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 김석범의 한글소설집 ‘혼백’ 발간
‘경계인’ 김석범의 한글소설집 ‘혼백’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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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콘 세계문학 총서, 김동윤 교수 편집...‘꿩 사냥’, ‘화산도 1~3장’ 등 4편 수록
김석범 한글소설집 '혼백' 사진=알라딘.
김석범 한글소설집 혼백. 사진=알라딘.

제주인 디아스포라의 상징과도 같은 김석범 작가의 한글 소설이 소개된다.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문학·문화를 공부하는 단체 ‘트리콘’이 다섯 번째 세계문학 총서로 ‘김석범 한글소설집 혼백’(보고사)을 펴냈다. '혼백'에는 작가가 1960년대 발표한 한글소설 4편이 실려 있다.

꿩 대신 사람을 사냥하는 미군 장교의 횡포를 통해 그에 대한 적개심과 저항 의지를 다지는 ‘꿩 사냥(1961)’, 귀향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귀국(북송)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혼백(1962)’, 조선학교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국 배의 선원들과 재일조선인들의 만남, 나아가 잠정적인 평화세상을 구현하는 ‘어느 한 부두에서(1964)’, 그리고 제주인들의 항쟁 전통과 제주 문화를 강조한 ‘화산도(1965~67)’까지 담았다. '화산도'는 1장부터 3장까지 실려있다.

책 말미에는 소설집 편집 작업을 맡은 김동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김석범 한글소설의 양상과 의의’를 실었다. 이 글은 김 교수가 2019년~2020년 발표한 김석범 관련 논문을 통합해 다듬은 것이다. 

“원 이 양반아, 뭘 그렇게 어려워들 하슈, 나도 압네다. 민단 사람하구 총련 사람의 꼬락서니가 다를 게 뭐 있소. 농담입네다. 농담……. 다 같은 조선 사람끼린데 뭐……”

하고 뚝 시치미를 떼더니 순간 젊은 여자처럼 무안을 탄 얼굴이 되어 선옥이의 손을 붙잡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가, 가재미 고맙다. 고마워” 하면서 선옥이와 눈길이 마주치자 손수건을 꺼내더니 소녀의 손에 볼을 대고 비볐다. 기관장은 영문을 몰라 무릎에 선옥이를 앉힌 채 딱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과연 “이크, 내가……소갈머리도 없이 너를 함부로 나무랐구나…… 나도 옛날엔 널 닮은 딸애가 있었단다……” 하면서 식당 할머니는 주르르 떨어지는 눈물을 훔쳤다.

가자미는 여선생 몫으로 한 마리, 그리고 또 한 마리 남겨 놓고는 동네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눈 뒤였다.

- ‘어느 한 부두에서’ 가운데 

김 교수는 책머리에서 “이들 김석범 한글소설을 읽고서 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랬기에 더 많은 독자들이 그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김석범 작가는 “타자에 의한 잊어버린 자기 작품의 발견이다. 옛날에 쓴 변변치 못한 작품들. 노망이 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실어증에 걸렸는지 한동안 자기 머릿속에 그 몇 편의 단편들을 떠올리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엮은이 김동윤 교수와 출판사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석범은 1925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고 교토대학을 졸업했다. ‘제주4.3’을 테마로 한 대하소설 ‘화산도’를 집필하고, 일본에서 4.3진상규명과 평화인권운동에 젊음을 바쳤다. 1957년 ‘까마귀의 죽음’을 발표해 최초로 국제사회에 제주4.3의 진상을 알렸다. ‘화산도’로 일본 아사히 신문의 ‘오사라기지로상’(1984), ‘마이니치 예술상’(1998), ‘제1회 제주4.3평화상’(2015)을 수상했다. 1987년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 도쿄-오사카를 결성해 4.3진상규명운동을 펼쳤다. 재일동포지문날인 철폐운동과 일본 과거사청산운동 등을 벌여 일본 사회의 평화, 인권, 생명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까마귀의 죽음 ▲화산도 ▲만월 ▲말의 주박 ▲죽은 자는 지상으로 ▲과거로부터의 행진 상·하 등이 있다.

김동윤은 1964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겸 문학평론가다. 저서로는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2019) ▲작은 섬, 큰 문학(2017) ▲소통을 꿈꾸는 말들(2010) ▲제주문학론(2008) ▲기억의 현장과 재현의 언어(2006) ▲우리 소설의 통속성과 진지성(2004) ▲4.3의 진실과 문학(2003) ▲신문서솔의 재조명(2001) ▲김석범×김시종 : 4.3항쟁과 평화적 통일 독립(공저, 2001) ▲제주, 화산도를 말하다(공저, 2017) 등이 있다.

350쪽, 보고사, 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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