 통해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제인권규범(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 UNGPs, 2011)에 비춰보아, 한진(칼호텔)은 제주도민들에 대한 인권침해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2020년 한진그룹은 신제주에 위치해 있는 대한항공 제주 사원 주택을 매각하였다. 그리고 서귀포시에 소재한 파라다이스호텔 역시 매각 목록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한진그룹은 사원 주택의 역사성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최고급 호텔 사업으로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하였지만, 결국 그냥 부동산으로 매각 처리 하였다.(제주의 소리, 2020. 4.20일자 기사 참고) 그리고 매각된 부지는 국내 부동산 전문 개발 업체가 사들였고, 현재 부동산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21년 9월, 제주시내 칼호텔 매각이 발표되었고,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또 부동산자산운용사가 선정되었다.(제주의 소리, 2021.9.30일자 기사 참고) 이번에도 제주 지역에 대한 한진그룹의 책임 있는 자세와 진지한 고민은 없었다. 한진그룹에 있어서, 제주 지역은 그저 자신들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관광 자원이고, 자신이 필요하면 언제든 내다버릴 수 있는 사적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다.

아무리 사적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적 재산의 확대와 소유가 가능하게 한 공공 자원의 기여를 외면하거나, 사적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 피해에 대한 책무를 면제할 수는 없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아무리 사적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적 재산의 확대와 소유가 가능하게 한 공공 자원의 기여를 외면하거나, 사적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 피해에 대한 책무를 면제할 수는 없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한진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제주 지역의 관광 사업이 한 몫 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제주 지역도 어찌되었든 한진이라는 기업과 함께 제주의 관광 사업을 성장시켜왔다. 이는 현재의 상황이 한 기업의 사적인 기업 행위로만 파악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하지만 현재 한진그룹의 행태는 제주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을 방치하고, 자신들의 인권적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제주 지역 내의 대량 해고사태는 단순히 직·간접적으로 고용 되어 있는 300여명의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주 칼호텔에 연관되어 있는 배후 산업들과 종사자들 그리고 노동자들의 가족까지 고려하면, 제주 지역 내 심각한 경제적 위기가 초래될 수 있으며, 제주 지역민들의 생존권조차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한진그룹내 자산 매각은 제주 지역의 건강하고 지속적 발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제주 지역 내 부동산 개발에만 이용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유엔 前사무총장 코피아난(Kofi Annan)은 인권 침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 기준과 다국적 기업 활동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국가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자, 존 러기(John Ruggie) 하버드 로스쿨 교수를 사무총장 특별대표로 임명하였다. 2011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 UNHRC)의 만장일치로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 UNGPs A/HRC/17/31)’이 채택되었다. 국가의 보호의무와 기업의 존중책임, 이 두 주체의 비사법적 구제를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환영을 받았다.

해당 이행원칙(UNGPs 11번항)에 따르면,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은 모든 기업의 활동에서 장소에 상관없이 기대되는 글로벌 기준이며, 인권 보호 책무가 국내법을 준수하는 것 이상의 책무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12번 항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선언에 포함된 8개의 핵심 규약을 포함하며, 법적 책임을 넘어서 인권을 존중해야할 기업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에 따라 기업은 인권 존중 책임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보이고, 인권에 주는 영향을 상세히 파악하여, 정부와 함께 구제 절차의 과정을 밟도록 하고 있다.(15번항). 한 마디로 제주 지역에서 한진과 같은 기업들은 기업의 행위로 인해 제주 지역에서 발생할 수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인권 존중의 책임을 가져야 하며, 이는 국제적 인권 기준이라는 것이다.

2019년 우리나라에서도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를 통해 <기업과 인권지침서: 실사(Due Diligence) 가이드라인>을 발간하였다. 여기에서도 기업의 소비자와 노동자에 대한 보호 조치와 사회적 약자, 지역 주민에 대한 권리 보호, 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를 주요한 항목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2021년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인권정책기본법에서는 기업과 인권 분야를 개별적인 한 항목으로 따로 다루고 있다. 이는 기업이 단순히 인권 경영이라는 ESG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입체적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기업 행위의 영향까지도 기업이 책임을 가지고 고민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지금 제주에서 한진그룹이 행하고 있는 기업 행위는 단순히 한 기업의 자산 매각 행위로 치부될 수 없다. 그리고 돈이 될 만하면 와서 장사하고, 자신들이 어려우며 손 털고 가는 무책임한 기업 행위가 용인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아무리 사적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적 재산의 확대와 소유가 가능하게 한 공공 자원의 기여를 외면하거나, 사적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 피해에 대한 책무를 면제할 수는 없다. 한진그룹은 자신들이 제주 지역에 대한 인권적 책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민들과 함께 현재의 상황을 함께 타개해 나가야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노동자들과 고용의 문제,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문제가 보다 책임성 있게 논의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참고 :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발간, <기업과 인권 지침서: 실사(Due Diligence) 가이드라인>, <기업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Self Assessment Checklist> 2019)

그리고,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 25번항)은 또한 국가(국민을 보호하는 국가 기구)는 기업과 관련된 인권 침해를 막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며,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구제책을 보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인권 보호 의무는 취약하거나 나아가 무의미해 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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