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최대 쟁점은 공소시효와 공모 공동정범 여부...범행 동기·배후 등 실체적 진실 주목

올해 8월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 선 제주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모씨.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올해 8월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 선 제주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모씨.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장기미제 사건인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6일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55)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가졌다. 공판준비기일은 추후 공판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검찰과 피고인 측이 쟁점 사항을 정리하는 절차다. 

이 사건은 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장기미제 사건으로, 주변인 진술 등 자료가 방대해 재판부가 첫 공판 대신 공판준비기일을 가진 상황이다. 

 이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국민참여재판 요구, 왜?

지난 1999년 11월5일 오전 3시15분부터 오전 6시20분 사이, 당시 40대의 이승용 변호사가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골목에서 무참히 살해됐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일반재판과 달리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국민을 배심원으로 선정해 배심원단이 유죄·무죄 등을 판단하는 절차를 거친다. 배심원 의견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관례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은 한 번의 공판으로 종료된다.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등과 함께 검찰의 구형, 배심원 평결, 재판부 선고까지 당일 마무리하는 형식이다.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나 재판을 속행할 경우 당초 참가했던 배심원 중 일부가 속행기일에 불출석할 수 있고, 추가 기일을 잡을 경우 의도치 않은 오해가 생기거나 비밀 유지 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하면서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측의 의견을 조율했다. 

검찰은 22년 전 발생한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다양한 사람의 진술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김씨에게 적용된 살인 혐의 확인을 위해서는 다수의 증인 출석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첫 공판기일에 다수의 증인이 출석해 검찰과 피고인측이 치열하게 다툴 경우 재판이 장시간 이뤄질 수밖에 없다. 다수의 증인이 같은 날 법정에 출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1월을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시국에서 제주지법이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한 적은 없다. 

이날 검찰은 증거에 입각해 김씨의 혐의 입증이 명확해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해도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오는 11월3일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진행키로 했다. 한달 가까운 시간 동안 검찰과 피고인 김씨 측이 관련 의견을 주고 받아 재판에 꼭 출석해야 하는 증인을 추려낼 시간을 갖도록 했다. 

이 기간 피고인 김씨는 국선 변호인이 아니라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고 관련 의견을 주고 받은 뒤에도 피고인 김씨가 원하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 최대 쟁점: 공소시효와 공모 공동정범

공소시효와 공모 공동정범이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씨는 자신은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해 해외에 도피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또 자신에게 적용된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인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5일 0시를 기해 만료됐다. 다만, 검찰과 경찰은 김씨가 2014년 3월 출국해 13개월간 해외에 체류한 점을 내세우고 있다. 

김씨가 해외에 있던 2015년 7월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살인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는 폐지됐다. 또 피의자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로 출국한 경우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김씨가 공소시효 만료 전에 다른 범죄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해 해외에 출국하면서 이승용 변호사 살인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도 정지됐고, 이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폐지된 사건이라는 것이 검찰과 경찰의 입장이다. 

반면 김씨는 자신이 해외에 출국한 적은 있지만, 형사처분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는 상황이다. 

공모 공동정범도 주요 쟁점이다. 

당초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지만, 검찰은 공모 공동정범 법리에 따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다수가 범행을 공모한 뒤 이중 1명만 실제 범행을 저질러도 공모자 역시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 

검찰은 1999년 8~9월 ‘불상자’의 지시를 받은 김씨가 '갈매기'라 불리던 손모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씨는 2014년 8월 사망했다. 

반면, 김씨는 손씨에게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들었을 뿐 자신이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왜곡돼 과장된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모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김씨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언급하면서 “조사 받을 때 (검찰과 경찰이) 저를 살인범이라고 확정 지어놓고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인 장찬수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인을 범인으로 판단해 기소했다. 다만, 법원은 다르다. 재판부는 확증편향 없이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 추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 또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범행동기 등 사건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