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유족 아쉬움 속 2013년 대전 4.3수형인 선고보다 25% 오른 위자료...배보상 기준 전망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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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생존수형인 등이 역사적인 국가 손해배상 판결을 이끌어 냈으나, 희생자 유족 당사자들은 패소와 다름없는 실망스럽다는 입장이 역력하다. 다만,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추후 이뤄질 제주4.3특별법 보완입법과 배보상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있어 유의미한 결과란 평가도 나온다. 

지난 7일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류호중 부장판사)는 4.3 생존수형인 양일화 할아버지 등 3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원고 1명이 탈퇴 처리돼 남은 원고는 총 38명이다. 

피고인 정부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4.3 당시 불법 구금된 당사자에게 1억원을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4.3 당시 배우자에게 5000만원, 자녀에게 1000만원을 일률적으로 책정해 배상토록 했다. 

원고 중 생존수형인들은 역사적인 공소기각 판결에 이어 53억4000여만원 상당의 형사보상까지 이끌어낸 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형사보상금을 지급 받은 원고의 경우 추후 지급될 예정인 위자료에서 공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생존수형인 중 일부는 추가적인 위자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에 인용된 손해배상금은 14명에게 총 1억6000만원이다. 12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원고의 주장 중 극히 일부다. 

총 14명 중 최대 배상액은 5000만원, 최저는 168만672원이다. 원고들은 개인별로 3~15억원 수준의 위자료 지급을 주장해 왔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정부의 4.3 배보상 관련 입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서울지방법원은 대전형무소 4.3 수형인 36명의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선고를 내린 바 있다.  

당시 법원은 희생자에게 위자료 8000만원, 배우자 4000만원, 자녀 800만원, 형제와 자매 400만원을 각각 책정했다. 당시에도 각 개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제(7일) 선고도 대전형무소 4.3 수형인 손배소 선고와 궤를 같이 한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는 위자료가 당사자 1억원, 배우자 5000만원, 자녀 1000만원으로 대전형무소 4.3수형인 판결때보다 배상금이 증액됐다.  이는 2013년에 비해 일괄적으로 각각 25%씩 상승한 것이다. 물가상승률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전 판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선고한다. 

법조계에서는 추후 4.3 관련 국가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르더라도 2013년과 2021년에 책정된 위자료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사실만으로도 역사적인 판결로 평가되지만, 원고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개인별 각각 다른 피해사례를 일률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다. 

제주지법은 위법한 구금과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 구금 과정에서의 자녀 사망, 출소 이후 전과자로 살았던 명예훼손 등 원고의 개별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문 등 가혹행위와 후유장애에 대해서 재판부는 제주4.3 불법행위 과정에서 이뤄진 일련의 행위와 결과에 해당하고, 별개의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자녀의 사망과 전과자라는 주홍글씨, 4.3 당시 불타버린 집, 출소 이후 이뤄진 정부 차원의 사찰 등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척했다. 

제주지법은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등 손해배상 선례 등을 참조한 결과, 4.3의 경우 희생자의 숫자가 많아 희생자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배상금을 일률적으로 책정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이 4.3특별법 보완입법과 4.3 관련 배보상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원고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4.3 당시 개인의 다양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다. 위자료 액수를 떠나 4.3 생존수형인 등의 명예가 달린 문제”라며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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