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중연대-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5일 4.3평화공원서 전국대행진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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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민중연대와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5일 오전 11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전국대행진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전국 각 지역을 거쳐 서울 국회의사당까지 가는 ‘국가보안법폐지전국대행진’이 제주4.3평화공원에서 시작됐다.

제주민중연대와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5일 오전 11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 전국대행진의 출발을 알렸다. 

이들 단체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10만 명을 돌파해 국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음에도 진전되지 않자 전국대행진을 기획했다.

이들 단체는 “73년 야만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 최남단 제주에서부터 시작하게 됐다”며 “제주4.3은 도민들의 의로운 항거가 폭동이 됐고 아직도 역사적으로 정명되지 못해 사건이라고 불리고 있다. 희생자들은 국가보안법이라는 시대의 악법 때문에 73년간 명예회복조차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만의 세월을 끝장내고, 이곳 도민들의 의로운 4.3항쟁을 역사적으로 정명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만들기 위한 대장정을 이곳에서 시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는 발언에 나선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제의했다”며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꾼 것은 잘된 일이지만 평화를 이야기 하면서 국가보안법을 존치하는 것은 모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평화협정은 앞서 국가보안법이 철폐됐을 때 나아갈 수 있다. 이번 행진을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국민 의식을 깨울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4년 국가보안법 철폐 농성 당시부터 법이 통과될 때까지 자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수염을 길러오고 있다. 법이 통과돼 수염을 깎을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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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중인 문정현 신부. 그는 평화협정을 말하면서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둔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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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전국대행진을 출발하기 전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4.3영령들을 위한 묵념과 헌화의 시간을 가졌다. ⓒ제주의소리

김재하 국가보안법폐지전국대행진단 총괄단장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는 날 제주4.3은 이름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예속과 분단, 불평등의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법이다”라면서 “그 덕에 살아온 사람들은 지금도 시퍼렇게 살아 권력을 부여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보안법 폐지는 형식적으로 국회에서 하겠지만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것은 자주와 평화, 평등을 원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이번 행진을 통해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고통으로 몰아넣는 법인가를 민중에게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임기환 제주민중연대 상임대표(민주노총 제주본부장)는 “지난 73년간 국가보안법은 도민들의 삶과 정신, 모든 사회적 관계를 옥좼다. 민중항쟁을 가장 앞에서 주도한 영령들은 4.3평화공원에 위패로 모셔지지도 못한 채 사라졌다”고 말했다.

조영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은 “국가보안법은 제주4.3과 여수·순천을 짓밟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반공법, 긴급조치 등 수많은 악법이 폐지되는 가운데 국가보안법은 현재 실존하는 악령처럼 머물러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상과 양심, 학문, 예술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얽매여 있다. 이번 대행진을 통해 기필코 국가보안법을 역사의 수장고, 역사의 박물관, 폐기물 저장소로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회견문을 통해 “해방 이후 군사독재정권을 끝내고 부정한 권력을 심판하는 등 민중의 힘을 통해 변화된 대한민국은 사실 73년 동안 본질적으로는 전혀 바뀌지 않은, 거대한 야만의 시대 국가보안법이라는 장벽이 그대로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1948년 12월1일 이승만 독재정권의 시작과 함께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잔인무도한 국가보안법 시대였다”며 “자주와 민주주의를 요구한 이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음으로 내몰아 왔다”고 주장했다. 

또 “평화와 통일을 염원한 수많은 사람을 짓밟고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 등을 무참하게 유린한 이 국가보안법에 대해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라고 되물으며 “유엔과 국제엠네스티 등 국제사회에서도 끊임없이 폐지를 권고해왔던 이유가 여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는 시급한 시대적 과제다. 그럼에도 촛불항쟁 정신을 계승한다는 정권은 여전히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결단을 통해 국가보안법 제정 73주년이라는 치욕을 남기지 않도록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4.3항쟁 역시 통일조국을 열망한 민중들의 정당한 투쟁이었다. 그 투쟁을 빨갱이 폭동으로 덧칠하고 긴 세월 연좌제로 옭아맨 것 역시 국가보안법과 다를 바 없는 국가폭력이었기 때문에 이곳 4.3평화공원에서 대행진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시작해 10월15일 서울 국회의사당에 도착하는 그날까지 전국 곳곳을 내딛게 될 우리의 발걸음이 국가보안법 없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내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제주에서 출발하는 대행진단은 부산, 경남, 광주, 전남, 대구, 경북, 강원 등을 전국 각지를 거쳐 오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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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민중연대와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5일 오전 11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 전국대행진의 출발을 알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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