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연구센터 10년 학술대회] 참가자들 “연구 역량 강화는 기본”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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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열린 제주학연구센터 10주년 학술대회 참가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연구원 산하로 10년간 운영돼온 제주학연구센터가 ‘독립’을 꿈꾼 건 어제오늘이 아니다. 제주의 정체성을 구현할 독립 기관 (가칭)제주학진흥원을 위해 도민 전체가 공감할 추진위원회가 필요하다는 당부다. 

7일 제주칼호텔에서 열린 학술대회 ‘제주학연구센터 10주년, (가)제주학진흥원 설립과 제주학의 미래’에서는 제주를 포함해 국내 지방학 연구자, 종사자들이 다양한 조언을 남겼다.

제주도는 2011년 8월 제주연구원 산하 기관으로 제주학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1인 센터장 체제라는 평가가 있을 만큼 소규모였지만, 2013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 설립 및 지원 조레’가 제정되고 점차 규모가 커졌으며 2017년에는 연구원과 별개로 단독 사무 공간을 확보했다. 지난해는 ‘제주학진흥원(가칭) 설립 타당성 검토 및 운영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며 독자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제주도 심의를 통과해 행정자치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학술대회 참가자들은 제주학진흥원 출범을 위한 추진위원회 결성에 공감을 보냈다. 기관 독립에 앞서 제주학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자는 조언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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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장 전경. ⓒ제주의소리

토론에 참여한 양정필 제주대 교수는 “무엇보다 가칭, 제주학진흥원 설립의 필요성을 확실하게 납득시킬 수 있는 비전, 아젠다, 구체적인 사업 등이 필요하다”라며 “설득 대상은 중앙부처와 제주도청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주도민들도 제주학진흥원의 필요성을 납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문체부로부터 한해 192억원을 지원받는 한국국학진흥원의 예를 들었다.

그는 “양반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는 안동과 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기관의 정체성이 확실하다”면서 “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키는 등 기관의 성과도 분명하다. 이러한 확실한 정체성, 뚜렷한 성과가 있기에 중앙 부처에서 크게 지원해도 언론 등이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냈다. 

양 교수는 “제주학이라고 하는 두루뭉술한 것이 아니라 한국국학진흥원의 유교 문화, 양반 문화처럼 누구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납득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정체성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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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장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와 관련해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장은 토론에서 "제주어 뿐만 아니라 역사, 민속 등 제주학 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인력을 균형있게 갖추는 중이다"라며 "제주학진흥원 출범을 목표로 더욱 구체적이고 폭 넓은 제주학 연구를 진행해 나가겠다. 제주학 발전을 바라는 소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도록 추진위원회도 필요하다"고 포부를 전했다. 

제주학연구센터장을 역임한 바 있는 박찬식 제주와미래연구원 제주역사연구소 소장은 토론에서 “내년 상반기를 바라보는 행정안전부 심의에 대비한 철저한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 우선 제주도 조직담당 부서, 제주도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 유관부서와의 논리와 설득력을 갖춘 내부 협의부터 선행하라. 나아가 도의회 설득도 필요하다”고 실질적인 조언을 전했다.

토론자 진선희 한라일보 편집부국장 역시 “최근 몇 년 새 제주학진흥원으로 향하는 걸음을 차근차근 걸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왜?’를 묻는 이들이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보다 지역 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제주학연구센터 아카이브시스템’ 구축에 더 힘을 쏟을 것을 당부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박경환 한국국학진흥원 국학진흥본부장은 “제주학 관련 고문헌 자료의 체계적인 수집과 국역이 필요하고, 반대로 제주학 연구 성과를 대중화하는데도 공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학을 문학, 회화 등의 분야로 확장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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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는 온라인으로도 생중계 됐다. ⓒ제주의소리

특히 박 본부장은 “전근대, 근현대에 걸친 제주의 특수한 역사 경험에 대한 직시와 성찰, 치유가 제주학의 기능과 역할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과거의 진실 구명, 현재적 치유, 미래의 화해를 제시할 제주학에 기대를 걸어본다”고 ‘치유의 제주학’이란 새로운 방향을 제안했다.

김아연 (재)한국학호남연구원 전 기획연구부장은 주제 발표에서 ▲연구원의 연구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논문 발표비, 논문 게재료 지원 ▲장기근속자 대상 연구년 제도 시행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국학진흥원, (재)한국학호남진흥원처럼 연구사업운영위원회와 연구실적심사위원회 구성 ▲제주학을 주제로 하는 원내 연구과제 1편 의무 수행 ▲외부 전문가 가운데 제주학을 포함한 지역학, 철학, 종교, 사회과학, 순수과학, 기술과학, 예술, 언어, 문학, 역사,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강사로 초청해 연구원 역량 강화하는 자체 프로그램 운영 등을 권했다.

다른 주제 발표자인 조정현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제주연구원은 지역 발전과 지역 경제 진흥, 지방 행정 관련 제도대선 등 정책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하고, 제주학진흥원은 제주학에 관한 연구와 연구지원을 위한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두 기관 간 중복될 수 있는 역할과 기능을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도내 박물관이나 세계유산본부 등과 차별화되는 탐라역사문화 및 무형유산 중심의 전문연구기관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더욱 체계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남춘 제주대학교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제주학연구센터 독립은 정체성 실현의 출발”이라고 제언했고, 토론에 참여한 고재원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원장은 제주학 연구자의 숫자, 그들의 조사와 연구실적 등 제주학계 전반에 걸친 열악한 현실을 꼬집었다.

토론자 고지영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언젠가 생겨날) 제주학진흥원이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연구 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역사 연구는 시대의 부침에 의해 등장했다가 소멸되는 영역이어서는 안 된다”며 “우수한 전문 연구자의 확보, 연구 공간, 그리고 지속적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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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장에서는 제주학아카이브 사진 영상 공모작을 전시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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