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84) 화천대유, 천화동인의 주역(主役)들에게

1. 만약 주역을 읽었더라면….

대장동 개발 사업(특혜 의혹 사건)이 세간의 화제가 됐을 때, 필자는 회사 이름(화천대유, 천화동인)을 보고 졸지에 동양 고전인 ‘주역’이 각광을 받고 있구나,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사건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이 사건의 배후에 엄청난 부정과 비리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주역의 대유괘(大有卦)는 ‘온갖 것이 잘 자라 풍요롭다’, 동인괘(同人卦)는 ‘서로서로 이롭다’는 뜻이다. 아마도 특혜 의혹의 핵심 멤버들이 도원결의를 하면서 “서로 힘을 합쳐 크게 한탕 해보자‘는 의도로 회사명을 지었다고 추측해 본다.

주역은 미래를 예측하는 점술책과 인격을 수양하는 수양서의 두 기능을 갖고 있다. 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필자는 책의 여백에 독후감을 쓰는 습관이 있다. 오래 전, 거기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만일 일찍 주역과 만났더라면 크고 작은 실수들을 범하지 않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됐을 것이다’, ‘내 머리맡에 항상 두고픈 책, 두 권은 성서와 주역이다.’

주역은 바르고 착하고 아름답게 사는 길을 일러주는 책이다. 만약에 저들이 주역을 제대로 읽었다면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그런 후안무치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르진 않았으리라. 

그래서 나는 목 놓아 외친다.

“정녕 너희가 주역을 아느냐…!!”
“강제로 자기 땅에서 쫓겨난 원주민들의 피 맺힌 절규가 들리는가!”
“누워서 떡먹기, 땅 짚고 헤엄치기가 무색할 정도로 손 쉽게 돈벼락 맞고 돈잔치 벌이고 있는 그대들이여,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급히 먹은 돈 체하기 전에 다 토해내고 만 백성 앞에 석고대죄하라!”

‘민심이 천심’이라는 경구는 결코 허언이 아니오. 허투루 듣지 말고 골백번 가슴판에 새겨야 하오. 사진=픽사베이.
‘민심이 천심’이라는 경구는 결코 허언이 아니오. 허투루 듣지 말고 골백번 가슴판에 새겨야 하오. 사진=픽사베이.

2. 국민이 검찰에 보내는 편지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어요. 검찰은 단군 이래 최대 토건 비리 사건을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여 숨김 없이 낱낱이 전 국민에게 공표할 것을 요청합니다.

아직 이 나라 검찰이 죽지 않았고, 사람이 아닌 대의에 충성하는 검사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이번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꼬리 자르기로 어물쩡 넘어 가려고 한다면 성난 민심이 용서치 않을 거요. 대한민국은 바보들이 사는 나라가 아니에요. 혹여 진실을 덮거나 뭉개려 한다면 분노의 함성이 쓰나미가 되어 천지를 덮겠지요.

‘민심이 천심’이라는 경구는 결코 허언이 아니오. 허투루 듣지 말고 골백번 가슴판에 새겨야 하오.

이번 사건 수사는 이른바 ‘검수완박’이 부당함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거요. 더 나아가 본질적으로는 검찰의 존재 이유, 그 자체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된다고 확신하오.

‘록히드 뇌물 사건’을 파헤쳐 유력 정치인을 낙마시킨 일본 검찰처럼, ‘깨끗한 손 운동’을 전개하여 수많은 부패 정치인을 감옥에 보낸 이탈리아 검찰처럼 한국 검찰의 당찬 기개와 우수한 실력을 세계만방에 과시하기 바라오.

오랜 옛날부터 무지렁이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늘상 해왔던 말,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꼬옥 이 말을 기억해 주기 바랍니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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