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5돌 한글날 특집] 제주도의회 7년 전 한글날 앞둬 만든 ‘국어 진흥 조례’ 7년째 캐비닛서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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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0월 제주지역 공공기관과 도민들의 올바른 국어·한글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된 ‘제주도 국어 진흥 조례’가 7년째 사후조치 없이 잠들어 있다. / 그래픽 이미지=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공공기관과 도민들의 올바른 국어·한글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된 ‘제주도 국어 진흥 조례’가 7년째 잠자고 있다. 의원발의 조례에 대한 행정의 무관심과 의회 역시 사후 관리·감독에 손을 놓으면서 벌어진 합작품이다.

<제주의소리>가 575돌 한글날을 앞둬 지난 2014년 10월 의원발의로 제정된 ‘제주도 국어 진흥 조례’ 운용실태를 파악한 결과, 사후 조치가 전무했다. 공 들여 만들 조례가 ‘캐비닛 조례’로 전락한 셈이다.

당시 제주도의회 고충홍, 김용범 의원은 2005년 1월 국어기본법이 제정됐음에도 제주도의 국어(한글) 사용 촉진은 물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한 정책 추진이 미흡하다고 판단, 조례제정을 추진했다.

당시 조례안을 발의한 고충홍 의원은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문화이며 정신세계다. 매년 한글날을 맞이하지만 도민들의 국어와 한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조례제정으로 행정은 물론 도민들의 국어와 한글의 중요성과 올바른 사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사실 조례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한글사랑 지침서’와도 같다. 공공기관은 물론 도민들의 국어사용 환경개선과 국어 발전·보전을 위한 민간 부분 활동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한글 발전·보급을 위한 애정도 듬뿍 담겼다. 조례는 먼저 도지사로 하여금 ‘국어 발전과 보전을 위해 5년마다 국어발전시행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했다.

국어발전 시행계획에는 △국어사용 시책의 기본방향과 추진목표 △도민과 공공기관의 국어능력 증진과 국어사용 환경개선 △국어의 가치 홍보 및 국어 문화유산 보전 △정신·신체상 장애로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도민과 도내 거주 외국인의 국어사용에 따른 불편 해소 △도민과 공공기관의 국어 바르게 쓰기 교육 등에 관한 사항을 담도록 했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이를 실행에 옮겼을까. 조례가 제정된 지 7년이 지나고 있지만 ‘제주도 국어발전 시행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례는 또 도지사 소속으로 ‘국어진흥위원회’를 둬 시행계획 심의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행정용어 순화, 제주도 주요 정책사업 명칭 등에 대해 자문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여태까지 실행되지 않았다.

조례는 이와 함께 문화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과장(문화정책과장)을 ‘국어책임관’으로 지정,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특히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관련되는 ‘공공언어’와 관련해 “어문 규정을 준수해 쉬우면서도 명확하게 써야 한다”고 규정하고, 도지사로 하여금 매년 공문서 등의 국어·한글 실태 조사와 평가를 실시해 개선방안을 시행계획에 반영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행정은 도민의 대표기관인 제주도의회의 목소리를 귓등으로 들은 셈이 됐다.

이와 관련 김미영 제주도 문화정책과장은 “의원발의로 제정된 조례가 워낙 많다보니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다만, 국어 전반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제주어 보전·육성 조례에 따른 시행계획과 제주어육성 관련 위원회는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주도가 국어진흥조례에 담긴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행정용어 순화와 관해서는 제주대 국어문화원와 업무협약을 맺어 공문서나 공고문 등에 올바른 국어가 쓰일 수 있도록 모니터링 및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제주도는 오는 11월까지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국어 사용실태를 조사해 12월 중에 ‘올바른 행정용어 자료집’을 발간한 뒤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올바른 국어·한글 사용과 국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조례안 공동발의자로 지금까지 의정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용범 의원은 “의회 역시 ‘국어 진흥 조례’ 제정 이후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한글사랑, 국어 진흥을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매의 눈으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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